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 무어라 말을 해야하는건가...
뭉클하다는 표현으로는 부끄러울만큼 가슴 속에 큰 무언가가 지나갔다..

이미 결말에 대해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 책의 마지막은 준비되지 않은 나를 크게 후려친듯 하다.


르네 미셸.
사회 통념적 수위로 치장하고자 완벽한 수위로써의 모습을 유지했던
그야말로 우아한 고슴도치...


그리고 팔로마 조스.
[중요한 것은 죽는다는 것도 아니고, 몇 살에 죽느냐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죽는 그 순간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이다.]
라는 말과 함께 이미 어른의 세계를 알아버린..
그렇기에 생의 의미에 연연해하지 않았던 아이...
이 아이를 통해 책의 곳곳에 일본에 대한 내용들이 간간이 언급이 되곤한다.

일기나 사색의 주제가 되는 내용에 대한 하이쿠라던지..
다도와 망가, 영화, 일본음식들..

그리고... 르네와 팔로마 사이에 머무르는 일본인 남자까지...


작가가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이렇게 표현하고자 했던 것인지싶다.



서로 각자의 위치와 자리에서
일기나 독백, 사색등으로 동일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하던 그녀들.
드디어 그녀들이 만났을때의 감동이란!
내 머리 어디선가 커다란 오케스트라의 향연이 펼쳐지는 듯 했다.
서로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공감하고 있다는 그 분위기..
영혼의 교감...
나에게는 그런 영혼의 동반자가 있던가!


길지 않았지만 결코 쉽지는 않았던
그녀들의 독백과 사색이 그렇게 잘 어울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만남은 극히 짧았음이 이리도 아쉽고 허전할 수가 없다.


그 누구도 꺽지 못했던 르네의 사회에 대한 장벽이 카쿠로를 통해
조금씩 누그러져갔다면,
자살마저 꿈꾸며 하나씩 자신의 죽음을 준비해갔던 팔로마는
르네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은 내게
그 어떤 철학으로도, 사색으로도, 언어로도 표현하기 힘든 감동이자

[우리는 고통 받는 것을 원치 않는, 살아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무엇이 있고,
그렇기에 삶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는 데
우리의 모든 힘을 써버린다.]
라고 말했던것을 보여주는 실체라고 생각이 들었다.



고슴도치의 우아함?
전혀 어울리지 않을것 같으면서도
웬지 입속에 머무르는 이 단어들의 조합은
책을 읽는 내내 쉽사리 편하지 못했으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에
문득 깨달아지는 무언가와 참 잘 어울리는 듯 하다.


범인이 누구인지 책을 읽는 내내 고심하고 의심해야 되는 추리소설도 아니고,
진부하지만 읽을때마다 주인공에 동화되어
변덕스러운 감정의 이입자가 되어야 하는 로맨스 소설도 아닌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참으로 피곤하다.
정말이지 너무 힘든 책이다.


철학책도 아닌 주제에
삶에 대한 의미를...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의미를..
관계라는 것에 대한 의미를...
재정립하고 독자적인 의미로 만들어내야 하기에 그런게 아닐까싶다.



중세 사회도 아니고..
근세 사회도 아닌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외치는 시대이지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계급을 만들어
각자 그 롤플레이에 충실한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만약 우리가 타인 속에서 결코 자기 자신밖에 바라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사막 속에 홀로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우린 미쳐버릴 것이다. ]
라고 한 팔로마의 말에서라도 그르넬 가 7번지의 7층짜리 아파트는
현 세계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대표하고 있다.



마약으로 찌든 탕자의 아들도...
(결국 희망찬 모습으로 돌아오는 장면에서는 허망할정도로 우스웠으나,
그 또한 인간이기에 가능한 반전이지 않나 싶다.
비극보다는 희망을 보고 싶어하는 인간의 마음이 여기에 담겨있으니 말이다.)
부자이나 히피로의 삶을 추구하는 이도..
지극히 관료주의적이며 개인주의적인 이들도..
혼자만의 사색에 빠져 사는 이도..
(나 역시 과도기시절 고독한자만이 세상을 안다고 생각을 했었으나,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인이 있기에 나 또한 존재한다는것을 깨달은 후
나의 어리석음과 '앎'에 대해 다시 한번 좌절을 맛보아야만 했던 점이 떠올랐다)
지구상의 대표적 성격들을 7층의 사람들도 표현하고자 한게 아닌가 싶다.


소설의 흥행으로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아시아로 여행을 준비중이라는 작가의 타이틀을 보며
아시아를 바라보는 그녀와 다음 작품이 무척 기대가 된다...


[ 인생의 시간은 눈물겹게 짧고,
언젠가는 스무 살이었는데 내일은 여든이라는 걸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인생은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간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만일 사람이 다음 날을 걱정한다면,
그건 현재를 구축할 줄 모르기 때문이고,
우리가 현재를 구축할 줄 모른다면 그건 내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러나 내일은 항상 오늘이 되기 때문에 그러면 끝장이다.

미래,
그건 산 자들이 진정한 계호기을 가지고 현재를 구축하는 데 쓰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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