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와 찬밥 시평시인선 2
임희구 지음 / 시평사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시집이다. 요즘 흔히 볼수 있는 그런 하이틴 시집이 아니라 제대로 된 한권의 시집이다.

    글이든 음악이든 그림이든 만든이와 감상하는이의 공감대라는건 참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글중에는 공감대라는게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시에 있어서 만큼은 이를 제외시킬수 없는 요소이다. 그런면에서 약간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요즘처럼 물질이 풍족한 시대에 저자와 공감대를 형성할수 있을 만한 이가 얼마나 될지 말이다.

    이시에는 참 많은 아픔이 있고 그 아픔을 발판으로 사회에서 천대시 받고 소외되는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보듬는다. 그 보듬어 않은 많은 아픔들을 그들을 대신하여 세상밖으로 쏟아내고 있다. 아픈곳을 꼭집어 찾아 긁어 주니 속시원한 시라 아니할수 없을듯 하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것도 없지는 않다. 나는 개인적으로 밝고 환한 글을 좋아 한다. 음악이든 그림이든 그 무엇이든 모든것이 해피앤딩이었으면 한다. 그런데 이곳의 시들은 대체적으로 어둡다. 밝음이 아니라 어둠이고 아름다움을 노래하는대신 비꼬고 싶은만큼 비꼬아 놓았다. 그러데 사실 아파 죽어 가면서 환한 웃음으로 노래 한다는것은 쉽지 않을뿐만 아니라 작자는 그 경지에 도달하였다 하여도 다른 아픈 많은 사람들에겐 공감가지 않는 노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픈만큼 아프다고 소리내어 노래한 저자의 진실성이 듬뿍 묻어 나온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면 해설이다. 다른 시집을 읽으면서는 해설을 보며 내가 느끼지 못했던 많은 부분을 찾아내며 시를 다시 바라다보는 즐거움도 있었는데 왠지 이 책은 뭔가 좀 부족하다거나 무성의한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또한 작자후기도 아쉬움이 남는다.

아래에 시 한편을 옮겨본다.

찬밥

                                      임희구

온종일 밥그릇이나 가마솥에서 사람들의 따뜻한
위장 속으로 들어갈 때를 기다리다 지쳐 굳은살
배기던 그 시절. 귀엽게 사랑 받던 그때야 늘
내가 당당한 끼니로 군림했었지

그놈의 전기 밥통이 생겨난 뒤론 솔솔 김 오르는
뜨거운 밥에 밀려, 외국에서 불러온 인스턴트 식품에
눌려 나 같은 찬밥이야 팩 찌그러지니 보기 힘든
구석퉁이 외딴집에서나 옛 자취를 찾을까

날 사랑해 줄 사람 없구나 애새끼 하나 없구나
정답게 밥상에 올라 된장 찍은 풋고추와 함께
목구멍으로 넘어가던 감칠맛 나는 날들은 사라지고
그렇게 다 사라지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어디에도 내가 몸 붙일 곳은 없어
간혹 손님 없는 식당에서 볶음밥이 되려고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 그것은 내가 아니야 숨막히는
전기밥통 속에서 쉴 틈 없이 열 받다가 가끔 변질되어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면 그때야 찬밥이 되지

썩은 찬밥이 되지.
내 설자리가 없는 지금은 첨단 공화국
그대들도 언젠가 파묻혀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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