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조림의 탄생 - 알고도 먹고, 모르고도 먹는 저장음식
게리 앨런 지음, 문수민 옮김 / 재승출판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통조림의 탄생>

통조림의 역사라기보다는 보존식품의 백과사전이라고 부르는 편이 나을 듯하다. 보존식품의 귀결이 결국 현재 우리가 마트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먹는 통조림이니까 같은 말인 듯하지만, 책은 현대의 통조림보다는 식품 보존의 역사를 거침없이 파헤친다.

백과사전이라고 부르는 게 나을 듯하다는 나의 판단은 전적으로 나의 주관적인 견해이다. 그만큼 책에는 엄청나게 방대한 식품의 종류와 그에 연관된 지식과 정보들이 담겨져 있다. 어느 독자는 사전을 펼쳐놓고 찾아가며 읽었다고 하는데, 그럴 욕심을 가지지 않고 책장을 넘긴다면 어쩌면 그 지식의 방대함에 기가 눌려 옴짝달싹 못할 수도 있다. 바로 내가 그랬다.

나는 사실 이 책이 “통조림의 탄생”이라는 제목에서 시사하듯 통조림의 탄생을 좇아가는 인문학적 또는 사회학적 서사가 아닐까 추측했다. 그래서 정글을 탐험하듯 다양한 이야기를 쫓다보면 어느새 통조림의 기원과 만나고, 그리고 그 이후 계속 발전해 나가는 통조림을 통한 다양한 담론들을 조우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보존식품의 모든 것을 한 권의 책에 다 담으려고 시도한 듯 보였다. 그러다보니 엄청난 사료를 바탕으로 한 전 세계의 음식 보존법이 총 망라된다. 염장법, 훈연법, 공기차단법, 염지법, 발효법, 초절임법, 당절임, 산, 지방 그리고 통조림법, 농축법, 저온살균법, 냉동법, 방부제법, 방사선처리법, 고압처리법이 100쪽 가까이 이어진다. 그 와중에 식중독균, 대장균 등 다양한 세균에 대한 설명이 삽입되어 있다. 그리고 다시 책은 온갖 음식에 대한 설명이 음식 종류별로 이어진다. 육류, 생선, 갑각류, 조개류, 문어류, 가금류, 곡류, 콩류, 유제품, 과일, 탄수화물 그리고 디저트까지.

그러다보니 온갖 정보에 눌리기 시작하면서 1초에 두세 개씩 나타나는 새로운 용어들은 나를 무장해체시키고 말았다. 다행히 200쪽을 넘어가자 내가 원했던 분야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지리적 여건에 따른 식품의 운송 이야기, 지역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음식 이야기, 마지막 양념장 이야기들까지.

이 책에는 매우 많은 과거의 다양한 음식 보존방법이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정말 오래된 식품들의 홍보포스터 들이 거의 매 쪽마다 삽입되어 있다. 음식을 좋아하고, 여러 재료로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고, 양념 만들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분명히 좋아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 나처럼 어떤 사회학적, 인류문화적, 인문학적 이야기를 생각하는 분이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다. 덧붙인다면, 이렇게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한 권의 책으로 남긴 저자의 집요함과 전문적인 책임감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꼭 전해져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수고한 저자의 노력이 더욱 많이 공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존식품을 자세히 뜯어보면 문화의 지문이 가득 남아 있다.” (10쪽)
“영어에서 사회집단을 구별짓는 특성과 음식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모두 ‘culture’(문화,와 균의 배양이라는 뜻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라 부르는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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