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아, 사람아!
다이허우잉 지음, 신영복 옮김 / 다섯수레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6.04] 사람아 아, 사람아!
- 다이 허우잉(戴厚英) 저, 신영복 옮김 -

시대의 거대한 흐름은 C시 대학의 동기들 각자의 삶에 개인이 거스를 수 없는 영향을 미쳤다. 문화대혁명의 광기 아래 행해진 공개 비판과 지식인 간 피비린내 나는 설전과 논쟁, 쑨위에, 허징후, 자오젼후안, 씨리우, 쉬허엉종 등 각자의 삶은 뒤집히고 다시 뒤집혔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은 각자의 개성이 그대로 살아있다. 한때는 우월한 지위에 있다 무기력하고 불쌍한 평범한 지식인이 된 쉬허엉종이나, 시대의 변화 대한 갈망만 있을 뿐 결코 그 것을 실천하거나 앞장서 글로써 표현하지 못하는 소설가, 그저 살아남기 위한 계산에 바쁜 보신주의자 요루어쉐이 등 주변인물 조차도 1인칭 시점의 묘사를 통해 그 시대를 살아낸 다양한 인물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려냈다. 나는 그 중에서도 감정을 가장 절절히 묘사하는 인물은 자오젼후안이 아닐까 한다. 원죄를 가진 남자의 참회와, 해방을 얻는 과정은 소설의 주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였으며, 그 과정을 1인칭 시점으로 표현함으로써 큰 울림을 주었다.
자오젼후안이 쑨위에의 편지를 읽는 마지막 장에서, 그는 잃을 것을 잃었고 찾아야 할 것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슬픔과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꿈 속에서 애타게 찾던 소녀는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쑨위에가 아니라, 사랑하는 딸 한한이었음을 깨달았다. 쑨위에를 배신하고 성공과 쾌락을 쫓은 삶 끝에 나락으로 떨어졌던 그는 참회와 용서 끝에 마침내 위안과 삶의 목적을 찾은 것이다.

「웃으면서 어제와 헤어진다는 것은 무대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울면서 어제와 헤어지고 싶다.
울어라, 자오젼후안! 네가 잃어버린 것을 위해서, 울어라. 자오젼후안! 네가 얻은 것을 위해서, 울어라. 소리를 지르며 울어라!
˝한한, 친애하는 딸이여. 나는 나의 영혼인 너를 되찾았단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나는 그것을 닦을 생각은 없다. 어떻게 닦을 수가 있단 말인가. 잃어야 할 것을 잃고 되찾아야 할 것을 되찾은 것이다.」

허징후와 쑨위에, 애초에 사랑했던 둘은 대혁명의 격랑 속에 20년간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지 못해 헤메이었다. 전 중국을 떠돌며 삶의 끝에 이르러서도, 장성 옆에 누워 하늘에 절절한 고통을 소리치면서도 살아남아야 했던 허징후와, 첩이라는 조롱과 남편으로 부터 버림받은 고통 속에 살아온 쑨위에는 결국에 서로를 받아들여야 함을 알고 있음에도 세월의 상처로 인해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나 쑨위에의 마지막 편지를 통해, 그리고 허징후가 쑨위에와의 진전에 대해 묻는 친구들에게 전한 레닌의 말 - 생활은 반드시 생활 자체를 위해서 길을 연다- 을 통해 결국 먼 걸을 돌아 `무에서 무로 돌아가는`것이 아닌, 원래 있었어야 할 서로의 자리에 도착하게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눈물을 흘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낡은 것이 끝나고 새로운 것이 시작된 것이다. 눈물을 흘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눈물이 펼쳐 놓은 편지지 위에 떨어졌다. 그 편지지 위에 나는 썼다.
<쑨위에, 나의 친구여!>」

소설은 위와 같이 자오져후안의 외침으로 끝을 맺었다.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한 씨리우나 천위리에게는 또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허징후나 쑨위에 역시 여전히 불편한 주위의 시선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허징후가 출판하고자 하는 `마르크스주의와 휴머니즘`을 통해 작가는 중국 인민들이 지나간 혁명의 상흔을 치유하고, 쑨위에와 자오젼후안처럼 서로를 용서하고 인정하며, 계급 간 투쟁의 확대를 그만두고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전하고자 한다. 작가는 `인간`이라는 커다란 문자가 갑자기 눈앞에 떠올랐으며, 이에 분명히 눈떴다는 것을 선언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음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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