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왜 경계 밖에서 이루어지는가 - 추격자에서 지배자로 도약한 기업들의 혁신전략
마크 W. 존슨 지음, 이진원 옮김 / 토네이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전략 컨설팅 회사 이노사이트(Innosight)의 회장 마크 존슨이 쓴 혁신은 왜 경계 밖에서 이루어지는가를 지인에게 선물 받고,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의 성공 기업의 딜레마 같은 책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노사이트의 공동 창업자이자 혁신 전략가인 두 사람의 이론에서 공집합은 무엇이고 차집합은 무엇일까...... 뭐 이런 바람직한 생각을 해야 하는데, 책을 읽다보니 역시나 생각이 ‘샛길’로 빠져서, 이상하게도 야구 책, 레너드 코페트의 야구란 무엇인가가 떠올랐다.

 

무서움.

 

야구란 무엇인가는 ‘무서움’이란 한 단어 문장으로 시작한다. 인간의 마음에 내재돼 있는 무서움이야말로 야구를 설명하는 첫 번째 화두가 돼야 하며, 투수들이 구사하는 모든 피칭 전술과 타자들을 괴롭히는 모든 문제점은 바로 이 무서움과 그와 연관된 반사 동작에서 비롯되어 발전된 것들이라고 말한다. 야구깨나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화두를 접하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 전략을 다룬 책을 읽으면서 생뚱맞게 《야구란 무엇인가》를 떠올린 건, 이 책 역시 첫 화두로 ‘두려움’을 꼽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조하는 데 실패하는 이유가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업과 그 구성원은 지금까지 자신들을 성공으로 이끈(또는 그럴 거라 믿는) 기존의 경영 모델, 기준, 활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혁신의 영역으로 뛰어드는 걸 기피하고 거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불확실성과 위험 부담, 무엇보다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기존의 모델과 프로세스,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혁신을 시도한다는 것(화이트 스페이스를 공략한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기존 핵심 시장에서 신제품 개발과 프로세스 개선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길일까. 그와 같은 효율성 제고를 통한 성장이 필연적으로 한계에 다다르고 성장 갭에 직면할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결국 새로운 혁신은 두렵고 불확실한 일이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실행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파괴적 혁신이 기성 기업이 아니라 신생 벤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더 많은 이유, 그리고 삼성같이 효율성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글로벌 거물 기업이 ‘미래 먹거리’를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저자는 고객가치 명제, 이익창출 공식, 핵심 자원, 핵심 프로세스라는 네 가지 상호의존적 요소로 이루어진 비즈니스 모델 틀을 혁신의 준거로 제시한다. 그리고 그 틀에 입각해 애플, 아마존, 다우코닝, 힐티, 이케아, 자라,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성공적인 혁신 사례들을 조명하고 실천 해법을 제시한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CEO의 책답게, 사례들은 대부분 직접 인터뷰와 조사를 통해 정리한 것들이어서 매우 구체적이고 그래서 읽는 재미가 있다. 특히 새로운 혁신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관리자나 재무 팀이 이런 저런 태클을 거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회사에서 흔히 보고 겪는 모습이어서 공감의 쓴웃음을 자아낸다. 사례들 가운데 일부는 익히 들어본 것들이지만 저자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 틀을 잣대로 분석해서 식상하다는 느낌은 별로 없다. 개인적 관심사 때문인지, 사례들 가운데 친환경 매장 홀푸드마켓과 전기차 네트워크 서비스업체 베터플레이스 그리고 인도 타타자동차와 유니레버 인도법인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의 배우 수업》에 소개된 연극 연기 일화에서 도출한 ‘창조적 영감은 종종 구조로 이어지지만 그만큼 구조가 창의성을 일깨우기도 한다’는 구절은 책을 덮은 뒤에도 여운이 느껴지는 대목. 새로운 비즈니스 창조에 있어서 구조(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명제는 비단 경영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 대입해볼 만한 생각거리인 듯하다.

 

이 책은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려면, 아니 최소한 단명하지 않으려면 기존 시장의 변화(내부의 화이트 스페이스 공략), 신규 시장의 창출(외부의 화이트 스페이스 공략), 산업의 불연속성 문제의 해결(중간에 있는 화이트 스페이스 공략)이라는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야 한다며 로드맵을 펼친다. 이 책을 읽으면 정말 그 길을 성공적으로 걸어갈 수 있을까. 적어도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는 당위와 길에 관한 지도 하나는 얻게 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 두려움(무서움) 자체는 떨칠 수 있다. 그게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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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의 경제학 - 정보 비만과 관심 결핍의 시대를 사는 새로운 관점
토머스 데이븐포트.존 벡 지음, 김병조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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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발간된 경제경영 트렌드서 중에서 <롱테일 경제학>과 함께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두 책 모두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대변되는 정보 폭증과 디지털 혁명으로 요약되는 오늘날 경제사회를 바라보는 긴요한 통찰을 남긴다. <롱테일의 경제학>은 잘 알려져 있으므로, <관심의 경제학>에 대해 얘기해보자.
심리학자 먼셀은 "관심(attention) 그 자체에 대해 길게 얘기할 필요는 없다. 사려 깊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관심의 본질과 조건에 대해 알고 있으니까"라고 말했고, 윌리엄 제임스는 "관심이 무엇인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관심의 중요성을 잊곤 한다. 듣고 나면 자명한 사실이기에.
그런데 관심을 대인관계라든가 자기계발의 측면(예컨대 비슷한 시기 발간된 <관심>과 <뜨거운 관심>에서 보듯)으로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사회질서의 중요한 희소가치, 그리고 기업 경영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체로 연결지어 바라보는 것이라면, 그건 다른 문제가 된다. 저자들에 의하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은 일찍이 "정보가 무엇을 소비하는지는 분명하다. 바로 정보 수용자의 관심이다. 따라서 정보가 넘쳐나면 관심은 부족하게 된다"고 통찰했고, 미첼 웨이드는 인터넷의 무한한 잠재력을 제약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간의 관심이라고 말했으며, 톰 포르탄트와 론 타로는 10년 전 <와이어드(Wired)>에 기고한 글에서 정보경제 시대에 가장 부족한 자원은 관심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클 골드하버는 이 책의 원제(The Attention Economy)에 영감을 주었고 인터넷이야말로 관심에 관한 훌륭한 시장이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었다.
스스로 밝히듯, 저자들은 관심이란 주제에 관해 처음으로 주목하거나 최초로 책을 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자들은 감히 이렇게 적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이 관심의 경영학적 의미를 상세히 연구한 최초의 책이라고 믿는다." 정말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생각엔 그렇다. '(관심의 경영학적 의미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서적)'이란 조건을 단다면 주저 없이 그렇다고 인정할 수 있다.
공동저자인 토머스 데이븐포트는 고(故) 피터 드러커, 톰 프리드먼과 함께 3대 경영전략가로 불린 세계적인 컨설턴트이자 학자이고, 존 벡 역시 높은 명성을 지닌 컨설턴트이자 학자이다. 저자들이 단순히 학자가 아니라 정상(급)의 컨설턴트라는 점은 이 책의 장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책의 경우 '관심')을 캐치해내고, 이를 화두 수준이 아니라 본격적인 연구를 통해 하나의 전면화된 성과물(논문을 넘어서 '책')로 빚어내며, '학자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대중적으로 읽힐 수 있는 글을 써내고, 컨설턴트로서 수많은 사례들을 예로 들면서 풍부한 근거를 마련해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책 이후(원서는 여러 해 전에 발간되었다), 학계에 '관심'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했고 관심경제 혹은 주목경제란 이름으로 지금도 주요한 경제경영 화두로 학자들 사이에 논의되고 있다. 미국에서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에 올랐음은 물론, 아마존닷컴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도서'로 손꼽힌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니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그리 난해하지도 않다. 이 책은 대학과 연구소가 아니라 기업 현장의 독자들에게 눈 높이를 잘 맞춘 책이라는 판단이 든다. 이는 북 디자인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이 책은 전형적인 단행본 레이아웃에서 탈피하여 매거진 스타일의 레이아웃으로 꾸며져 있다. 쭉 흘러나가는 본문 텍스트 사이사이에 핵심적인 내용을 한두 문장으로 정리해주는 '○○의 법칙'이 있고, 딱히 어느 구절에 관한 주석은 아니지만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를 발췌한 글이 좌우 박스에 들어 있으며, 촌철살인에 가까운 짧은 경구 혹은 잠언 역시 좌우 빈 공간에 큰따옴표(" ")로 쳐져 삽입되어 있다. 요소가 많아서 다소 산만해 보일 수 있다는 단점은 인터넷에서와 마찬가지로 비선형적 가지치기로 풍부한 생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는 장점과 동전의 양면이다.
저자들이 얼마나 감각적이고 대중적인가는 본문의 시작을 롭 리핀코트라는 실제 인물에 대한 묘사로 시작하는 데서 알 수 있다. 그의 사례는 오늘날 관심이 얼마나 중요하고 희소한 가치인지를 보여주면서 독자들이 책을 펼치자마자 몰입하게 하는 훌륭한 장치이다.(개인적으로는, 첫 구절이 팔할을 좌우하는 멋진 신문 칼럼의 들머리를 보는 것 같았다)
그 외에도 GE, GM, 시어스, 소니, 시스코, 아마존닷컴부터 삼성(!)까지 여러 기업의 사례들이 풍부하게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의 사례가 흥미로웠다. 관심을 얻으려는 경쟁이 가열됨에 따라 관심 획득을 위한 과도한 기술 사용을 금지시키는 조치가 내려지기도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사장인 스콧 맥닐리는 사내에서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또 어떤 사장들은 사내용 문서를 컬러 프린트로 인쇄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유는 관심을 얻기 위해 쓸데없이 많은 돈과 기교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지양하기 위해서다. 직장인이라면, 얼마나 많은 직장인들이(물론 자신을 포함해서!) 파워포인트와 워드 문서를 화려하고 컬러풀하게 꾸미기 위해 허튼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지 잘 알 것이다.
비서에 대한 저자들의 견해 또한 신선할 듯하다. 흔히 비서를 사양직종으로(심하게는 이제 쓸모 없다고) 여기는데, 저자들은 비서가 수많은 정보들(그 가운데 긴요하지 않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을 필터링해서 1분 1초가 중요한 경영진의 관심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비서가 간과해선 안될 존재임을 피력한다. 경영자든, 말단 사원이든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직책에 맞게 관심을 집중해서 일할 수 있으려면, 관심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걸러주고 대신 처리해줄 사람이 필요하며 그렇게 하는 게 비용절감과 효율성 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인간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이기만 한 존재는 아니라는 관점을 견지한 4장 '아메바에서 유인원까지: 관심의 정신생물학' 내용도 합리적 모델에 대한 의구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흥미진진하게 읽을 만하다. 20세기 초반 포드 자동차공장의 사례(외국인 노동자도 금세 익힐 수 있는 간단하고 반복적인 작업과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물질적 보상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책 2년도 되기 전에 공장을 그만두었다), 인간의 관심과 행위의 우선순위는 1차적으로 본능적인 면에 좌우되며(여전히!) 특히 생존에 관련된 사항은 무엇보다 우선시된다는 주장(생명과 직결된 사건이나 상황은 최우선시되며, 살인이나 끔찍한 교통사고에 우리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은 공감 여부를 떠나 곱씹어 보아야 할 이야기임에 분명하다.
얘기가 너무 길어졌으니, 이쯤에서 정리하자. 이 책은 지금의 경제사회를 읽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관심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책이며, 원서가 나온 지 여러 해 지났기에 개별 사례의 시의성은 간혹 떨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큰 맥락에서 (정보 비만과 관심 결핍 현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후로도 오랫동안 시의성과 가치를 지닐 책이다. 경제사회 트렌드와 새 경영기법에 주목하는 이라면, 이 책은 읽어두어야 할 가치 있는 책이다. 어떤 의미에서, 아마존닷컴 '올해의 도서'에 선정된 책이니, 국내 도서전문가가 추천한 '이 달의 종합 우수도서'니 하는 훈장은 오히려 부차적이다. 더 널리 알려지고 읽혀야 마땅한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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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보화 사회의 희소성 요소 관심! <관심의 경제학>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08-21 19:09 
    관심의 경제학토머스 데이븐포트.존 벡 지음, 김병조 외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전반적인 리뷰2007년 8월 21일 읽은 책이다. 이 책의 핵심은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정보화 시대는 관심이 핵심적인 희소성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매우 심플하다. 사실 이게 책내용의 전부다. 너무나도 심플하고 강렬해서 얻을 게 별로 없어 보이는 듯이 보이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관점들에 대한 얘기에 이것 저것 생각해보는 그 과정만은 책 읽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