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사회 -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
강수돌 지음 / 갈라파고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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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 주인에게 폭언을 퍼붓는 녹취파일이 공개되어 공분을 사고 있다.

아버지뻘 되는 사람에게 입에 담긴 힘든 욕을 하고, 차라리 망해버리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혹시 그 직원이 성격적 결함이 있는 사람이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남양유업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에 놀라 부랴부랴 홈체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불매운동의 불길이 당분간 쉽게 잡히지는 않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오래된 일', '문제 직원의 사직', '직원 재교육' 등의 표현이

오히려 분노한 소비자를 더욱 자극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최근 잇달아 불거진 대기업 임원의 항공사 여승무원 폭행, 기업체 사장의 호텔 직원

폭행 등이 단순히 병리적 개인의 비정상적 행동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넓게 보면 '경제 민주화'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각 경제주체 간의 불합리한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민주적 경제체제가 야기한 상실된 인간성의 회복까지도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게 핵심이다!!

(우리의 대통령은 그 걸 알랑가 몰라~ )

 

지난 대선에서 경제 민주화가 여야를 막론하고 승리로 가는 보험증권으로 작용했던 이유도 

87년도에 시민의 힘으로 정치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자부심을 느낄 새도 없이

대다수 시민의 삶이 나아진 것이 없다는 시민 일반의 절망감 때문 아니었을까?

 

단순하게 말하자면 남양유업의 그 직원, 대기업의 그 임원, 중견업체의 그 사장도 체제가 만든

피해자 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갑'으로 군림하던 그들은 또 누군가에게 절망하고 있는  '을'이었을테니 말이다.

한때는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알았고 예의바르기만 했고,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들의 부모에게는 효자이고, 그들의 자식들에게는 너그러운 아버지일테니 말이다.

 

이렇듯 갈수록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며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사회를 강수돌은

<팔꿈치 사회>라 칭한다.

팔꿈치 사회는 효자이고, 너그러운 아버지들이 자신의 그 선한 근본적 심성을 버리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다.

그리고 그 팔꿈치 사회를 이끌어 가는 동력은 끝나지 않을 경쟁.

그러나 그 경쟁의 승자는 오직 하나.

바로 자본과 권력이고 그 피해자는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99%의 국민들.

 

생각해보라.

남양유업 영업직원의 '애비에미도 몰라보는 행동' 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자가 누구이겠는가? 

 

강수돌은 진단한다.

강자 동일시와 경쟁의 내면화가 커지면 커질 수록 우리는 자신의 참된 내면과

점점 멀어지게 된다고.

그리고 제시한다.

경쟁의 원리를 냉철하게 보자고.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행한 남양유업 대리점 김대형씨와의 인터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신입이 들어오면 이 친구 참 착하다는 생각을 하는데..시간이 지나면 이름만 달랐지,

    같은 친구, 같은 애들이랑 애기하고 있단 느낌..."

 

나는 지금 누군가에게 '갑'이 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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