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읽을 것인가 - '모든 읽기'에 최고의 지침서
고영성 지음 / 스마트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16.09] 어떻게 읽을 것인가

- 고영성 -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한지 1년 정도 되었다. 올해 목표로 했던 독서량은 아마도 채우지 못할 것 같지만, 근 10년 이상 잊고 지냈던 책을 읽는 즐거움과 이유를 다시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한권 두권 읽어나가며 독서의 의미를 스스로 체감하기도 했지만, 무언가 더 체계적으로 '독서'에 대해 알고 싶었다. 다독가라 불릴 수 있는 기준은 최소 연간 50권 정도는  되어야 할텐데, 이 책의 작가는 어쩌면 우연한 계기로(2008년 금융위기) 경제에 관심을 가져 '갑자기' 연간 300권을 읽었다고 한다. 애초에 사람의 뇌는 말을 하는데에 최적화 되어 있으며, '읽는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것이라, 누구에게나 독서는 처음엔 낯설고 힘든 것이라 한다. 그런 쉽지 않은 일을 어느 날 갑자기 300권이라는 엄청난 volume을 채웠으니, 아마도 그 때 작가는 몰입의 경지에 있어 그 과정이 힘들기보다는 오히려 너무나 즐겁지 않았을까 싶다. 

 책을 읽는 방법은 다양하고, 또 인생의 시기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작가는 뇌과학, 행동경제학,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 답게 그가 읽은 다양한 저서의 사례와 이론을 바탕으로 계독, 남독, 만독, 관독, 필독, 낭독 등 읽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한 권의 책을 쓰기에 앞서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그것을 머리 속에 정리 해 왔을지 감탄스럽다. 순서대로 하나하나 따라가다보면 분명 누구나 독서에 일가견 있는 사람이 될 것으로 생각 된다. 

 내가 계독하고 있는 분야는, 전공이기도 한 경제/경영 분야이다. 작가는 계독만 해서는 오만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같은 분야의 책을 계속 읽다보면 어느 새 새로 읽는 책의 내용을 내가 대부분 알고 있다 느끼기도 하고, '다 안다'는 생각은 자기의 전문 분야가 아닌 곳에도 오지랖 넓게 아는 척 하는 부끄러운 결과를 낳기도 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도 서구 사회가 스스로의 무지를 깨달았을때 드디어 세계의 중심이 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남독 함으로써 이런 오만을 깨고 겸손해 질 수 있다. 또한 남독은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에도 도움이 된다. 저자가 예로 든 최고의 작가, 경제학자들마저도 심지어 자기 분야에서 다른 사람의 논리적 비판을 받기도 한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의 명저라 해도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핵심이 되는 것 같다.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나도 나름의 비판적 시각으로 책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관독' 파트는 책을 읽는 의미에 대해 가장 공감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관점 취하기, 관점을 가지고 읽기. 두 가지만으로도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인생에 엄청난 도움이 되는 중요한 일이라 생각 된다. 소설이든, 비소설이든,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어느 새 작가의 시각에 일치하여 작가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이 된다. 혹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여러 책들을 읽다보면 그 책의 본래 주제와는 무관하더라도 내 생각에 도움이 되는 fact와 영감을 얻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은 독서 자체에 대한 지식과 방법을 주고 의미를 일깨워주기도 하지만, 특히 만독 파트는 마치 아동/청소년 교육을 위한 서적처럼 느껴질 정도로 청소년의 성장과 학습에 독서가 주는 의미를 설명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아직 자녀가 없지만 저자의 다음 저서인 '부모 공부'를 한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독서량은 연간 70여권에 달한다고 한다. 실제로 이렇게나 많은 책을 '평균적'으로 읽는다는 것이 잘 믿기지는 않는다. 나는 어릴적 굉장히 책을 많이 읽는 축에 속했는데도 일년에 저렇게까지 많은 책을 읽은 기억은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어린 시절의 다독에도 불구하고 성인의 평균 독서량은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나도 대학 입학 이후로 오히려 책에서 손을 놓았다. 다시 책의 의미를 알고, 책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저자는 마치 미리 이런 과정을 거쳐간 좋은 선배이자 훌륭한 길잡이로 느껴진다. 고마움을 느낀다. 책으로 뭔가 이루겠다는 구체적인 목적의식이 없더라도, 책을 읽다보면 더 궁금한 것이 생기고 세상에 알고 싶은 진리와 지식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느끼며, 내가 진정으로 알고싶은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기도 할 것이다. '독서를 위한 책'이라는 것에 사실은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 책은 독서를 막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책이다. 더 나아가, 책을 단순히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머리 속에서 다시 꺼내어 보는 것, 때로는 머리가 조금 아플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이야 말로 우리 뇌를 실제로 변화시켜 발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오히려 즐거워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 장바구니에 있는 책들이 하나 둘 줄어들어서 더 좋은 새로운 책을 찾기 어려워지면, 읽었던 책 중 꼭 다시 읽어야 할 책들을 즐겁게 재독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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