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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매 - 머리를 쓰지 않는 똑똑한 바보들
만프레드 슈피처 지음, 김세나 옮김 / 북로드 / 2013년 3월
평점 :
자, 지금부터 자가 진단!!
내가 외워서 사용하고 있는 전화번호는 몇 개나 될까?
열 개? 스무 개?
대답이 얼버무려진다.
내가 일상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대화하는 사람 수에 견주면 너무도 초라하지 않은가?
이유는?
그것이 거기 있기 때문이겠지.
여기서 그것은 전화번호, 거기는 스마트 폰.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목적지를 찾을 수 있는 길은 몇 곳이나 될까?
이런 질문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란 이렇지 않을까?
아니 그걸 왜?
그 또한 그것이 거기에 있는데!!
그것은 목적지고 거기는 네비게이션.
스마트(한) 기기의 사용이 늘면서 인간은 정말 스마트해지는 걸까?
뇌과학자인 저자 만프레드 슈피처는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한다.
요점은 이것.
인간의 뇌세포는 성장하는 게 아니란다.
다만 세포와 세포 간의 연결 기능이 얼마나 활성화되느냐의 문제란다.
(그래서 우리는 필름이 "끊겼다"라고 하지 않는가?)
뇌세포의 연결(시냅스)은 우리 몸의 근육과 같아서 사용하면 할 수록 굵어지고 강화되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가늘어지고 심지어 끊기게 된다.
이렇게 가늘어 지고 끊기는 것이 바로 치매.
<디지털 치매>는 인간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면 할수록 이러한 뇌의 연결 활성화는 감소되어 전반적인 뇌기능의 저하를 가져올 수 있음을 경고한다.
또한 연결의 가능성과 방향이 무한히 열려있는 아동기에 사용하는 디지털기기의 위험성은 성인의 그것보다 더 크다는 것을 수많은 데이터로 역설한다.
물론 디지털 기기의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많다.
알고 싶은 것은 언제든 구글에 접속하기만 하면 펼쳐져 있고,
공간을 과감히 생략한 채 소통이 가능하다.
그러나 단편적 지식이 정말 지식일까?
지식과 지식의 연결이 모두 끊긴 채 나열되어 있는 지식이 지식일까?
암기력과 창의력의 거리보다, 검색능력과 전문성,창의력의 거리는 훨씬 더 멀다.
상상해보라.
배가 아파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구글에 "배가 아파요"를 입력하고 검색하는 상황을.
뇌기능의 퇴화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행동의 문제다.
아동기에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면 될수록 빈도 높게 발생하는 통제력의 상실.
장기 목표를 위해 단기간의 욕구를 일정 정도 억제하며 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텐데,
충동적으로 질러놓고 보자는 청소년들.
타인과의 공감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
쉽게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사람들.
만연한 우울증, 그리고 자살의 확산.
저자의 충고 중 가장 내 마음을 아픈게 한 것.
"부모들은 내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뒤쳐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컴퓨터를 사주고,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게 하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아이는 디지털 치매에 걸린다는 것"
"부모들은 보채고, 놀아달라 하고, 이상한 것만 묻는 아이가 귀찮아서 텔레토비를 보게 하고,
디지털기기를 갖고 놀게하지만 그것은 더 큰 재앙으로 올 것"이라는 충고!!
마당에 풀을 뽑다 막걸리 서너 사발에 얼큰하게 달아오른 우리 부부는
후회섞인 반성으로 오후를 보냈다.
다음 주말 텃밭 갈이는 반드시 아들 녀석에게 시키겠노라 다짐하고,
또 다짐도 해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