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 에세이를 읽는 목적은 다양하다. 여행을 가지 못하는 상황에, 여행하는 기분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싶어 읽는 사람이 있고, 본인이 여행을 다녀온 뒤 향수를 느끼고 싶어 읽는 이도 있다. 자신이 다녀온 곳을 다른 이는 어떻게 느꼈을까 궁금해 읽는 이도 있을 터다. 이 외에도 빡빡한 현실에 지쳐 숨을 돌리기 위하여 읽는 사람 등, 여행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아주 많을 것이다. 수많은 이유 중 공통점을 찾자면, 독자 모두 책 속에 드러난 작가의 시선을 좇고 있다는 것이다. 이병률의 끌림은 무엇보다 작가의 시선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작가 이병률은 시인이자 방송작가로,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좋은 사람들,그날엔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인이기 때문일까. 끌림에는 다른 여행기보다 더 진한 감성이 잔뜩 묻어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청춘을 이야기하고, 꿈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등, 다소 두서없어 보일 정도로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길에서 마주친 이들에게 시선을 두고 있고, 아주 작은 것에도 관심을 두고 골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병률의 끌림은 많은 독자로부터 사랑받은 책이다. 책 속에 나타난 작가의 감성이 독자의 마음을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짤막한 글에는 누구나 한 번쯤 느껴보고, 생각했을 일들이 작가의 시선을 통하여 담담하게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면 이러하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음직한 것을 글로 풀어냈고, 글과 함께 배치된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은 함께 어우러져 독자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지나가며 생각해본 것을 글로 마주했을 때, 사람들은 더욱 크게 공감한다. 바로 이 점이 끌림이 많은 사랑을 받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책이 처음 발간됐을 때는 2005년이다. 이렇게 감각적인 사진과 함께 짤막하고 감수성이 돋보이는 글로 이루어진 여행 수필집은 없었다. 끌림이 나온 이후에, 이와 비슷한 형식을 지는 책이 많이 나오게 되었다. 독자들이 새로움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 책이 사랑받은 가장 큰 이유는 위의 두 가지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여행 에세이를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내가 읽어 본 여행기는 모두 여행 중 에피소드를 통해 자기 생각과 감정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이병률 끌림역시 에피소드가 가득 담겨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책을 펼치자 보인 감성적인 사진과 짤막한 글은 나를 당황하게 하였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통일된 주제를 찾을 수 없었고, 파편처럼 쪼개진 스토리는 읽는 속도를 더욱 더디게 하였다.

기승전결을 찾을 수 없는 책은 낯설었다. 차례대로 읽을수록 더욱 흐름을 잡기 어려웠다. 어디를 펼쳐도 그 페이지부터 시작할 수 있고, 끝낼 수 있다는 게 책장을 더 넘기기 힘들게 만들었다. 흐름이 끊겼기 때문이다. 책을 여러 번 훑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 책은 여행 그 자체라는 것을. 여행을 떠나기 전에야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 곳에 갔다가, 저곳에 가서 무엇을 먹고, 볼 것이라는 등의 계획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여행을 떠난 후에 그 계획은 무용지물이 돼버리고 만다. 여행에 기승전결은 없다. 언제 무엇이 시작될지 모르고, 끝이 날지 모르는 것이다. 이 책은 여행 자체를 닮아 있었다.

낯선 형식의 책을 보며, 나는 공감할 수 없는 문장들에 책을 읽는 것이 조금은 곤욕스러웠다. 그러나 이 짤막하고 쪼개진 문장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게 된 이유가 서평을 쓰기 위함이기 때문에 더욱 읽기 힘들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때, 이 책의 진가가 발휘될 수도 있다. 또한, 책의 흐름을 중요시하는 개인의 취향 역시 이 책을 힘들게 읽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여행 자체를 느끼고 싶고 순간순간 꺼내어 볼 수 있는 책을 찾으며 저자의 눈을 통해, 귀를 통해 느끼는 여행기를 읽고 싶은 사람은 이 책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발자국을 따라, 여행의 흐름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른 책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병률의 끌림이 여행 수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이 책으로 인하여 여행 수필의 집필 방식이 좀 더 넓어졌고, 독자들은 더욱 다양한 형식의 여행 수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끌림을 높이 사며, 앞으로도 이병률 작가의 섬세한 감성을 기대하는 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