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나무 아랫집 계숙이네 사계절 아동문고 49
윤기현 지음, 김병하 그림 / 사계절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개발의 논리에 짓밟혀 예전보단 덜하지만, 지금도 오래된 마을을 지나다보면 아름드리 나무가 눈에 확 들어오곤 한다. 오랜 시간 마을 사람들의 온갖 사연을 담아왔을 당산나무 아래서 계숙이의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계숙이도, 동생도 자기만의 간절한 바램을 기도한다.

작가 윤기현님은 흔히 농촌작가로 알려져있다. <보리타작 하는날>, <달걀밥 해먹기>등의 작품들은 농촌아이들의 삶과 놀이를 꾸밈없이 드러내준 작품이다. <당산나무 아랫집 계숙이네>는 단지 농촌의 현실을 알리는 데 그치질 않는다.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겪어온 목숨들에 대한 이야기를 계숙이네 가정사와 연결지어 파란만장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계숙이 눈에 비친 어른들의 삶이 이야기 중심을 잡고있다. 부모님의 이혼을 통해 농촌의 고단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원수지간이던 이웃 아저씨의 용서를 통해 화해를 이야기하고, 새어머니를 통해 전통적인 가족애뿐만 아니라 민족의 아픔을 상기기킨다.

작품에서 소재로 다루고있는 역사적 사건의 깊이에 비해 내용이 단순히 짚고 넘어가는 정도가 아닌가 싶고, 그 때문에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이 덜하다. 또 하나 계숙이가 또래아이에 비해 지나치다 싶을 만큼 철이 든 모습도 조금은 답답하다. 단 한번이라도 곁눈질을 하지못하는 계숙이의 모습에 어린 아이의 상처를 깊이 헤아려볼 수는 있었지만,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계숙이에 대해 또래로서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언젠가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작품안에 그려진 농사일이 너무 긍정적으로만 그려진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농촌도 사람 살만한 곳이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는 얘기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농촌의 암담함만을 고발해서는 아무도 농촌에 관심두지 않는 현실을 작가는 뼈저리게 느꼈던 것이리라.

이 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역사가 곧 우리 개개인의 삶이라는 깨우침에 있다. 나 자신의 삶에 충실하는 것이 우리역사를 제대로 채워나가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러자면 오늘 하루를 좀더 진지하고 알차게 살아가야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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