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마을 몽당깨비 창비아동문고 177
황선미 글, 김성민 그림 / 창비 / 199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샘마을 몽당깨비>는 도깨비를 동화적 꺼리로 자주 응용하고 싶어 하는 우리들에게 아주 좋은 교재라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거듭남’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쉽게 버리고 잊어왔던 어떤 것들에 대해 반성할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그 안에 휴머니즘이 자연스럽게 녹아있고, 신뢰와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아이들이 기분 좋게 이해할 수 있도록 등장인물간의 관계설정에서 잘 드러내주고 있다. 특히, 몽당깨비와 아름이가 나누는 신뢰의 형성과정을 통해, 판타지에 빠져 이 글을 읽는 아이들로 하여금 상상세계에서 어른들이 원하는(?)진한 감동까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작품에 믿음이 간다.
몽당깨비와 파랑이, 그 밖의 도깨비들의 이야기는 ‘오니’가 아닌 우리 도깨비의 인상을 충분히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장난스러우면서도 정이 많고, 사람을 좋아하고 허점이 많은 그런 우리 도깨비의 모습이 그럴싸하게 표현된다. 자신의 잘못으로 도깨비세계에 큰 변화가 생기고, 우연한 기회에 은행나무 뿌리에서 벗어나게 된 몽당깨비가 자기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긴 세월을 뛰어넘어 세상사를 통찰하게 하는 겸허한 시간이다. ‘거듭남’이 바로 마음이 자라난다는 것이라고 한다.

아름이는 자기의 조상, 버들이의 죄 값을 씻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몽당깨비는 천년의 죄 값을 치르고 도깨비세상을 다시 살리기 위해 스스로 은행나무 뿌리에 다시 갇히는 몸이 된다. 사람은 죽어도 후손을 남기고, 잊지 않으면 다시 만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700년 후 를 기약한다.

한 사람의 인생이 약7,80년이라고 할 때, 그 사람에게는 그 시간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인간을 바라보게 되면, 한 사람의 인생은 자연의 일부이어서 인생만 따로 두고 생각하기가 부끄러워진다.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샘마을의 마지막 기와집이 살아남게 되는 이야기라고 보면, 개발의 논리 앞에 무력한 우리의 모습에 금새 고개가 숙여진다. 돌산 어느 마을에도 수령이 500년이나 된 당산나무가 있다는데, 아파트며 도로며 계획이 세워질 때마다 그 나무가 잘 지켜질까 걱정이고, 혹 그 안에 인간을 사랑하여 죄 값을 치르고 있을 도깨비가 하나있어 우리를 원망하지나 않을까 두렵다.

몇 백 년을 넘나드는 이야기임에도 무리 없이 원하는 것을 말하고 있는 작가의 능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대자연 앞에서 겸허히 거듭날 수 있기를 우리 모두에게 바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몽당깨비와 아름이가 700년 후에 ‘미미’를 통해 서로 알아보고 재회하기를 이 작품 읽는 아이들이 간절히 바랄 것이라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