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위에는 왜 욱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오카다 다카시 지음, 최용우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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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서후기 <내 주위에는 왜 욱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과대자기증후군이라 명명된 사람들에 대하여.



 

사람을 잘 만나야 된다고들 했다.

사회생활을 하면, 일이 힘든 것보다 사람이 힘든 거라고.

일이 힘든 건 참을 수 있지만 사람이 힘든 건 참을 수 없다고.

 

어느새 30년 가까이 사회생활을 해본 경험으로 본다면, 반은 맞는 말이다.

일이 너무 힘들어서 회사 생활이 힘들 수도 있지만, 일이 힘든 것보다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회사생활이 더 힘든 것도 많다. 만약 그 사람이 정말 감당하기 힘든 유형의 성격을 가진 경우라면 그의 사회생활은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을 것이다.

 

나는 30여년의 사회생활 중 직장을 옮기는 경험을 나름 꽤 여러 번 했다. 8, 7, 7년 그리고 현재까지 6년째 이어가고 있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졌는지는 세어볼 수도 없다. 다혈질인 상사도 있었고, 글로 표현하기 힘든 독특하고 괴팍한 성격을 가져서 부서마다 쫓겨난 사람도 있었고, 갑질에 갑질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기가 최고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하여튼 각양각색이었다. 같은 부서에 있던 동료 한 명은 직장 상사의 앞뒤 가리지 않는 불같은 성격 때문에 원형탈모증이 생겼다며 나에게 머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상담을 통해 다른 부서로 옮겨갔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내가 아주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역시 잘못된 기준점을 가지고 내린 것이어서 솔직히 곧이곧대로 다른 사람에게도 그 기준을 같이 적용할 수가 없다.

 

참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지만 요즘은 무서운 사회를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데이트하다가 헤어졌다고 사람을 죽여버리는 뉴스가 너무 자주 나오다보니 딸 가진 아빠로서 모든 게 다 걱정이 된다.

 

이 책은 갑자기 그런 사람들이 많아진 듯한 사회를 바라보면서, 일본의 정신의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오카다 다카시 교수가 다양한 사례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내놓은 정신분석 심리교양서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을 총칭하여 과대자기증후군이라 이름을 붙였다. 과거에는 없다가 갑자기 ADHD증후군 질병이 늘어난 것처럼, 과대자기증후군 역시 과거에는 특별히 발견되지 않던 신종 정신질병의 하나로 판단하였다.

 

과대자기증후군은 흉악한 범죄자 및 위험한 지도자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바로 우리 주변으로도 확산되고 있는 정신 병리이며,

마음속에 공허함이나 불만을 지닌 사람일수록 이 증후군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

...

과대자기증후군에 대한 고찰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현대사회가 내포한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일이기도 하다. (왜 내 주위에는 욱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중에서)

 

저자는 이 책에서 과대자기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의 사례와 특성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판타지가 우위에 있는 경향, 미숙한 전능감 및 자기과시성, 타인에 대한 비공감적 태도, 자신 생각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격렬한 분노, 쉽게 상처받으며 또 받은 상처에 오래 사로잡혀 있는 것 등을 공통적인 특성으로 꼽았다.

 

그는 갑질 횡포, 집단적인 따돌림, 데이트 폭력, 아동학대 등이 모두 이러한 과대자기증후군의 기저로 인해 발생한다고 보았다. 너무 갑자기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가 모두 과대자기증후군이라는 정신 질병의 원인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공통된 기저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심각한 범죄로 나타나는 이러한 사회적 병리 현상에 대해 우리가 개인적으로 무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겠지만, 이 책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이해하게 하고, 미시적인 부분에서 우리의 대처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2005년에 일본에서 초판 발행된 책이므로, 이러한 사회적 병리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오래 전에 나타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갑자기 이런 사람들이 왜 많아졌는지 이해하고 이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지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우주 공동체적인 마음으로 이러한 사회가 되지 않도록 자신부터 이웃을 대하는 마음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좀 충격적인 사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지만, 우리 사회를 냉정하게 바라보게 해 준다. 우리는 이런 사회에 살고 있다.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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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yo - 안 괜찮은데 괜찮은 척하며 사는 이야기 It's Okay yo!
버내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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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씨의 짜-한 일상 분투기.


 

 

사실 안 괜찮지만,

괜찮다고 말하며 사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보통씨라고 표현을 했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스스로는 유별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내 기준으로 보더라도 보통이라는 기준은 넘어선다피어싱과 문신을 서너 개 붙이고 있는 여자라니감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고 있노라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그녀의 정체성에 보통씨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왜냐하면 그녀의 생각과 삶이 바로 내 생각과 내 행동과 무척 닮아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내 생각과 내 행동은 어쩌면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행동이다.

 

우리는 곧 특별한 사람이 아닌 보통 사람들남자 사람이거나 여자 사람인대부분 철저한 의 정체성으로 험난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살아가는 우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주인공인 특이한 책이다그러니까 각 에피소드의 모든 주인공은 작가 자신인 경우가 95%이고 나머지는 작가의 어머니나 애인친구 들로 채워진다철저하게 자기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엮어낸다.

 

지나치게 살아있는 날 것이어서 키득키득 웃거나 울거나 한다.

 



이 책은 KT올레마켓이란 곳에서 웹툰으로 5년 이상 연재한 버내노의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라 한다이렇게 촌스러운 이름이 있을까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니 KT올레마켓은 2016년에 케이툰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케이툰을 검색해 들어가보니 온갖 웹툰만화웹소설소설 들이 잘 차려진 한정식처럼아니 분식집처럼 좌악 펼쳐진다이곳에서 버내노는 자신만의 캐릭터로 5년 동안 장수하며 자신의 삶을 해학과 풍자로 그려내며 살아왔다.

 

그러니까 이 책은 웹툰을 인쇄한 책이다웹툰과 만화가 서로 다른 장르로 구분되어 있는 걸 보니 이 책을 만화책이라 부르기는 조금 모호한 면이 있다그녀의 블로그도 검색이 되길래 들어가 보았다총 180개의 글이 있는데 2018년 1월 이후에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아마 많이 바쁜가 보다.

 

그림에서 보듯이 괜찮아yo 캐릭터는 지나치게 단순하다솔직히 말하면이거 초등학생이 그린 건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처음에는 웹툰을 책으로 펴낸 것이라 하여 대학생이 갓 된 둘째 딸에게 책을 건네주었다함 읽어봐그랬는데 좀 유치하다면서 그닥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래그럼 아빠가 읽을 게하고 다시 건네받았다.

 

사실 이런저런 일이 겹쳐 머리가 많이 무거웠고 숨 돌릴 틈 없이 옥죄는 업무 스트레스가 턱 밑에까지 차올라 있어 긴장과 불안은 최고조에 달해 있던 상태였다전날인 토요일도 아침부터 일터에 나가 밤 아홉시가 넘어 집에 돌아왔으니 그 엉망진창인 기분과 체력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런 심리상태가 작용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머리도 띵한데 조금 보며 머리를 식혀야 겠다생각을 하고 한 장 두 장 넘기며 읽기 시작했는데손이 가요 손이 가하는 광고음악처럼옆에 무심코 놓아 둔 과자처럼 손이 계속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급기야는 오늘 이걸 다 읽어야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혼자 주인공 버내노의 보통 일상을 함께 웃으며마음 아파하며고개 끄덕이며 길게 길게 동행하고 말았다.

 

월급을 꼬박 받는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마음 먹고 나오는 장면은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직장인에게서 통쾌한 대리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했다물론 그 과정의 심리적 묘사가 탁월했고 물론 그 이후의 비참하거나 힘들거나 아픈 삶이 주는 실질적인 묘사 역시 또 다른 위안을 준다그것은 직장 안이거나 직장 밖이거나 대부분 비슷하다는 것과그런 시간과 삶이 하루하루 모여 자기의 인생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보통씨의 일상이기에 놀라운 일도드라마 같은 일도 없다그럼에도 그녀에게 고백한 세 살 연하 남친의 이야기는 따뜻하게 드라마틱해서 눈물이 찔끔했고,


 


연재라는 일정의 압박이 주는 무리로 인해 갑상선 암을 치료받는 이야기도 짠해서 눈물이 찔끔났다안구건조증인데완전히 말라버리진 않았나 보다.


 


타인의 삶을 훔쳐보는 책이지만내 삶을 훔쳐보는 것 같았고그래서 우리는 하나가 된 것 같았다묘한 치유가 일어났다.

 

웹툰 하나 보고 치유라니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모든 이야기는 치유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너와 나만이 아는 비밀이다.

이 책이 그랬다.

 

사실 안 괜찮지만,

괜찮다고 말하며 사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월요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자신의 삶을 투명하게 비추어준 버내노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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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건너가는 중입니다 - 세상 끝에 내몰린 사람들, 독서로 치유하다
앤 기슬슨 지음, 정혜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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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슬픔을 건너가는 중입니다

슬픔을 치유하는 독서모임이 있다면....

 


 

독서는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에 대한 해답을 이 책은 제시하고 있을까.

 

20058월말 허리케인 하나가 미국을 강타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육지에 상륙하기 전 1등급으로 강해진 상태로 미국을 덮쳤다. 미국 남동부를 강타했는데 뉴올리언스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폰차트레인 호 제방이 붕괴되면서 뉴올리언스는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고 말았다. 뉴올리언스는 지역의 80%가 해수면보다 지대가 낮았는데 카틀리나로 폭우가 쏟아지고 제방이 무너지면서 도시로 들어찬 물은 빠져나가지 않고 그대로 도시에 머물렀으며 이 지역 주민 2만 명 이상이 실종되었다. 50만명의 시민 중 2만명이 실종되었다면 대부분 가구당 실종자가 있다는 얘기다. 도시는 물에 잠기고 모든 사람은 비탄에 잠겼다.

 


 

독서 모임을 시작할 때 책의 저자는 걷잡을 수 없는 정신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부서진 집에서 살 수가 없어 친척과 친구 집을 전전하며 돌아다녔는데 그 때 임신사실을 확인한다. 수년 뒤 폐허가 된 집으로 돌아오고 폐허 속에서 아이가 자라났다. 몇 년이 흘러 카트리나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까 싶었는데 쌍둥이 동생들이 자살하면서 그녀의 삶은 다시 곤두박질치고 집안을 호령했던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그녀는 또 다른 실존적 위기에 처한다.

 

독서모임은 실존적 위기에 빠진 사람들의 독서클럽으로 정해졌다. 카트리나의 상흔이 여전히 남아있는 뉴올리언스 어느 집의 거실에서였다.

 

실존적 위기에서 허우적거리던 사람들은 서로 돌아가면서 책이나 짧은 단편을 정하고 함께 읽은 뒤 이야기를 나눈다. 발제자는 왜 그 책을 선택했는지 이야기하고 서로의 경험, 서로의 느낌, 서로의 감정을 나눈다.

 

이 책은 그 독서모임을 이끌었던 주인공 저자의 개인적인 감정과 느낌에 충실한 책이다. 그러니까 독서모임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저자의 실존적 아픔이 어떻게 독서모임 속에서 풀어지고 스며들고 화해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보면 좋다. 앞에서 설명한 실존적 아픔은 오롯이 그녀만의 몫이다. 비슷한 아픔이 다른 회원들에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카트리나 허리케인으로 집을 잃었고 가장 어려운 시기에 아이를 가졌으며, 최근에는 두 동생이 모두 자살하면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

 

책을 읽으면 이런 아픔, 이런 상실, 이런 고통이 씻은 듯이 나아질까, 원래의 상태로 회복될까. 겉표지 띠지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2017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는 광고같은 문구가 차갑고 어두운 북유럽 밤하늘에 나타난 오로라처럼 반짝거린다. 최고의 책이라는 문구는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과장되어 있다. 독자였던 나는 카트리나 같은 거대한 공동체 슬픔을 직접 겪어보지 못했다. 세월호만으로도 나는 휘청거리고 있다. 광주 민주화운동은 다른 책이나 영화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직접 경험하지 못한 고통은 그 누구도 백 퍼센트 동질의 아픔으로 이해할 수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아프고 아픈 책을 읽으면서 책 저자처럼 깊은 슬픔에 빠져들지 못했다. 나는 나만의 슬픔으로도 벅찼기 때문에 그녀의 아픔은 그녀의 아픔이었다.

 

이 책은 나의 슬픔을 치유해주지 못했다. 이 책은 치료제가 아니다. 이 책은 저자인 앤 기슬슨의 이야기다. 그녀가 감당못할 시련 속에서 독서모임을 통해 어떻게 회복되고 있는지 그녀의 감정을 따라갈 수 있는 책이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이 책은 아직 치유의 과정에 놓여 있는 진행형의 미완성 이야기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아직 지난한 길을 걷고 있다. 책이 치유제가 아니라 그 책을 매개로 모인 사람들이 서로에게 치료제가 된다. , 독서 그 자체가 아니라, 독서모임, 그러니까 서로 다른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과 공간을 통해 치유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누구는 빨리 회복되고 누구는 천천히 회복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전혀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책은 우리를 생각하게 하고 떠올리게 하고 용서하게 한다는 것을. 이겨내게 하고 견디게 하고 웃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고통 속에 놓여 있다면 책을 읽자. 그리고 사람을 만나자. 그것이 바로 위대한 독서치유의 첫걸음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실존적 위기에 빠진 사람들의 독서클럽모임에서 2월에 함께 읽고 나눈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책을 주문했다. 그들은 짧은 단편을 읽었지만, 한국에 소개된 책은 폴란드 단편집으로 여러 작가의 단편을 모아놓고 있었다. 폴란드 단편집이라. 좋았다.

 

~~~~~~~~~~~

 

저녁 내내 브래드는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남의 이야기를 듣고, 손님을 접대하고, 끊임없이 들락날락하며 간식을 축내는 아이들에게 달려가서 주의를 주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 즉 우리가 읽은 글들에는 서로 우의를 나누는 단순한 행위가 바로 삶을 즐기는 일이며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짧은 생을 최선으로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가치가 담겼음을 지적했다. (039)

 

우리는 먹었다. 흡사 메뚜기 떼처럼 사정없이 먹어치웠다. ... 우리는 강한 사람들이고 우리는 먹는다. 빵은 이방인들끼리 나누는 사랑인 것이다.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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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노승영.박산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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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생계형 번역가의 민낯 번역가 모모씨의 일일”]

 


 

참 재미있게 읽었다. 프리랜서라는 직업의 자유로움, 번역이라는 전문성이 갖는 고품격. 특히 나처럼 언어 습득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번역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풍겨오는 아우라를 감당하기 힘들다.

 

올해 초에 또 다른 번역가의 민낯 책을 읽고 서평을 쓴 기억이 난다. 이 책과 비교해보면 그때 책은 작가도, 글도 너무 날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선 회의 신선함도 좋지만 때로는 어느 정도 숙성이 된 깊은 맛도 필요하다. 이 책은 번역가가 아닌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책을 읽는 순수한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적당히 숙성이 되어 있다. 만약 당신이 번역가 지망생이라면 이 책은 숙성 정도가 아니라 멘토 도서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노승영, 박산호라는 두 번역가가 그 동안 다양한 매체에 기고한 글을 모으고 추려 번역가의 삶을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펼쳐낸다. 아주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면 보통은 작가의 이름이 아닌 번역가의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나 역시 번역의 소중함을 잘 알면서도, 작가 이름을 외우기도 힘든 두뇌라 번역가 이름까지 뇌 공간을 제공하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그 동안 읽었던 수많은 번역 책의 한국 작가들에게 고마움과 경의를 표합니다.)

 


 

그런데 두 저자 가운데 박산호라는 이름이 이상하게 낯이 익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같았다. 그랬다. 최근에 읽었던 얼음 속의 소녀들을 번역한 바로 그 사람이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토니와 수잔도 그의 작품이었다.

 

내친 김에 노승영 작가도 찾아보았다. 읽으려고 찜해 둔 책이 상당히 많은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직접 읽은 책은 누구를 구할 것인가한 권이 있었다. 어쨌든 이 책의 저자들이 내가 읽은 책의 번역가였다니, 사실은 내가 이미 만나왔던 사람들이라니 기쁘기 그지없었다.

 

책은 번역이라는 작업” “생계형 번역가의 하루” “살펴보고, 톺아보고, 따져보기” “번역가의 친구들” “번역가를 꿈꾸는 당신에게의 다섯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두 작가가 적당한 순서로 돌아가며 번역이 어떤 일이며, 번역료는 어떻게 계산하고, 어떻게 번역을 하고, 번역가의 친구관계는 어떻게 되고, 번역가가 되려면 영어공부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등을 친구에게 얘기하듯 술술 풀어놓는다.

 

책 꼭지 하나하나 참 재미있다. 맛깔난 글솜씨가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그러니까 글맛이 있는 특수분야의 이야기. 번역가가 아니면 생각하거나 경험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번역의 일은 혼자와의 싸움을 하는 것이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사투를 벌이는 작업이다. 그래서 그 특수성에 맞는 사람이 이 일을 하는 것이 좋다. 또 책 한 권을 번역하는 데 보통 두세 달이 걸리고, 그 동안은 수입이 없고, 시간을 자유로이 쓸 수 있으며 책 한 권을 끝냈다고 알아서 책을 또 번역하라고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까 자유로운 직업은 시간이 자유로운 만큼 일감도 자유롭다는 것. 익히 알고 있는 범주의 정보지만 실제로 그 일을 하고 있는 번역가들에게 그 체감의 깊이는 얼마나 되는지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글 행간에 숨어 있는 틈새에서 발견한다.

 


 

번역가에게 영어 실력이 아니라 왜 우리글 쓰는 실력이 중요한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사전을 찾는 품을 들여야 하고, 한글 지원 사이트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때로는 원저자에게 그 뜻을 묻는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하는지, 번역이라는 일이 가지는 특수성이 얼마나 다양한지 우리는 번역가들의 글을 통해 간접체험을 할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제 우리는 번역본 책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 것이다. 번역자의 이름을 살피고 그가 이전에 어떤 책들을 번역해 왔는지도 살펴볼 것이다. 문학이란 번역가가 없으면 세계로 퍼질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맨부커상을 원저자와 번역가가 왜 함께 수상하는지 우리는 이해하게 될 것이다. 번역가의 문학적인 번역 노력이 없다면, 문화가 다르고, 사는 방식이 다르고, 먹는 것이 다르고, 사는 공간이 다른 타국 사람에게 원저자가 생각했던 그 머릿속 느낌을 제대로 전해줄 수가 없다. 그만큼 번역가의 역할은 중요하다.

 

 

번역가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이 어떤 과정을 통해 쓰여진 것인지 궁금하다면, 번역일을 해볼까 꿈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책이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선택한 당신의 손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생계형 번역가의 삶, 그 민낯을 구수하게 읽어낼 수 있는 참 알차고 쫄깃쫄깃한 책이었다. 그나저나 구글번역기가 맹위를 떨치고 있고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형 로봇이 세상을 지배한다면, 번역가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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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말공부
박수밀.송원찬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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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말공부] 인성을 환히 밝히는 인문교양서

 

박수밀, 송원찬 지음




 

나는 리더가 아니다. 누군가를 리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스스로 늘 난 리더감이 아냐, 난 기획자 역할, 보조 역할, 큰 그림 때문에 놓치는 작은 일들을 소리없이 채우는 역할자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큰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책이었고, 필요가 없을 것 같은 책이었고, 나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중요한 책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문득, 요즘 아빠 말투가 좀 공격적으로 변했어.” 라는 말을 딸에게서, 가족에게서 자주 듣게 된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나는 가족 중에서 가끔 리더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늘 리더는 아니었지만 어떨 때는 최종 결정을 하거나 마지막 선택을 하는 위치에 있기도 했고, 그런 결정에 도움을 주거나 의견을 주는 입장에 서기도 했다. 그러니까 어떻게보면 리더란, 하나의 권력으로 타인을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결정이나 선택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지혜로운 의견을 제시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역할이나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래서, 나는 리더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꼭 리더만 읽어야 할 책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집어들었다. 책은 고전인문교양서라는 이름을 붙이면 딱 좋을 책이었다.

 

리더의 자질을 아()-, ()-생각, ()-판단, ()-행동, ()-관계의 다섯 가지로 보고 고전에서 아, , , , 관에 관련된 좋은 글을 뽑고, 글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왜 이 덕목이 리더에게 필요한가를 설명한다.

 

당연히 리더라는 조건이 반드시 시대를 이끌어갈 사람일 필요는 없다. 어느 자리에서든 어느 모임에서든 그 자리를, 그 모임을 이끌 사람은 필요하기 마련이고, 맨 앞에 서지 않아도 그 자리를 함께 꾸려간다면 리더가 될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균적이고 보편적인 인성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좀 딱딱한 책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책은 의외로 재미있고 쉽게 읽혔다. 그리고 내 상황에 딱 맞는 좋은 글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침 흔들리는 지하철 출근길에서 읽으며 여기저기 밑줄을 그으며 갔다.

 

산속의 적은 물리치기 쉬우나, 마음속의 적은 물리치기 어렵다고 했고, 여씨춘추에서는 남을 이기려는 자는 반드시 먼저 자신부터 이겨야 하고, 남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자는 반드시 자신부터 논해야 한다라고 했다. 요즘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기도 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반성을 해 본다.

 



당나라 선승인 임제는 임제록에서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 서 있는 곳이 모두 참되다.”라고 했다. “어떻게 하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남들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따라가면 된다.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를 따르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는 것이다.” (리더의 말공부, 031) 지금 날마다 폭력처럼 쏟아지는 야근 속에서 버티는 하루로 방황하는 내게 무언가 암시의 글을 주기도 한다.

 

임진왜란 때 일본인 군인으로 총을 들고 조선으로 들어왔다가 우리나라로 귀화해 조선인과 결혼하고 평생 조선인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며 삶을 마감한 시야가 김충선이 자녀들에게 남긴 글은 가슴을 아프게 했다.

 

남이 잘한 것이 있으면 칭찬해주고,

남이 잘못하거든 덮어주어라.

 

남이 나를 해치려 해도 맞서지 말고,

남이 나를 비방해도 묵묵히 참으라,

 

그러면 해치던 자가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비방하던 자는 스스로 그만 둘 것이다.

 

(김충선, 모하당집, 가훈편, 리더의 말공부 270)

 

기대 이상으로 재밌게, 의미있게, 쉽게 읽었다. 리더가 되기는 싫지만, 이런 리더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 좋은 문구들은 가슴에 차곡차곡 담아본다. 작가들은 힘들게 썼겠지만 인문서들이 이렇게 쉽게 쓰여진다면 대중적인 확산도 잘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는 정답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다양함을 이해하고 바람직한 삶을 고민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를 확인해주는 것이 여행이다.“

(리더의 말공부,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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