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 - 인생만화에서 끌어올린 직장인 생존철학 35가지
김봉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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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를 다니며, 취업을 위해 소위 말하는 '스펙'을 쌓는다.

나는 이런 준비가 되어 있는 지원자라고, 한껏 자신이 가진 역량을 뽐낸다.

수준 높은 외국어 구사, 각종 툴 사용 가능, 해외 경험, 사회성 만렙….

하지만 수많은 능력 중, 사회생활을 하며 '잘' 지낼 수 있는 능력은 없는 경우가 많다.

상사가 무능할 경우, 거래처가 나를 미치게 만들 경우, 사장이 말만 잘하고 행동력은 0인 경우….

다양한 상황에 우리는 직접 부딪치며 이겨내는 수 밖에 없다.

신입딱지를 떼도 우리는 울며 회사를 다닌다.

마음과 뇌에 굳은 살이 박혀 어지간한 일에 무감해질 때까지 속상해하고, 힘들어하며 적응한다.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면 재시작이다. 회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럴 때 읽어보면 좋은 책이 있다. 김봉석 작가의 <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 다.

기자로 일했던 김봉석 작가는 현재 영화평론가이자 문화평론가로 일하고 있다.

글 쓰는 재주를 살려 기자를 시작했다는 작가는 총 11개 회사를 다니며 쌓은 팁을 공유한다.

사회초년생부터 일을 좀 해봤다, 하는 경력자까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이 에세이에 담겨 있다.


□ 만화 속 대사와 회사 생활

"과거는 상관없어. 아프긴 하겠지. 하지만 둘 중 하나야. 도망치든가, 극복하든가." <라이온 킹>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글이 시작하기 전에 꼭 애니메이션/만화 속 대사가 나온다는 것이다.

작가가 직접 경험했던 회사 이야기, 자신이 거기에서 대응했던 방법 등을 서술하면서 자연스럽게 만화 속 대사를 녹여 넣었다.

예를 들어, <1부 전투력: 물러서야 할 때 vs 싸워야 할 때> 중 <강철 멘탈을 뚫는 차은 언제든 들어온다. 그럼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에선 이런 식이다.

회사에서 좋은 상사를 만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완벽한 상사는 없으며, 다양한 인간들 사이에서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상사를 만났을 때, 상사가 나에게 상처를 줄 때. 어떻게 해야할까? 무작정 퇴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럴 때마다 퇴사를 한다면 어디도 다닐 수 없을테니까.

저자는 무조건 이길 필요도, 그렇다고 일단 참고봐야 한다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 당했던 수모(?)는 모두 잊고, 앞으로 자신이 해야할 일을 침착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이 회사에서 버텨야 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한다.

"과거는 상관없어. 아프긴 하겠지. 하지만 둘 중 하나야. 도망치든가, 극복하든가." 와 참 잘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다.

저자가 겪은 직장생활을 보며 공감하는 것도 좋았지만,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만화 속 대사가 재미를 더해줬다.

대사를 통해 대충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도 생각해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더러 좋은 대사는 '다음에 이 만화를 봐야지'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 3부 구성으로 알차게 전하는 직장인 생존철학

직장인이 갖추어야 할 3력 전투력 / 방어력 /결단력

전투력, 방어력, 결단력.

세 단어만 보면 어딘가 싸움을 하러 나가야만 할 것 같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직장인이 갖추어야 할 3개의 힘이다.

용사만 갖추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직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직장인도 이 힘들을 갖추어야 한다.

전략적으로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추어야 할 전투력

매일 내 멘탈을 깨부수는 회사에서 내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어력

인간관계부터 "이 다음"을 정하기 위해 필요한 결단력

이 힘들은 책의 큰 챕터다. 각각 1부, 2부, 3부를 담당한다.

온갖 좋지 않은 회사를 통해 배운 물러설 때와 싸워야 할 때를 일러주는 1부 전투력

어떤 태도로 회사를 다니고, 동료를 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그로부터 익힌 내 정신을 다스리는 법을 다룬 2부 방어력

어떻게 해도 완벽할 수는 없는 회사 인간관계와 진로 결정을 하며 저자가 했던 고민과 생각을 담은 3부 결단력

이렇게 보니 알차게 구성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나는 1부 전투력을 읽으며 많은 공감을 했다.

나는 고작 2개의 회사만 다녀봤지만, 그 속에도 다양한 인간관계가 있었고, 악질 보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공수표를 날리 듯 허황된 미래만 다짐하는 보스 아래서 일하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묘한 가스라이팅으로 그곳을 벗어날 수 없게 만들곤 했으니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젊은 꼰대도 있었다. 사석에서는 언니라고 부르라며 자꾸 내 영역을 침범하는.

그 당시엔 말 그대로 병아리 신입이라, 어쩔 줄 몰라하며 스트레스만 받았던게 떠올랐다.

지금이라면 그렇게 나를 방치하며 괴로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을 읽었다면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멘탈이 무너진 채 일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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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 사회초년생일수록 회사생활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을.

무조건 YES를 외쳐야만 할 것 같고, 내가 이렇게 바보였던가 고민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나 역시 그랬고, 지금도 그렇기 때문이다.

첫 직장을 다닐 때, 퇴근하고나면 "회사에서 멘탈 털릴 땐 이렇게 해보세요" 라고 이야기 해주길 바랐던 적이 있다.

가루가 된 멘탈을 추스를 수 없어 스포츠 애니메이션을 보며, 저 사람들은 저렇게 열정적으로 사니 나도 지치지 말아야지 다짐했던게 떠오른다.

지금 회사에서 괴롭다면, 혹은 이직이나 진로 변경을 앞두고 답답한 사람이 있다면.

<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공감할 수 있는 문장 엿보기 👀

🖋 누군가는 실패라고 하지만 수많은 프롤로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제대로 된 1화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 퇴근하고 나서 회사가 남긴 찌꺼기 같은 감정, 회사에 대한 생각이 하나도 안 남는 직장이라면 나는 영원히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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