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스트 이회영과 젊은 그들
이덕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 미국에 가해진 엄청난 테러를 보면서,우리나라 사람 중 많은 이들은 한편 통쾌한 마음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희생자들의 무고함과는 별개로,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반감이 어느 정도는 그런 기분을 불러 일으키는 게 사실이리라.

또한 유럽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나라에서도 하지 않은 전국민적인 묵념(국회를 비롯한 정부기관, 관공서 및 각급 학교들에서 그랬다고 한다)을 하는 걸 보면서, 우리나라가 미국에 종속된 나라임을 느낄만한 사람은 다 느꼈으리라.비록 규모가 그보다 작었을지언정 우리나라 안에서 일어난 참사에 대해 정부가 그런 태도를 보인 적이 있었던가?

어제 저녁 뉴스에서 '테러리스트들의 두 얼굴'이라는 표제하에 그들의 양면성 - 일상생활의 건강함과 테러리스트로서의 반사회적 면모 - 에 대해 논하는 걸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먼 훗날 어느나라의 교과서 쯤에선가는 그 테러리스트들 또한 우리나라로 치면 윤봉길이나 안중근같은 애국지사로 등장하지 말란 법이 있으랴 하는...많은 생명을 희생시킨 그들의 행위는 어떤 미사여구로도 정당화할 수 없을 것이다.그렇지만 적어도 그들이 생각하는 명분, 그들이 바라는 대의를 위해 진정 용기있게 행동했다는 것만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요즘의 급박한 세계정세탓에 서두가 너무 길었나 보다.이 책 <아나키스트 이회영과 젊은 그들>은 최근의 국제정세에 오버랩되면서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의 한 부분에 대해 일깨워 준다. 김좌진으로 대표되는 독립군과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한 해외에서의 독립운동에 대한 짤막한 지식밖에 갖지 못한 우리에게 우리의 역사교과서에서는 가리워진 한 부분인 아나키스트라는 집단을 통해 일제시대 독립운동의 복잡다단한 면들을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정말로 서글픈 생각이 든다.그 어려운 시대, 모두가 마음을 합해도 부족할 그때에 왠 갈등과 분쟁은 그리도 많은지...많은 아까운 인물들이 동족간의 갈등 때문에 죽어간 사실을 발견하면서 얼마나 부끄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지....또한 이념 또는 주의라는 것들, 그리고 그 모든 주의가 추구하는 권력이라는 것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독립이 요원하던 시절에도 독립을 위해 모두의 힘을 모으기보다는 각 정파의 이익을 앞세우곤 했으며 여차하면 밀정이 되어 요인들을 체포하는 데 앞장서곤 했으니 '권력' 앞에 인간은 얼마나 나약하고도 이기적인지....

우리의 주인공 이회영 또한 결국은 그런 밀정들의 농간에 의해 최후를 맞게 된다.그가 어떤 '주의'를 가졌는가와는 별개로,그의 일생은 우리나라 역사 속의 그 누구보다도 '존경할만한 지도층'의 모습을 보여 준다.비록 나라를 잃었다고는 하나 명예와 재산, 고귀한 신분 등 모든 것을 갖춘 그가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할 수 있었다는 것...'드러내놓고 친일을 하지는 않는 정도'가 지배계급으로서 그나마 덜 부끄러운 처신이었을 그 때 이회영의 망명과 독립운동에의 헌신은 지배계급에서 보기 드문 진정한 희생이며 올바른 삶에 대한 신념으로 가득찬 고귀한 선택이었던 것이다.그런 그의 사상적 지향이 결국 아나키즘으로 가 닿았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그의 목표가 권력의 획득도, 일신의 영달도 아니었기에,또한 독립된 조국이 진실로 자유와 평등에 기반한 사회를 이루기를 바랐기에,그 어떤 억압도 거부하는 아나키스트가 되었던 것,그에겐 필연적인 선택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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