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배운다 - 비틀린 문명과 삶, 교육을 비추는 니시오카 쓰네카즈의 깊은 지혜와 성찰 나무에게 배운다 1
니시오카 쓰네카즈 구술, 시오노 요네마쓰 엮음, 최성현 옮김 / 상추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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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자마자 작년 가을에 서현의 <배흘림 기둥의 고백>을 읽고 난 후 느꼈던 전율이 

나를 기습했다.
말못하는 기둥의 고백에 웬 전율이냐고?
더군다나 건축이론서로 분류될 법한 책인데?

(오호~이럴 때 달인이 필요하다.

 느껴봣어?

에이~느끼지 않았으면 말을 마세요^^;;)

 

 고백하건데, <배흘림 기둥의 고백>은 옛건축에 대한 나의 통념을 통렬하게 깨트린 책이다.

아름다움, 사상의 반영, 선인들의 지혜 운운하며 떠올리던 우리 옛건축에 대한

 고정관념을 한 방에 날려버린 책이 <배흘림 기둥의 고백>이었다.


서현은 배흘림 기둥에서 아름다움을 본 것이 아니라, 자연이 길러 준 나무와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박에 없는 인간이 투쟁하고, 서로 적응하고, 상생하는 과정을 보았다. 

 

처마의 아름다움에 넋을 놓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안허리곡 깊숙히 숨겨져 있는 목수들의 땀과 눈물, 막막함을 발굴했다.

배흘림 기둥의 부드러운 직선에서 나무가 인간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폼나게 정리하자면,

 "우리 옛건축은 머리로 지은 것이 아니라 손으로 지었다"!!

그러니, 그 책을 읽은 내가 어찌 환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나무를 다루고 건축을 하며 일생을 살아 온 장인이

내 곁에서 조곤조곤 지나온 삶을 풀어놓고 있다.

그것도 깊은 관조와 함께.

 

배흘림 기둥과 다정한 대화를 나누고 돌아와 전하시는 말씀?

나무의 투정, 나무의 바램, 나무의 기쁨을 다 듣고 나무의 어깨를 다독이고,

나무의 머리를 쓰다듬는가 하면, 나무의 등을 토닥거리고 돌아와 전하시는 말씀?

이러니, 이 책을 읽은 내가 어찌 또 한 번 환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무에게 배운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인 일본의 호류지를 평생 관리하던

니시오카 쓰네카즈의 구술을 옮겨 적은 책이다.

궁궐목수로 한 평생을 나무와 함께 살면서 그가 터득한 지혜를 듣노라면,

천삼백 년이 넘게 살아 있는 옛건축물이 어떻게 여전히 숨을 쉬며 아름다울 수 있는지 알

것도 같다.

그것은 기술이나 과학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마음과 태도의 영역이다.

 

나무를 바라보는 마음, 사람을 대하는 태도,

이들이 어우러진 세상을 살아가는 깊은 지혜가 대목장에게서 뿜어져 나온다.

 

대목장은 말한다.

천 년을 산 나무를 베어 건물을 짓는다면 그 건물이 다시 천 년을 살 수 있도록  짓는 것이

나무에 대한 도리의며 의무라고.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또, 대목장은 말한다.

나무 짜 맞추기는 치수가 아니라 나무의 성깔에 따라 하라고.

가르치는 것과 기르는 것은 왜 달라야 하는지 경험을 통해 알려 준다.

나무의 성깔을 무시하고 사용하면 비틀림이 나타나고

그렇게 되면 건축물의 수명은 절반으로 줄어 든다.

자신의 기준으로만 타인을 평가하는 잘못을 넌지시 일깨워 준다.

교육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방법의 단서를 준다.

 

그리고, 대목장은 말한다.

나무의 성깔 맞추기는 장인들의 마음 맞추기라고.

그리고 장인들의 마음 맞추기는 대목장의 따뜻한 마음이라고.

 

우리는 집단과 조직을 이루어 제각기 성질이 다른 사람들이 일을 한다.

조직이 숲이라면 개개인은 홀로 선 나무다.

저마다의 성깔이 있는.

무릇 리더란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나무,

소리없이 참 많은 말을 건네준다.

 

책을 덮을 때 다시 한 번 새기는 신영복 선생의 말씀.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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