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 창비아동문고 4
권정생.손춘익 외 지음, 윤정주 그림 / 창비 / 199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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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는 여성과 아이들이라고 했다. 일제 식민치하의 상황도 제국주의 위업을 달성하려는 일본의 침략과정이라고 봤을 때 이역시 전쟁상황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전쟁중에 어찌 단순한 죽음이 있을까마는 특히 이 작품속 엄마의 경우만 봐도 자신이 직접 전쟁을 통해 죽임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일곱남매가 죽거나 자신의 곁을 떠날때마다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함께 겪어 나간다. 이 작품은 무명 저고리 엄마와 일곱 남매의 험난한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민족의 현실과 어린이의 처지를 어떻게 연관지어 생각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작가의 뚜렷한 역사 의식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도입부에서는 물레소리, 베짜는 소리, 밤낮없이 일하면서도 즐거운 엄마의 모습을 통해 가난하지만 평화로운 시절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일곱 아이가 태어나도록까지 그 평화는 이어지고, 그모습 그대로가 엄마의 무명저고리에 사랑스러운 흔적으로 남는다. 그리고는 이내 고통스러운 흔적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나막신을 신고 긴 칼과 총을 가진 일본 군대가 이 땅에 쳐들어오고, 왕비님의 억울한 죽음, 섬나라로 끌려간 왕자님, 갇혀 지내다 맞은 임금님의 운명, 그리고 삼월 만세 소리...... 이러한 구체적 사실들을 배경으로 당시 민중들이 받았음직한 고통들은 엄마와 일곱 남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독립운동을 위해 떠난 아빠와 복돌이, 성공을 위해 일본으로 떠나버린 차돌이, 징용에 끌려가 전사한 삼돌이까지 떠나간 사람들은 다시는 엄마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고 다만 가슴속에 남아있을 뿐이다. 그리고 해방을 맞고 큰분이의 결혼과 동시에 이제는 전쟁의 비극속에 내던져진다. 피난길에서 부상을 입은 막돌이를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한 또분이, 무돌이의 군입대와 월남전에서의 죽음 등 근현대사를 망라해서 모든 굵직한 역사적 사건속에서 한 가정이 철저하게 유린되는 과정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대게 우리는 개인사를 전적으로 개인적인 관점에서만 생각하고 문제를 해소하려는 마음을 갖고 산다. 하지만, 이 작품속에서 보듯이 한 사람의 인생은 역사적 사실로부터 그렇게 완전하게 자유롭지 못하다. 대혼란기에 있어서 더욱 그런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현재에 우리역시 정치권력이나 행정체계, 사회적 관습 등에 꽉 묶여 살고있다는 느낌은 지울수가 없다.

또한 과거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일부의 목소리가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 주장에 대해 나는 두 부류로 나누어 생각하고 있다. 한부류는 민족의 뼈아픈 과거에 대해 부추기는 역할을 했던 사람들(친일매국)이고, 나머지 한부류는 역사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다. 후자의 경우는 우리 자신이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문제인데, 우선은 역사적 진실이 왜곡, 은폐되어왔던 이유가 가장 클 것이고 ,다음은 스스로 알고자하는 노력을 하지않았던 때문일것이다.

끝에「한쪽 다리로 반조각 땅을 딛고선 막돌이...」부분에서 한쪽 다리란 정치, 사회, 교육, 문화등 그 무엇에서도 온전하지 못한 우리의 모습을, 반조각 땅이란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런 불구의 모습으로나마 분단조국을 일으킬 희망을 찾게 한다는 강한 주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막돌이가 또분이의 희생으로 목숨을 건지고 끝까지 엄마의 보살핌을 받고 결국은 희망의 주체가 되듯이, 통일을 열망하는 우리세대 역시 그냥 이 자리에 뚝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사람들의 희생의 댓가로 여기에 자리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불과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희망을 말하기위해 내딛는 첫걸음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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