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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 아이들
커티스 시튼펠드 지음, 이진 옮김 / 김영사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우선 이 책을 읽고 몇 가지 책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진 않을 까 생각해 본다.
우리가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리는 비디오든 극장에 보는 영화에서든 19세 관람가나 19세 관람 불가가 있게 마련이다. 이 책 '사립학교 아이들'은 과연 어는 쪽에 속할 것인가?
나는 여중 1인 딸의 요청으로 이 책을 사게 됐다. 책의 뒤 표지부문을 보면 <호밀밭의 파수꾼>을 압도한 21세기 새로운 고전의 탄생! 이라는 거창한 선전구호가 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었는지 읽지않았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책의 홍보전략에는 우선 성공한 것 같다.
'사립학교 아이들'이라는 이 책과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책 두 쪽 다 광고한 셈이 되었을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리와 크로스의 만남과 리와 크로스의 육체관계의 묘사가 우리 딸같은 중1이 읽기에는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가 하는 염려를 해 본다. 영화와는 달리 책의 묘사는 기억에 오래 남기 마련이다. 펠라티오나 배 위의 사정 부문 같은 경우는 이 책의 작가인 커티스 시튼펠드의 열 여섯의 실제경험인지 상상력에 기인한 것인지 알 수가 없으나 중1인 우리 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자세한 묘사가 아닌가 싶다.
나는 아이가 책을 읽고 난 후 소감에 대해 물었다. 아이는 '비밀의 화원'이나 '마틸다'나 '해리포트'에서와는 달리 "엄마 저질이다. 변태같은 이야기가 나와!" 그렇게 단순하게 말을 했다.
나 역시 책을 덮자 책의 끝 부문, 두 가지 리와 크로스와의 섹스신과 인터뷰 장면인 소수인종과 사립학교의 특수성. 리의 장학생 부문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고, 왜 리가 장학생인 게 그렇게 부끄러워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나는 장학금을 받아 오는 기특한 딸이 늘 대견스럽고 아이 역시 그 점을 늘 자랑스러워 하는데 말이다.
뉴욕타임스 선정 2005년 올해의 책 수상작이라는 앞 표지의 광고가 과연 적합한 것인가?
우리나라 교육여건이나 우리 나라 사립학교의 여건과 과연 얼마나 비슷한가? 만약 이 책이 한 때 나처럼 시골사립중학교에서 6년 동안 교직생활을 한 사람을 상대로(오늘 내가 길거리에서 잡혀 했었던 모 식품의 '두부'의 맛과 질감에 관한 의견처럼)의견을 묻는다면 글쎄?
마사와 리의 우정부문이외는 우리학교와 과연 얼마나 비슷한 내용이 있을지? 내가 책을 본 독자가 아니라면 나는 화제작이라는 점에는 주목할 것이다. 책을 덮은 후 중 1인 딸을 향해 나는 태연한척 가슴을 진정시키고 말해야 했다. "얘! 엄마도 리의 엄마처럼 니 우유에 피임약 넣게 하지 마라!" 딸 왈 "엄마 걱정하지마! 나는 결혼해서 할거야!" 야무진 대답.
아이의 눈에 비치는 책 역시 "엄마 변태다!"라는 표현이 썩 어울릴 듯 싶다. 그 부분이 너무나 강렬하여 우정이니 부모와의 갈등이니 리의 공부에 대한 모호한 태도가 나오는 책의 모든 부분이 깜짝놀랄 정도로 사라져 버린 지경이 된 것이다. 글쎄?
또 한번 의문부호를 마음 속으로 그리고,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제 각각이니. 아이를 믿어보지만 기분이 썩 유쾌하지 만은 않는 이 기분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너무 보수적인 엄마인가? 아이들의 학교에 가 보면 여전히 꽉 차 답답한 콩나물 시루같은 교실에 모두가 가기 싫어하는 냄새나는 화장실에 25년 전 내가 학교에 다닐때처럼, 또는 13년 전 교직에 있을때처럼, 변변한 탈의실 하나 없이 교실에서 체육복을 갈아 입어야 하고, 늦게 번호를 배정받은 탓에 무용실 한 모서리에 끼여 팔이 닿을락 말락하는 좁은 그 안에서 연습을 해야 하는 탓에.
"엄마! 화장실 가기 싫어" 라는 말과 함께 하루종일 소변을 참은 후 집에와서 소변을 보고 "엄마! 짜증자. 무용실에서, 좁아서 실기점수 망쳤단 말이야!"라는 말과 함께 답답한 무용실 안을 상상하게 만들고, "엄마! 속옷 예쁜 거 사줘!" 당연히 서른 몇 명되는 아이들끼리 노랗고, 빨갛고, 하얀속옷이 한 눈에 들어오는 이 실정에서.
나는 책을 사주기보담은 차라리 예쁜 속옷을 열벌쯤 사 주는 쪽을 택했어야 옳지 않을까?
결국은 소설 속의 리가 속옷때문에 고민 하던 일이 떠 올라 브라세트와 팬티 서너장을 사 들고 들어온다.
그리고 결론은 미국의 사립학교든, 우리나라의 사립중. 고등학교든 현재 세상이 변해가는 속도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바꿔야 될 많은 것들. 학생수. 화장실. 탈의실, 좁은 무용실은 그냥 덮어 둔 채로 넘어가야 할 것 같지 않다.
하기야 더 시급한 문제는 아직도 우리때처럼 사회시간에 마산수출자유지역이니 산맥들의 의미없는 이름들을 외울수 밖에 없는 교육의 알맹이 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르쳤던 13년 전의 가정교과서의 내용과 어찌 글씨한자 바꿔지 않고 그렇게 똑같을 수 있을까? '야 딸! 엄마 지금 다시 복직해도 가르치는 데 전혀 문제 없겠다! 완전 똑같다!" 이것이 교육현실인데, 차라리 리가 좀 더 미국교육과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비교할 수 있도록 교육의 내용을 책에 기술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으로 이 글을 마무리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