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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너무 많은 여자 - 생각의 늪에 빠진 여자들을 위한 3단계 심리 처방
수잔 놀렌 혹스마 지음, 나선숙 옮김 / 지식너머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여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남자들은 이럴 때가 가장 무섭다.
와잎이나 여친이 "우리 이야기 좀 해"할 때.
무언가 캥겨서 무서운 게 아니라, 남자들이란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결과가 좋으면 됐지, 뭘.
(이런 남자들의 심리를 잘 아는지, 같은 남자인 칸트는 정언명령이란 것을 만들어냈다.
행위의 결과가 선하다 하더라도, 동기가 그렇지 않으면 선한 것이 아니다.
역쉬~칸트느님은 범생이? )
그런데 여자들은 결과로 만족하지 못한다.
여자는 관계지향적이기 때문이다.
과정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은 결과를 납득하려 하지 않는다.
(어서들 칸트느님 팬클럽에 가입하셔~)
수만년을 이어져온 수렵채집의 기간 동안 남자는 목표와 결과 중심으로 살아왔다.
왜냐고?
그렇지 않으면 굶어죽기 때문에.
며칠째 주린 배를 움켜잡고 있다가 멧돼지 두 마리를 발견했다고 해서 두 마리를 쫓을 수는 없다.
두 마리를 다 놓치느니 한 마리라도 잡는 것이 사는 방법이다.
그리고!!
사냥물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떠들어서도 안된다.
'남자는 과묵해야 한다'는, 윤리가 아닌 생존의 문제였다.
여자는 육체적 힘이 없(었)다.
자신의 생존 확률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이웃들과의 관계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주변의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내는 노력이 필요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호감을 받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 수단은 모두 대화다.
여성의 노동인 채집은 기본적으로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가려내는 작업이다.
그 작업에도 대화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남녀의 말싸움에서 여자의 압도적 승률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남녀의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장소가 백화점이다.
남자는 눈에 들어 온 첫번째 물건을 집어들고 미련없이 돌아선다.
여자는 '더 둘러보고 올게요'라며 둘러대고 돌아선다.
그 순간 남자는 이 쇼핑 쉽게 끝나지 않음을 절감하며 따라 나선 것을 후회한다.
아니라고?
나만 그런가?
수잔놀렌-혹스마는 여자들이 관계지향적 특성으로 인해
생각이 "너무" 많아서 스스로를 옭아매는 모순을 발견한다.
너무 많은 생각이 삶의 긍정성보다는 부정성을 키운다는 역설에서 빠져나올 것을 주문한다.
모든 사람을 돌보아야 한다는 의무감 따위는 팽개치라고 권한다.
타인에 의해 자신이 어떻게 규정될 것인지 집착하지 말고,
자신의 내면이 자신에게 하는 말에 더 귀기울일 것을 요구한다.
좀 심한 요약인지 모르겠지만, 한마디로!!
남자들의 특성 중에 제법 쓸만 한 것도 있으니 좀 갖다 쓰라는 말을 책 내내 한다.
예를 들면, 인사고과에 대한 남녀 반응.
남자: 좋은 평가는 제대로 된 평가(사람 보는 눈이 있군~ㅎㅎ)
나쁜 평가는 근거없는 평가(자식, 사람보는 눈 더럽게 없네..이제부터 나는 널 개무시할거야~)
여자: 좋은 평가는 기분 굿~~
나쁜 평가는 기분 우울(내가 뭘 잘못한 걸까? 평가자는 왜 날 싫어할까? 난 능력이 없는 걸까?등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자기 비하)
이 책은 남녀 모두가 실용서로 읽어도 좋겠다.
여자가 우울해하면 덥석 '그 날'만을 떠올리는 마초들에게는 반쪽을 이해하는 참고서로,
무언가 자신없는 나날이 이어지는 여자들에게는 위로와 재충전의 기회로.
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무서운 것은 변함없다.
환청처럼 들려오는 목소리.
'우리 이야기 좀 해'
그래도 태도는 현대에 맞게 변할 수 있겠다.
회피가 아닌 해피한 수다로.
우리는 더 이상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아니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