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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0 -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ㅣ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0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2년 3월
평점 :
처음 출간된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책 <로마인 이야기>는 내가 가장 아끼고 즐겨읽는 책이다. 매권 나올 때마다 당장 사 보아야만 하고, 주위 사람들한테 억지로라도 돌려서 읽히고 싶은 그런 나의 최고의 책...
언젠가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사를 공부하고 그 저술에 일생을 바치게 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나 역시 조금만 더 적극적인 성격이었다거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면 그런 길을 갈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로마사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었고, 그런 나의 호기심을 거의 완벽하게 채워주는 가치가 이 책엔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동안 그녀에게 은근히 불만이 많았었다. 왠 설명이 이리도 너절할까? 대체 누가 궁금해 한다고 이런 시시콜콜한 것까지 조곤조곤 따지고 있을까? 독자를 바보로 아는 건가 왠 동어반복이 이리도 심하담? 하는 불평들이 책을 읽다보면 수시로 터져 나오곤 했었던 것이다. 그래서 독자에 대한 친절이 지나치고, 노파심많고 말 많은 아줌마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찾아온 10권과의 만남.... 첫장을 펼쳐 서문을 읽으며 난 갑자기 밀려드는 고마움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시간적 순서에 따른 로마사 서술이었던 앞의 책들과는 달리 로마의 인프라만을 따로 떼내어 시간과 관계없이 다룬 새 책을 독자앞에 내어 놓으면서, 그녀는 정말 많이 고민하고 있었다. 왜 써야만 했는지, 쓰기가 어떻게 어려웠는지를 말하며, 독자의 '읽기'에 대한 염려를 가득 내비치고 있었다.
갑자기 그녀를 알게 된 느낌이 들었다. 아, 이 사람은 정말로 독자를 생각하고 있구나. 자신의 '쓰기'의 가치 이상으로 독자의 '읽기'를 중요시하고 있구나. 어렵게 공부하고 힘들여 쓴 만큼 독자가 '잘' 읽어주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구나... 그렇게 서문을 읽고 나자, 서문만으로도 너무도 행복한 책읽기가 되었다.
로마인 이야기 10권은 로마인들이 구축한 '인프라스트럭쳐', 즉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기술이다. 지금까지의 시대적 순서에 따른 로마사 서술과는 달리 로마의 가도, 로마의 수도, 로마의 다리, 경기장, 목욕탕 등과 그에 관련된 각종 제도들을 시공간을 초월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로마발전의 원동력이었으며 또한 그러한 부분이야말로 위대한 로마문명이 이룩한 기념비라고 보고 그 기술에만 한권을 고스란히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걱정하듯이 사실 엄밀히 말하면 이 권만은 '로마사'는 아닐 수도 있다. 앞서의 9권까지나 앞으로 나올 나머지 책들의 부록이나 참고문헌쯤 될까. 그러나 아무려면 어떠랴. 그녀가 언제 형식에 구애받았던가.
로마사든 무엇이든, 이 책 또한 새로운 방향에서 로마인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으며 충분히 흥미로운 한권의 읽을거리가 되고 있다. 그녀 특유의 꼼꼼함과 예리함으로 길 하나조차도 다각도로 파헤치고 분석하여 그 하나로도 눈앞에 로마인을 보는 듯한 현실감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나온 책들처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과 새로운 이야기들을 유려한 솜씨로 버무려내어 충분히 재미있고 유익한 책을 만들어 내었다.
그러나 그런 유익한 책읽기의 즐거움보다 내게 중요하고 뿌듯한 것은 이제야 비로소 시오노 나나미 그녀의 진면목을 발견한 듯한 이 느낌이다. 10권을 읽고서야 - 로마인 이야기만으로도 - 진심으로 다가오는 그녀의 배려, 그녀의 따뜻함.... 인정은 하되 친근하지 못했던 '무늬만 애독자'에서 그녀가 주는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친구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다가올 그녀와의 또다른 만남들은 이전과는 또다른 설렘으로 기다리게 될 일이 너무도 기쁘고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