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04번째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야 큰 숨을 한번 쉴 수 있었다.
혼자임에 익숙해지다못해
타인과의 거리가 어느정도 유지되어야 안심이 되는나이.
 
나는 왜 이 책을 읽은 것일까...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어가고..
이별을 한다는 것은
언제가 되든 힘든 과정이다.
 
더구나 그 관계가 '사랑'이라는 주제를 달고 있다면야...
 
 
어느날 지구 밖으로 미끄러져 떨어져도
그 빈자리를 1분 이상 생각해주는 이가 없으리라는 서글픈 의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여자가 손뼉을 두 번 칠만큼 흥분을 하게 만드는 남자를 만났다.
 
 
'난 특별히 거슬리는 애기를 하는 게 아니니까.
 그냥 뻔한 걸 지적하는 거라구요.
 관계를 맺는다는 건 상상하고는 다르리란 말을 하는 거라구.
 거기에 매혹 따위는 없어.
 남녀가 관계 맺는 게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키스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면,
 꿈이나 꿔.'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던 여자는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 남들에게 내세울 수 있을만한 자질의 남자를 만나고
그에게서 그녀 자신의 모자란 점을 채우고자 사랑했고, 그녀가 갈망했지만 부족했던 자질을 추구하고자 했다.


그러나 종내에는 '그이도 다를 바 없는 인간이구나'라는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사이 스스로 발전하면서 
열다섯 살에는 딱 맞았던 그녀의 인생조각이
더 이상 맞지 않아 필요치 않게 되면서 이별을 맞이하고 말았다.
 
결국 그녀가 그리워하는 건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을 뿐...
 
 
많은 사람이 단지 혼자 있기 두려워서 결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흔한 요즘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다가
서로에게 적절히 알맞은 짝을 만나 결혼을 해야
바람직한 인생을 살고 있는거라고...
 
혼자 살아가는 삶은 무언가 부족한거라고 사회는 인생지침서를 내려준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그 명제가
비단 한국뿐이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을 뿐이다. 
 
사회가 인정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모범적인 자녀가 되기 위해.
나의 입맛과 기준과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입맛과 펜에서 나온 말로
열심히 유명한 레스토랑의 연어 카르파초를 칭찬하듯이
사회적 인생지침서를 따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에 대한 쓸쓸함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는 '나를 찾고' 싶었다. 
 자기 이야기여야 했고, 
 복잡하고 설령 문법에 어긋난 문장이라 하더라도 그런 야심이 담겨 있어야 했다. 
 그녀는 자신이 왜 어떤 것을 느끼는지, 왜 사랑하는지, 왜 미워하는지, 
 왜 좌절하는지, 왜 행복한지 더 잘 알고 싶었다.
 분주한 일상 생활 가운데에서 사랑과 의미를 추구하는 이야기, 
 그리고 어쨌거나 그들의 운명이 꽤 행복하게 끝나는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제인 오스틴의 '비커밍 제인'이라는 영화에서
제인의 언니가 제인에게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가 어떤 내용인지 물어본 장면 있다.
'여자와 남자가 있어. 부자집 남자와 그 덕에 신분상승을 하려는 여자의 이야기.
 시작부터 아주 고약하게 시작하고 둘의 만남과 사랑도 고약하지.
 하지만..
 해피엔딩이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는 이야기야.'
라고 대답하는 제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렸을적부터 수많은 사랑이야기는 happyafter였고
모든이들은 그들만의 행복한 이야기들을 꿈꾸며 자라왔다.
 
나 역시 그 수많은 이들중의 하나로 자라왔고,
나름대로의 '환상'을 만들어오며 커왔다.
 
'연애를 하고 싶게 만드는 남자가 없어!'라는 말을 스치듯이 한적이 있었다.
 
아직도 두근거리는..
어느 거리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우연속에서
나의 사람을 만날거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내게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지만,
너무 뻔한 내용들이었지만 그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듯이 풀어내는
저자의 글이 너무 매력적인 책이다.
 
 
 
* 오랜 생각을 하게 만든 글귀 *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인생은 느릿느릿 흐르지만 
 결국 계단 끝에 있는 행복과 안정을 향해 올라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계단형
 (물론, 수평으로 뻗을 때도 있으리란 걸 알지만, 분노나 자기혐오나 권태에 빠지는 시기가 있더라도 
  기본 방향은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는)과 
 
 옷을 일정량 넣으면 드럼이 회전하는 데 따라 그 안에 든 옷이 빙빙도는 
 빨래건조기형 인생관이 있다.
 어느 순간 강화 유리창으로 청바지가 보이고, 또 양말이 보이고,  셔츠가 나타나고 행주가 보인다. 
 안에 든 옷이 항상 다 보이지는 않지만, 드럼이 회전하면서 규칙적인 간격으로 그 모습을 보였다. 
 청바지가 행복을 나타낸다면 양말은 의기양양한 기분, 셔츠는 권태로움, 
 행주는 울부짖는 비참함을 나타낸다. 
 건조 과정은 삶의 과정과 견줄 수 있어서, 
 한 번 왔던 것이 도리 없이 다시 오면서 인생살이는 반복이고 존재는 돌고 돈다는 것을 암시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