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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강산 1 - 바다의 귀한 손님들이 찾아온다 ㅣ 박정배의 음식강산 1
박정배 지음 / 한길사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본디 목어(木漁)였고 좋았던 시절에는 은어(銀漁)라고 불렸다.
그리고 지금은 말짱 도루묵이다.
생선의 일만 그렇겠는가.
누구나 은어를 꿈꾸지만 돌아보면 말짱 도루묵인 경우가 많다.
노력은 물거품이 된 것 같고, 정성을 들였던 이들은 떠난 것 같다.
손에 남은 것도 없고, 곁에 남은 것은 더더욱 없는 것 같은 외로움,
그런 허허로움에 속 상한 경험을 해보지 않은 않은 이가 있을까?
논어를 보면 공자의 입맛 까다롭기가 보통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자가 부인을 쫓아냈다고 하지만, 요즘이면 공자가 쫓겨 나야할 판이다.
그럼에도 공자의 음식 취향 중에 옳거니 하는 것이 있으니,
불시불식(不時不食)!!
때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
천하 미식가 박정배의 <음식강산>을 읽으며 공자의 고집이 새삼 반갑다.
박정배는 일년 내내 천대받고 싸구려 취급받는 도루묵을 무시하지 말라고 한다.
도루묵 알을 고무 씹는 식감으로 기억하고 있다면 그건 도루묵의 잘못이 아니다.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당연한 결과다.
남획과 냉동, 때를 모르고 먹는 음식이 무슨 맛을 낼 수 있으랴.
(철모르는 것은 도룩묵이 아니라, 그것을 씹어대는 인간들이다!!)
생선도 때가 있으니,
주문진에서 11~12월에 먹는 도루묵의 알을 먹지 않고는 도루묵을 얕보지 마라.
도룩묵 뿐이겠는가?
전어는 가을이고, 주꾸미는 봄이며, 낙지는 찬바람이 나야 한다.
꼬막은 눈이 내려야 먹을만 하다.
때에 맞는 인간의 노력이 없으면 맛이란 찾아오지 않는다.
나는 은어가 되고 싶은데, 왜 여전히 도룩묵일까라는 쓸 데 없는 생각이 드는가?
아직 당신의 때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
그 때란 느닷없이 내일 당장 나타날지도 모른다.
우리가 부단히 자신의 내면을 갈고 닦아야 할 이유다.
갯것의 맛을 풍성하게 느끼고 싶은 이들이라면,
한창훈의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와 함께 읽어 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