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하이타니 겐지로의 책은 세상 어떤 사람이라도 가슴을 촉촉하게 만드는 따뜻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쓰레기 처리장에서 임시고용직으로 벌어먹고 사는 가난한 사람들과 아이들, 그리고 이들을 한껏 보듬어 안는 선생님들의 감동 깊은 이야기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고다니 선생님은 처리장 아이들의 거친 모습 속에서 짜증내거나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수양하듯 아이들과 진실 나누기에 나선다. 파리를 키우는 데쓰조는 말도 없고 글도 모를 뿐만 아니라, 너무나 공격적이어서 자신의 애완파리를 함부로대하는 사람들에 가차없이 할퀴고 쥐어뜯는다.

물론 고다니 선생님도 그런 데쓰조에게 공격당하기 일쑤다. 의사집안에서 유복하게 자란 고다니선생님으로서는 이런 데쓰조를 보며 애정을 갖기가 쉽지 않을텐데, 열린교육자이자 깡패선생이기도 한 하다치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가며, 스스로 끊이없는 고민을 통해 데쓰조를 비롯한 처리장 아이들과 유대감을 쌓아간다. 이 괜찮은 선생님들에게는 교육현장이 단순히 학교에만 국한되지않는다. 아이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가정 환경이며 여러가지 배경들을 몸소 느끼고자 애쓴 흔적이 곳곳에 묘사되어 있다.

곱게 자란 사람들은 다른 이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흔한 요즘, 고다니 선생님의 애틋한 사랑과 적극적인 교육철학은 세삼 우리를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시도 때도없이 눈물을 자주 흘리는 고다니 선생님을 보면서,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독한 마음을 꼭 가져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된다. 우리는 이를 악물고 일을 하다보면 마음까지 독해져서 피도 한방울 안나올 사람처럼 보이기 일쑤가 아닌가.
하이타니 겐지로는 17년간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이 자신의 귀중한 문학적 자산이라고 말한다. 그저 획일적인 교육만 했을 사람이 아니다. 때론 고다니 선생님처럼, 때론 하다치 선생님처럼 아이들가 울고 웃으며 분투하는 살아있는 스승이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살아가는 일이 문득 힘이 들때가 있다.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위기에서 어떤 것을 중시하며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즐겁고 성실하게 헤쳐갈 수 있도록 근사한 엄마가 될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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