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해석, 사주명리 - 예언에서 개입으로
안도균 지음 / 북드라망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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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이 생기거나 성찰이 깊어질 때 우리는 철학, 문학, 심리학 등 다

양한 학문들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명리학 역시 인생과 자아에 대한 탐

색의 단초가 될 수 있으며, 그래서인지 시중에는 수많은 명리학 입문서들이 출판되어 있습니다. 그 많은 명리학 입문서들 중에서 이 책은 제가 읽었던 입문서들 중에서 명리학을 대하는 저자의 입장이 가장 흥미로웠던 책입니다. 





저자의 입장을 제가 이해한다로 다시 풀어쓰자면 명리학은 이과적 학문인 통계학이 아닌 인문 학문인 기호학 또는 해석학으로, 인과적 연쇄에 묶인 자연과학이 아닌 인간의 의지가 일정 부분 개입하는 정치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명리학을 일종의 기호학 내지 해석학으로 접근하는 이러한 입장을 저자보다 오히려 더 래디컬하게 밀고 나간다면 '기표와 기의는 자의적이다'라는 언어학자 소쉬르의 언어의 자의성 테제와 맞닥뜨릴 수 밖에 없겠구나. 즉, 사주팔자와 운명은 자의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주팔자와 운명의 자의성 테제는 명리학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말까요? 아니면 명리학의 새로운 가능성의 지평을 열어줄까요? 실로 매우 위태로운 질문입니다. 


답을 찾기 위해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작년에 전원주택을 짓고 올해 주택에서 변화무쌍한 연월일시에 예전보다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며 사계절을 온전히 보냈습니다. 봄에는 나무와 꽃을 키우며 천지와 내 본성의 인()이 감응함을 보았고, 여름에는 잔디를 깍고 풀을 뽑으며 양의 기운이 극에 달했음을 보았고, 가을에는 낙엽을 쓸며 자연의 숙살지기를 느끼고, 겨울에는 눈을 치우며 극에 달한 음의 기운 속에서 수 기운에 대해 깊이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만세력을 아침마다 확인하며 내 생활 속 발생하는 상황들의 의미를 조금 더 숙고하게 되었고, 원국표를 보며 주변 사람들의 성향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명리학은 마치 문학이나 철학처럼 머리로 이해하는 학문이 아니라 몸으로 체득해야 하는 학문임을 어렴풋이 깨달았습니다. 아직 내공이 부족하여 명리학이 저에게 줄 수 있는 가르침은 이 정도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삶은 무척 풍요로워졌습니다.


여전히 우리 앞에 펼쳐질 앞날과 인생의 의미는 우리에게 수수께기입니다. 명리학을 포함해 어떠한 인간의 지적 노력도 그 수수께기에 대한 답을 줄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수수께기에 대한 성찰과 숙고입니다. 저자의 명리학에 대한 참신한 접근법은 그 성찰과 숙고를 위한 이전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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