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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호스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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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문지 스펙트럼
토마스 베른하르트 지음, 김현성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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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소설을 읽는 것"

다들 중요하다고, 읽어야 한다고 하는데. 왜 중요하고 왜 읽어야 할까?

옛날 사람도 현재의 우리처럼 많이 고민하며 살아갔다.

인간은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닥친 절망 앞에서 죽음을 택할지 살아갈지.

옛날 사람 역시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섰고, 우리는 여전히 그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며 살아간다


그중에서도 고전이 중요하다고, 살아가며 한 번쯤 읽어봐야 하는 이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들이 고민했던 문제는 여전히 우리도 하는 고민이며,

그들이 생각 끝에 낸 나름의 결론을 참고할 수 있으며, 그것이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

삶에 대한 고민에 어떻게 정답이 있을까.

그러나 적어도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구나.

이렇게 살아가는 방식도 있구나,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또, 생각지 않았던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볼 기회를 던져주기도 한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유명하지 않지만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고전 문학·사상서를 책으로 묶어 출간했다.

'문지 스펙트럼' 두 번째 시리즈가 그것이다.

오늘 내가 읽어볼 책은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모자>다.

토마스 베른하르트는 오스트리아 작가로, 독일어권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는 질병, 혼란, 고독, 파멸, 죽음, 정신착란 등 어둡고 우울한, 인간의 어두운 면을 가감 없이 비춘 주제를 다룬다.


문지 스펙트럼으로 묶여 나온 <모자>에는 총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목차는 참고를 위해 아래 적어두겠다.

두 명의 교사/모자/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야우레크/프랑스 대사관 문정관/

인스부르크 상인 아들의 범죄/목수/슈틸프스의 미들랜드/비옷/오르틀러에서―고마고이에서 온 소식

그중 몇 편을 꼽아 소개해볼까 한다.


불면증을 겪는 새로 온 교사와 오랜 시간 학교에 다닌 교사의 대화를 통해 진행되는 소설 <두 명의 교사>

- 5장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불면증을 겪던 교사가 죽인 동물이 무엇이었는지, 그는 어떻게 미쳐갔는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과거 산림학자였지 정신착란과 두통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형의 집에 머무는 주인공.

어느 날 주운 모자의 주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찾을 수 없어 괴로워하는 그의 이야기가 담긴 표제작, <모자>

- 삶의 희망이라곤 한 줌도 남지 않은 인간. 주운 모자 하나에 어쩔 줄 모르는 화자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논문을 쓰던 화자는 하던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극장으로 간다. 근처를 배회하던 그는 시간을 묻는 중년 남자와 함께 걷게 된다.

이윽고 그는 중년 남자가 여자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을 눈치챈다.

기묘한 동행, 중년은 묻는다. 저 극장에서 상영하는 연극이 희극이오, 비극이오?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

-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는 왜 여성의 복식을 하고 걷던 걸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었다.


■ 독서 후 한 마디

단편집을 읽는 동안 인간의 어두운 면에 몰두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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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여자 - 일상에 도전하는 철학을 위하여
줄리엔 반 룬 지음, 박종주 옮김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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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는 여자>의 저자 줄리엔 반 룬은 누구를 여성 철학자로 정의할 수 있는지, 철학이란 무엇인지를 다룬다.

저자는 소설가, 교수, 역사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이 일상에서 하는 생각과 그들이 가진 철학적 사유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이 책은 총 6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놀이|일|두려움|경이|우정 이 그것이다.

기존 철학서는 철학자가 펼친 사상과 개념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독자는 그것을 이해하고 배운다.

그러나 <생각하는 여자>는 살아있는 사람들을 다룬다는 점, 그리고 그들을 인터뷰한 내용으로 글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어떤 개념을 알려주거나, 이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기존 서적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금은 낯선 이 방식은 책을 읽으며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나눈 대화, 그에 대한 작가의 생각, 인터뷰이의 일화 등이 뒤섞여 집중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사실, 간통에 대해 다루는 <사랑> 챕터에서는 공감이나 이해를 하기 어려웠다. 저자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라고 생각하며 읽었던 챕터는 <일>에 대해 다루는 챕터였다. 이 챕터는 "어떻게 스스로를 팔지 않고 일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보수적인 철학계에서 여성 교수로 '살아남은' 낸시 홈스트랭과의 대화에서 여성과 일을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자본주의가 여성에게 과연 도움이 되는 사회체제인가? 라는 물음은 나에게도 큰 질문이 되어 다가왔다. 한 번도 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성이 올라갈 수 있는 직위의 한계, 결혼과 출산이 여성의 커리어에 미치는 영향 등… .

이 챕터를 읽으며, 여성의 경력단절과 자본주의에서 여성이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잃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일상 생활과 결코 떨어져 있다고 할 수 없는 철학. <생각하는 여자>는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던 "일상"과 "철학"을 솜씨 좋게 연결한다.

일상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상황, 환경, 대화에서 생각의 소재를 포착하고, 이를 철학적으로 확장시켜 이야기 하는 여성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자극이 되는 것을 느꼈다.

여성의 사유도 철학적 사유로 확장될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때론 무언가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자극을 얻을 수 있고, 위안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 나는 너무나 젊고, 생각의 길이가 짧아 <생각하는 여자>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여성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들이 이야기하는 여성의 한계와 여성이 가져야 할 자세를 보며 언젠가는 나도 같은 상황을 마주하고 비슷한 의문을 품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다시 꺼내보면 어떨까. 그때는 좀 더 다르게 읽히지 않을까? ​깊은 이해를 하며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 <생각하는 여자>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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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 - 인생만화에서 끌어올린 직장인 생존철학 35가지
김봉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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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를 다니며, 취업을 위해 소위 말하는 '스펙'을 쌓는다.

나는 이런 준비가 되어 있는 지원자라고, 한껏 자신이 가진 역량을 뽐낸다.

수준 높은 외국어 구사, 각종 툴 사용 가능, 해외 경험, 사회성 만렙….

하지만 수많은 능력 중, 사회생활을 하며 '잘' 지낼 수 있는 능력은 없는 경우가 많다.

상사가 무능할 경우, 거래처가 나를 미치게 만들 경우, 사장이 말만 잘하고 행동력은 0인 경우….

다양한 상황에 우리는 직접 부딪치며 이겨내는 수 밖에 없다.

신입딱지를 떼도 우리는 울며 회사를 다닌다.

마음과 뇌에 굳은 살이 박혀 어지간한 일에 무감해질 때까지 속상해하고, 힘들어하며 적응한다.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면 재시작이다. 회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럴 때 읽어보면 좋은 책이 있다. 김봉석 작가의 <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 다.

기자로 일했던 김봉석 작가는 현재 영화평론가이자 문화평론가로 일하고 있다.

글 쓰는 재주를 살려 기자를 시작했다는 작가는 총 11개 회사를 다니며 쌓은 팁을 공유한다.

사회초년생부터 일을 좀 해봤다, 하는 경력자까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이 에세이에 담겨 있다.


□ 만화 속 대사와 회사 생활

"과거는 상관없어. 아프긴 하겠지. 하지만 둘 중 하나야. 도망치든가, 극복하든가." <라이온 킹>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글이 시작하기 전에 꼭 애니메이션/만화 속 대사가 나온다는 것이다.

작가가 직접 경험했던 회사 이야기, 자신이 거기에서 대응했던 방법 등을 서술하면서 자연스럽게 만화 속 대사를 녹여 넣었다.

예를 들어, <1부 전투력: 물러서야 할 때 vs 싸워야 할 때> 중 <강철 멘탈을 뚫는 차은 언제든 들어온다. 그럼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에선 이런 식이다.

회사에서 좋은 상사를 만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완벽한 상사는 없으며, 다양한 인간들 사이에서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상사를 만났을 때, 상사가 나에게 상처를 줄 때. 어떻게 해야할까? 무작정 퇴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럴 때마다 퇴사를 한다면 어디도 다닐 수 없을테니까.

저자는 무조건 이길 필요도, 그렇다고 일단 참고봐야 한다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 당했던 수모(?)는 모두 잊고, 앞으로 자신이 해야할 일을 침착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이 회사에서 버텨야 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한다.

"과거는 상관없어. 아프긴 하겠지. 하지만 둘 중 하나야. 도망치든가, 극복하든가." 와 참 잘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다.

저자가 겪은 직장생활을 보며 공감하는 것도 좋았지만,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만화 속 대사가 재미를 더해줬다.

대사를 통해 대충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도 생각해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더러 좋은 대사는 '다음에 이 만화를 봐야지'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 3부 구성으로 알차게 전하는 직장인 생존철학

직장인이 갖추어야 할 3력 전투력 / 방어력 /결단력

전투력, 방어력, 결단력.

세 단어만 보면 어딘가 싸움을 하러 나가야만 할 것 같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직장인이 갖추어야 할 3개의 힘이다.

용사만 갖추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직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직장인도 이 힘들을 갖추어야 한다.

전략적으로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추어야 할 전투력

매일 내 멘탈을 깨부수는 회사에서 내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어력

인간관계부터 "이 다음"을 정하기 위해 필요한 결단력

이 힘들은 책의 큰 챕터다. 각각 1부, 2부, 3부를 담당한다.

온갖 좋지 않은 회사를 통해 배운 물러설 때와 싸워야 할 때를 일러주는 1부 전투력

어떤 태도로 회사를 다니고, 동료를 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그로부터 익힌 내 정신을 다스리는 법을 다룬 2부 방어력

어떻게 해도 완벽할 수는 없는 회사 인간관계와 진로 결정을 하며 저자가 했던 고민과 생각을 담은 3부 결단력

이렇게 보니 알차게 구성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나는 1부 전투력을 읽으며 많은 공감을 했다.

나는 고작 2개의 회사만 다녀봤지만, 그 속에도 다양한 인간관계가 있었고, 악질 보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공수표를 날리 듯 허황된 미래만 다짐하는 보스 아래서 일하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묘한 가스라이팅으로 그곳을 벗어날 수 없게 만들곤 했으니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젊은 꼰대도 있었다. 사석에서는 언니라고 부르라며 자꾸 내 영역을 침범하는.

그 당시엔 말 그대로 병아리 신입이라, 어쩔 줄 몰라하며 스트레스만 받았던게 떠올랐다.

지금이라면 그렇게 나를 방치하며 괴로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을 읽었다면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멘탈이 무너진 채 일하지 않았을 것이다.

■■



알고 있다. 사회초년생일수록 회사생활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을.

무조건 YES를 외쳐야만 할 것 같고, 내가 이렇게 바보였던가 고민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나 역시 그랬고, 지금도 그렇기 때문이다.

첫 직장을 다닐 때, 퇴근하고나면 "회사에서 멘탈 털릴 땐 이렇게 해보세요" 라고 이야기 해주길 바랐던 적이 있다.

가루가 된 멘탈을 추스를 수 없어 스포츠 애니메이션을 보며, 저 사람들은 저렇게 열정적으로 사니 나도 지치지 말아야지 다짐했던게 떠오른다.

지금 회사에서 괴롭다면, 혹은 이직이나 진로 변경을 앞두고 답답한 사람이 있다면.

<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공감할 수 있는 문장 엿보기 👀

🖋 누군가는 실패라고 하지만 수많은 프롤로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제대로 된 1화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 퇴근하고 나서 회사가 남긴 찌꺼기 같은 감정, 회사에 대한 생각이 하나도 안 남는 직장이라면 나는 영원히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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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순간들 - 박금산 소설집
박금산 지음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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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4년간 글을 썼다. 특히, 소설을 쓰는 걸 좋아했다. 대학 시절 매일 밤을 불태워 글을 썼다. 당연히 미래의 나는 글로 밥을 먹고 살 줄 알았다. 슬프게도 현재 나는 글이 아닌 것들로 먹고 산다. 그러나 아직도 나에겐 소설에 대한 애정이 있고 글쓰기에 대한 작은 열정이 남아있다. 오늘은 작법서 같은(?) 소설 한 편을 소개하려 한다. 박금산 작가의 <소설의 순간들>이다.


  2020년 3월에 나온 이 따끈따끈한 신상 도서는, 소설이란 어떻게 구성되고 진행되는가가 궁금한 이들에게 매우 친절한 책이다. 흔히들 알고 있듯, 모든 글에는 기-승-전-결이 있다. 이를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로 알고 있는 이도 있을 것이다. 평소 읽어 본 소설은 모두 이 형식을 따르고 있었다. 사실 우리가 읽는 모든 글이 이 형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소설의 순간들>은 조금 달랐다. 발단-전개-절정-결말로 이루어져 있기는 한데, 그게 다 한 편의 단편 소설로 나뉘어 있다.


  발단과 전개, 절정, 결말이라는 목차에 다양한 소설들이 수록되어 있다. "발단" 카테고리 아래엔 "발단"까지만 보여주는 단편소설이 있다. 흥미를 돋우고 이제 글이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해질 찰나에 소설이 끝난다. "발단"의 역할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소설인 셈이다. 전개, 절정, 결말 카테고리도 동일하다. "절정"에 해당하는 소설들은 처음부터 눈을 사로잡으며 '자 이제 어떻게 해결이 될까!' 싶을 때 끝이 난다. 처음 읽었을 땐 '뭔가 개운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간 완결까지 숨 막히게 치닫는 소설을 보다가, 발단/전개/절정/결말을 따로 쪼개놓은 소설을 보니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어떤 단편소설은 "절정"에 나왔던 것이 "결말"에도 나오는 식이라 호기심을 채워주기도 했다.


  <소설의 순간들>은 아주 친절한 작법서와 같다. "전개"는 이런 것입니다, 하고 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스며들듯 알려주는 작법서. 목차를 읽고 수록된 소설을 읽다 보면 '아, 이게 전개구나- 이게 발단이구나.' 하고 알 수 있었다. 글이 쪼개어져 있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글이 참 애매한 부분에서 끝난다고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는 상상의 여지를 독자에게 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 이후에 어떻게 글이 전개될지 독자 스스로 상상하고 뒷부분을 연결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흥미로운 소재를 가진 이야기가 가득하다. "강물 속에 커다란 문이 있다"고 말하는 아내, 그녀의 말을 곱씹는 남편. 나 자신의 불륜으로 힘든 사람도 정신 상담을 받는지 질문하는 작가, "모든 선"에 예민한 이웃집… . 다양한 소재 중에서도 가장 내 기억 속에 남은 것은 < 소설을 잘 쓰려면> 이라는 단편이었다.


  나는 4년간 소설을 잘 쓰고 싶어 했다. 아니, 소설에 관심을 가지고 쓰고 싶어 한 것는 중학생 때부터였으니, 거의 10년이다. 나는 약 10년 동안, 어떤 글이 좋은 글이고 어떻게 써야 흥미로운 글을 쓸 수 있는지 고민했다. <소설을 잘 쓰려면>은 소설을 잘 쓰고 싶어 하고, 주변인들에겐 잘 쓴다고 인정받는 한 청년의 이야기다. 그중 내 기억에 남은 문장은 이것이었다.


자질구레한 디테일을 쳐내고 줄기만 남겼을 때 독자의 호기심을 끌 수 있어야 훌륭한 소설이다. -소설의 순간들, 박금산 (56p)


  내가 학부 내내 고민했던 것, 나를 괴롭혔던 것. 내 글은 호기심을 끄는 글일까? 이 고민은 학생이었던 날 며칠 밤을 새우게 하고, 늘 골머리를 썩게 했다. 어떻게 하면 흥미로운 글을 쓸까, 어떻게 쓰면 그들이 이 글을 궁금하게 여길까. 사회생활을 하며 잊고 있었던 치열한 고민이 떠오르는 문장이었다.


  앞서 나는 글의 구성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로 이루어져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이 소설의 목차를 설명한 것을 읽었다면 눈치챘을 것이다. 이 책에는 '위기'가 없다. 왜 위기가 없을까? 이 부분이 궁금하다면 책에 수록된 해설, <소설을 이끄는 소설>을 읽어보길 바란다.


  이야기의 단계가 어떻게 구성되고, 이를 어떻게 해야 잘 이끌어나갈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일단 글을 써보고 싶기는 한데 어떻게 쓰면 좋을지 고민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 어느새 당신에게 소설이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자질구레한 디테일을 쳐내고 줄기만 남겼을 때 독자의 호기심을 끌 수 있어야 훌륭한 소설이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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