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나의 작은 집에서 경험하는 크고 안전한 기쁨에 대하여
김규림 외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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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란 내가 마음 편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자 나의 개성이 짙게 물들여지는 공간이다. 어쩔 수 없이 모두의 생활 패턴이 조금은 바뀌어 애증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국 집은 집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진 요즘, 다들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를 읽으며 집을 사랑하고 가꾸고 자신의 생활방식에 자부심이 있는 10명의 생활을 조금 엿볼 수 있었다. 각자의 삶에서 크고 안전한 기쁨을 누리는 그들이 부러웠지만 나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어 읽는 내내 미소가 지어졌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 작가 '봉현'은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 커피를 내리며 잠을 깨우는 행위 자체가 의식이 되어버렸다는 문장이 너무나 와닿았다. 모닝 루틴을 하며 따뜻한 차 한잔은 꼭 마시겠다는 의지로 매일 새벽 열심히 우려내는 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건강에도 좋지만 오로지 나만을 위해 집중하는 시간이랄까. 그 순간이 너무나 좋다. 그녀의 문장에 공감되는 또 하나. 바로 침대였다. 집을 떠났을 때 가장 그리운 것이자 사랑할 때 가장 완벽한 안식처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쉼터라니. 정말 완벽한 표현이었다. 그녀의 가지런한 부엌과 은은한 비누 향의 캐비닛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러면서 그녀가 어떠한 사람인지 자신의 집을 어떻게 가꾸는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정말 멋진 사람. :)


각자의 개성대로 멋지게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 집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이렇게나 다양하고 소중한 이야기가 담겨있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는 좀 특별한 책이나 다름없다. 자신에게 비밀스러운 공간이자 순간을 오픈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더 그녀들을 알 기회이기도 했다. 그래서 SNS에서의 그녀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간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집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더 유용하게 사용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혼자 살아가는 집이지만 그만큼 더 규칙을 세우고,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기에 이제 나도 집과 더 친해져 보려고 한다. 그래야 나를 더 알 수 있을 테니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것에 관심 있는지 적막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다 보니 자연스레 그간 하고 싶었던 창착 활동도 늘었다. 더불어 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 늘어나며 집이 심리적으로도 가장 편안한 공간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 P23

침대는 연인과의 은밀한 공간이었다가, 나의 슬픈 동굴이 되었다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쉼터가 되기도 한다. - P60

집에서의 생활을 단단히 만들어 삶의 무게중심을 안으로 이동시키는 일은 어디로 도망치지 않아도 괜찮은, 밖에서 나를 증명받지 못해도 변치 않을 거라 믿어지는 일상을 만드는 일이었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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