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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말공부
박수밀.송원찬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리더의 말공부] 인성을 환히 밝히는 인문교양서
박수밀, 송원찬 지음


나는 리더가 아니다. 누군가를 리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스스로 늘 난 리더감이 아냐, 난 기획자 역할, 보조 역할, 큰 그림 때문에 놓치는 작은 일들을 소리없이 채우는 역할자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큰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책이었고, 필요가 없을 것 같은 책이었고, 나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중요한 책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문득, 요즘 “아빠 말투가 좀 공격적으로 변했어.” 라는 말을 딸에게서, 가족에게서 자주 듣게 된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나는 가족 중에서 가끔 리더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늘 리더는 아니었지만 어떨 때는 최종 결정을 하거나 마지막 선택을 하는 위치에 있기도 했고, 그런 결정에 도움을 주거나 의견을 주는 입장에 서기도 했다. 그러니까 어떻게보면 리더란, 하나의 권력으로 타인을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결정이나 선택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지혜로운 의견을 제시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역할이나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래서, 나는 리더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꼭 리더만 읽어야 할 책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집어들었다. 책은 고전인문교양서라는 이름을 붙이면 딱 좋을 책이었다.
리더의 자질을 아(我)-나, 사(思)-생각, 판(判)-판단, 행(行)-행동, 관(關)-관계의 다섯 가지로 보고 고전에서 아, 사, 판, 행, 관에 관련된 좋은 글을 뽑고, 글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왜 이 덕목이 리더에게 필요한가를 설명한다.
당연히 리더라는 조건이 반드시 시대를 이끌어갈 사람일 필요는 없다. 어느 자리에서든 어느 모임에서든 그 자리를, 그 모임을 이끌 사람은 필요하기 마련이고, 맨 앞에 서지 않아도 그 자리를 함께 꾸려간다면 리더가 될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균적이고 보편적인 인성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좀 딱딱한 책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책은 의외로 재미있고 쉽게 읽혔다. 그리고 내 상황에 딱 맞는 좋은 글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침 흔들리는 지하철 출근길에서 읽으며 여기저기 밑줄을 그으며 갔다.
“산속의 적은 물리치기 쉬우나, 마음속의 적은 물리치기 어렵다”고 했고, 여씨춘추에서는 “남을 이기려는 자는 반드시 먼저 자신부터 이겨야 하고, 남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자는 반드시 자신부터 논해야 한다”라고 했다. 요즘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기도 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반성을 해 본다.

당나라 선승인 임제는 ‘임제록’에서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 서 있는 곳이 모두 참되다.”라고 했다. “어떻게 하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남들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따라가면 된다.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를 따르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는 것이다.” (리더의 말공부, 031쪽) 지금 날마다 폭력처럼 쏟아지는 야근 속에서 버티는 하루로 방황하는 내게 무언가 암시의 글을 주기도 한다.
임진왜란 때 일본인 군인으로 총을 들고 조선으로 들어왔다가 우리나라로 귀화해 조선인과 결혼하고 평생 조선인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며 삶을 마감한 시야가 김충선이 자녀들에게 남긴 글은 가슴을 아프게 했다.
남이 잘한 것이 있으면 칭찬해주고,
남이 잘못하거든 덮어주어라.
남이 나를 해치려 해도 맞서지 말고,
남이 나를 비방해도 묵묵히 참으라,
그러면 해치던 자가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비방하던 자는 스스로 그만 둘 것이다.
(김충선, 모하당집, 가훈편, 리더의 말공부 270쪽)
기대 이상으로 재밌게, 의미있게, 쉽게 읽었다. 리더가 되기는 싫지만, 이런 리더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 좋은 문구들은 가슴에 차곡차곡 담아본다. 작가들은 힘들게 썼겠지만 인문서들이 이렇게 쉽게 쓰여진다면 대중적인 확산도 잘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는 정답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다양함을 이해하고 바람직한 삶을 고민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를 확인해주는 것이 여행이다.“
(리더의 말공부, 25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