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나라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어린 시절 어린이책 이야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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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 시대 최고의 어린이책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스웨덴 작가라고 국한시킬 필요는 없다. '사라진 나라'는 린드그렌의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자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이기도 하다. 1907년에 설실하고 사랑스런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린드그렌은 부모로부터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기적적일 만큼 자유롭게 성장기를 보냈고 2002년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썼다.
이 작품은 사무엘과 한나의 사랑 즉, 부모님의 첫 만남에서부터 소중하게 사랑을 키워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기르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만 배운다.'는 작품 속 린드그렌의 말처럼 그녀의 부모님은 사랑으로 가득 찬 생을 살았고 그녀에게 충만한 사랑을 남겼다. 그런 사실들은 그녀의 작품 속에 그대로 녹아나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다음 장에서는 형제자매와 마음껏 뛰어 놀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을 꾸밈없이 그린 다음, 린드그렌이 크리스틴의 부엌에서 에디트로부터 '거인 밤밤'과 '요정 비리분다'의 동화를 들으며 이야기를 통해 처음으로 영혼이 뒤흔들리는 것을 경험하고, 이 경험으로부터 끊임없는 창작활동의 계기를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집어 삼키는 것이라고 표현할만큼 왕성한 독서욕에 사로잡힌 린드그렌은 사람이 평생 그런 열정과 헌신으로 책을 읽는 시기가 있다는 것에 대해 감탄을 쏟아낸다. 여기서 린드그렌은 어린이책을 읽는 것 만큼이나 어린이책을 만드는 일도 재미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미래의 어린이책 작가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들을 전한다.
"아이들을 위해 글을 쓰는 많은 사람들은 어린 독자들 머리 너머에 있는, 또 다른 독자들에게 교활하게 윙크를 보냅니다. 바로 어른들입니다. 어른에게 동의를 구하면서 아이를 넘어가는 것이지요. 부디 그렇게는 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당신 책을 사서 읽어야 할 어린이에 대해 몰염치한 짓입니다."
또한 '어떻게 좋은 책을 쓰나'하는 압박도 받지 말고 거리낌 없이 진정 즐거운 마음으로 쓰라고 말하고 있다. 린드그렌의 작품에는 독특하고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저마다 그녀와 주변사람들의 우연한 착상에서 탄생한 인물들이라고 한다. 아파 누워있던 딸의 입에서 맨 처음 튀어나온 삐삐 롱스타킹, 카알손, 미오, 에밀 그리고 이 작품 <사라진 나라>를 쓰고 2년 후 출판된 <사자왕 형제의 모험>의 배경인 '낭기열라'도 이미 훨씬 전부터 그녀의 머리 속에 살아 온 착상의 결과였던 것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독서를 가장 무한한 모험이라고, 처음 자기 소유의 책을 갖게 되고 그 냄새를 맡은 순간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던 것을 삶에서 받은 선물 가운데 가장 좋은 선물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독서의 중요성을 입으로만 떠들어대는 많은 어른들이 린드그렌의 목소리를 듣고 모험만큼 즐거운 독서의 기회를 빼앗긴 오늘날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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