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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에는 왜 욱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오카다 다카시 지음, 최용우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독서후기 <내 주위에는 왜 욱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과대자기증후군이라 명명된 사람들에 대하여.

사람을 잘 만나야 된다고들 했다.
사회생활을 하면, 일이 힘든 것보다 사람이 힘든 거라고.
일이 힘든 건 참을 수 있지만 사람이 힘든 건 참을 수 없다고.
어느새 30년 가까이 사회생활을 해본 경험으로 본다면, 반은 맞는 말이다.
일이 너무 힘들어서 회사 생활이 힘들 수도 있지만, 일이 힘든 것보다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회사생활이 더 힘든 것도 많다. 만약 그 사람이 정말 감당하기 힘든 유형의 성격을 가진 경우라면 그의 사회생활은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을 것이다.
나는 30여년의 사회생활 중 직장을 옮기는 경험을 나름 꽤 여러 번 했다. 8년, 7년, 7년 그리고 현재까지 6년째 이어가고 있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졌는지는 세어볼 수도 없다. 다혈질인 상사도 있었고, 글로 표현하기 힘든 독특하고 괴팍한 성격을 가져서 부서마다 쫓겨난 사람도 있었고, 갑질에 갑질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기가 최고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하여튼 각양각색이었다. 같은 부서에 있던 동료 한 명은 직장 상사의 앞뒤 가리지 않는 불같은 성격 때문에 원형탈모증이 생겼다며 나에게 머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상담을 통해 다른 부서로 옮겨갔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내가 아주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역시 잘못된 기준점을 가지고 내린 것이어서 솔직히 곧이곧대로 다른 사람에게도 그 기준을 같이 적용할 수가 없다.
참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지만 요즘은 무서운 사회를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데이트하다가 헤어졌다고 사람을 죽여버리는 뉴스가 너무 자주 나오다보니 딸 가진 아빠로서 모든 게 다 걱정이 된다.
이 책은 갑자기 그런 사람들이 많아진 듯한 사회를 바라보면서, 일본의 정신의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오카다 다카시 교수가 다양한 사례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내놓은 정신분석 심리교양서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을 총칭하여 ‘과대자기증후군’이라 이름을 붙였다. 과거에는 없다가 갑자기 ADHD증후군 질병이 늘어난 것처럼, 과대자기증후군 역시 과거에는 특별히 발견되지 않던 신종 정신질병의 하나로 판단하였다.
과대자기증후군은 흉악한 범죄자 및 위험한 지도자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바로 우리 주변으로도 확산되고 있는 정신 병리이며,
마음속에 공허함이나 불만을 지닌 사람일수록 이 증후군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
...
과대자기증후군에 대한 고찰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현대사회가 내포한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일이기도 하다. (왜 내 주위에는 욱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중에서)
저자는 이 책에서 과대자기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의 사례와 특성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판타지가 우위에 있는 경향, 미숙한 전능감 및 자기과시성, 타인에 대한 비공감적 태도, 자신 생각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격렬한 분노, 쉽게 상처받으며 또 받은 상처에 오래 사로잡혀 있는 것 등을 공통적인 특성으로 꼽았다.
그는 갑질 횡포, 집단적인 따돌림, 데이트 폭력, 아동학대 등이 모두 이러한 ‘과대자기증후군’의 기저로 인해 발생한다고 보았다. 너무 갑자기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가 모두 ‘과대자기증후군’이라는 정신 질병의 원인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공통된 기저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심각한 범죄로 나타나는 이러한 사회적 병리 현상에 대해 우리가 개인적으로 무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겠지만, 이 책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이해하게 하고, 미시적인 부분에서 우리의 대처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2005년에 일본에서 초판 발행된 책이므로, 이러한 사회적 병리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오래 전에 나타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갑자기 이런 사람들이 왜 많아졌는지 이해하고 이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지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우주 공동체적인 마음으로 이러한 사회가 되지 않도록 자신부터 이웃을 대하는 마음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좀 충격적인 사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지만, 우리 사회를 냉정하게 바라보게 해 준다. 우리는 이런 사회에 살고 있다.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