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늑대의 다섯 번째 겨울
손승휘 지음, 이재현 그림 / 책이있는마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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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늑대의 다섯 번째 겨울>

 

동물을 지극히 사랑하는 작가가 그린 늑대의 생존이야기.

 

시베리아 칼바람이 부는 바이칼호에 푸른늑대가 이끄는 한 무리의 늑대가 살고 있다. 다섯 번째 찾아오는 겨울은 혹독하기 그지없어 이곳에서 살아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젊은 늑대들은 경험해보지 않아 다섯 번째 겨울의 무서움을 모른다.

 


혹한이 오면

늑대는

얼어죽지 않는다.

굶어 죽는다.

(26)

 


 

바이칼호의 겨울이 고스란히 푸른 그림으로 재현된 가운데 펼쳐지는 푸른늑대의 겨울 생존기는 처절하다. 살아남기 위해 건너편 회색늑대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건너가기로 한다. 건너간다는 것은 회색 늑대와의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다. 굶어 죽느냐, 잡혀 죽느냐, 둘 중의 하나다. 다른 자료에 따르면 실제 야생 늑대들의 수명은 3년 가량 되는데, 많은 경우 동료 늑대간의 싸움에 의해 일찍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이것은 어느 늑대의 이야기다참조)

 

치밀한 전략을 짜고 호수 건너편으로 건너간 푸른늑대 무리는 가까스로 승리를 쟁취하지만 곧 회색늑대보다 더 무서운 인간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들은 과연 총을 들고 훈련된 사냥개들이 뒤쫓는 가운데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인간인 독자는 인간의 편에 서 이야기를 뒤쫓지 못하고, 늑대의 편에서 늑대를 응원하며 책을 읽게 된다.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운명이다.

결국 죽음은 필연적인 것인데, 그렇다고 죽음을 앉아서 기다릴 순 없다.

모든 생명체는 삶을 위해 본능적으로 몸부림치게 되어 있다.

살기 위해선 달려야 한다.

 

이야기는 마지막 순간에 위대한 반전을 시도한다.

이렇게 감동적인 반전이 어디 있을까.

이렇게 감동적인 패배, 이렇게 감동적인 죽음이 어디 있을까.

 

늑대는 절망하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에 죽음에게 졌을 때 죽을 뿐이다. 숨이 끊어지면서도 절망하지 않는다. (136)

 

2003DVD늑대를 보고 나서 기존의 늑대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모두 버렸다. 늑대는 사람이 위협하지 않는 이상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늑대는 겨울에 들쥐를 잡아 먹으며 버텨낸다. 2004년에는 필릿 모왓의 울지 않는 늑대를 읽으며 늑대에 대한 정보의 깊이를 더했고, 이번 푸른 늑대의 다섯번째 겨울을 읽으면서는 야생 늑대의 7년간의 기록글인 이것은 어느 늑대의 이야기다를 거의 동시에 읽었다.

 

인간은 늑대를 너무 모른다. 너무 모를뿐더러 옛날부터 나쁜 이미지로 전해져 와 어릴 때부터 악한 캐릭터의 대표적인 동물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늑대는 가장 인간친화적이며, 개와 닮았고, 한 배우자와만 사랑을 나누며 대를 이어가는 순정파다.

 

추운 겨울을 앞두고, 군고구마 껍질을 벗겨 호호 불며, 이불을 덮고 책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들기를. 꽁꽁 얼어붙은 바이칼의 푸른 호수가 당신 가슴을 파고 들 것이다. 150여 쪽의 얇은 책이다. 움직이지 않고 앉은 채 읽을 수 있다. 초등학생 자녀, 청소년 자녀와 함께 읽고 늑대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우리 역시 절망하지 않는 법을 배울 것이다. 사랑을 나누는, 체온을 나누어 삶을 이어가는 법을 배울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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