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과 전개, 절정, 결말이라는 목차에 다양한 소설들이 수록되어 있다. "발단" 카테고리 아래엔 "발단"까지만 보여주는 단편소설이 있다. 흥미를 돋우고 이제 글이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해질 찰나에 소설이 끝난다. "발단"의 역할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소설인 셈이다. 전개, 절정, 결말 카테고리도 동일하다. "절정"에 해당하는 소설들은 처음부터 눈을 사로잡으며 '자 이제 어떻게 해결이 될까!' 싶을 때 끝이 난다. 처음 읽었을 땐 '뭔가 개운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간 완결까지 숨 막히게 치닫는 소설을 보다가, 발단/전개/절정/결말을 따로 쪼개놓은 소설을 보니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어떤 단편소설은 "절정"에 나왔던 것이 "결말"에도 나오는 식이라 호기심을 채워주기도 했다.
<소설의 순간들>은 아주 친절한 작법서와 같다. "전개"는 이런 것입니다, 하고 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스며들듯 알려주는 작법서. 목차를 읽고 수록된 소설을 읽다 보면 '아, 이게 전개구나- 이게 발단이구나.' 하고 알 수 있었다. 글이 쪼개어져 있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글이 참 애매한 부분에서 끝난다고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는 상상의 여지를 독자에게 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 이후에 어떻게 글이 전개될지 독자 스스로 상상하고 뒷부분을 연결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흥미로운 소재를 가진 이야기가 가득하다. "강물 속에 커다란 문이 있다"고 말하는 아내, 그녀의 말을 곱씹는 남편. 나 자신의 불륜으로 힘든 사람도 정신 상담을 받는지 질문하는 작가, "모든 선"에 예민한 이웃집… . 다양한 소재 중에서도 가장 내 기억 속에 남은 것은 < 소설을 잘 쓰려면> 이라는 단편이었다.
나는 4년간 소설을 잘 쓰고 싶어 했다. 아니, 소설에 관심을 가지고 쓰고 싶어 한 것는 중학생 때부터였으니, 거의 10년이다. 나는 약 10년 동안, 어떤 글이 좋은 글이고 어떻게 써야 흥미로운 글을 쓸 수 있는지 고민했다. <소설을 잘 쓰려면>은 소설을 잘 쓰고 싶어 하고, 주변인들에겐 잘 쓴다고 인정받는 한 청년의 이야기다. 그중 내 기억에 남은 문장은 이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