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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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주 똑같은 꿈을 꿔. 나와 아키가 배에 타고 있어. 기나긴 항해를 하는 커다란 배야. 우리는 단둘이 작은 선실에 있고, 밤늦은 시간이라 둥근 창 밖으로 보름달이 보여. 그런데 그 달은 투명하고 깨끗한 얼음으로 만들어졌어. 아래 절반은 바다에 잠겨 있고. '저건 달처럼 보이지만 실은 얼음으로 되어 있고, 두께는 한 이십 센티미터쯤이야.' 아키가 내게 알려줘. '그래서 아침이 와서 해가 뜨면 녹아버려.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 동안 잘 봐두는 게 좋아.' 그런 꿈을 볓 번이나 되풀이해서 꿨어. 무척 아름다운 꿈이야. 언제나 똑같은 달. 두께는 언제나 이십 센티미터. 아래 절반은 바다에 잠겨 있어.      - p.96

 

가을이 찾아오던 어느 날 하루키 책이 곧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헤밍웨이의 단편소설집과 동명의 책이란다.

헤밍웨이의 책은 그간 많이 읽지 않아 그런 제목도 처음 들었다.

 

하루키의 장편도 좋지만 단편이나 에세이가 더 좋을 때가 많았다.

하루키의 소설 중에 여자 없는 남자들이 주인공인 적은 없었는데...

그래서 읽기 전엔 여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 줄 알았는데...그건 아니다.

여자가 나오긴 하지만 여자를 잃어버렸거나 내 여자는 아니거나...뭐 이런 남자들이 나온다.

 

 

● 드라이브 마이 카

배우가 직업인 가후쿠는 운전기사를 구하게 되는데 여자 운전기사이다.

여자 운전자들에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여자는 남다르다.

가후쿠는 배우가 직업인 아내가 있었지만 몇해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줄 알았던 부부관계는 사실 알고보면 아내의 지속적인 외도가 숨겨져 있었다.

아내는 왜 다른 남자들을 만난 것일까?

 

"내가 아닌 것이 되는 게 좋아요?"

"다시 원래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안다면."      - p.32

 

 

● 예스터데이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를 간사이 사투리로 부르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아마도 결혼하기로 되어있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 여자친구를 주인공에게 소개시켜준다.

뭔가 둘 사이에는 말로 설명할수 없는 문제가 있다.

결국 그 매혹적인 여자친구와 간사이 사투리를 부르던 친구는 홀로 따로따로 지내게 된다.

 

뭔가...단편 '반딧불이' - 상실의 시대 를 생각나게 하는 단편이었다.

 

 

● 독립기관

수많은 여자들을 한꺼번에 또 따로 만나고 다니는 성형외과 의사인 도카이

진정으로 여자를 사랑한 적은 없다.

그런데 그런 그가 진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다.

그런데 그 여자로 인해 서서히 죽어가게 된다.

자기처럼 여러 남자를 만나던 그 여자에게 역으로 당한 것이다.

 

모든 여자는 거짓말을 하기 위한 특별한 독립기관을 태생적으로 갖추고 있다,는 것이 도카이의 개인적인 의견이었다. 어떤 거짓말을 언제 어떻게 하느냐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모든 여자는 어느 시점에 반드시, 그것도 중요한 일로 거짓말을 한다. 중요하지 않은 일로도 물론 거짓말을 하지만 그건 제쳐두고, 아무튼 가장 중요한 대목에서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때 대부분의 여자들은 얼굴빛 하나, 목소리 하나 바뀌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건 그녀가 아니라 그녀 몸의 독립기관이 제멋대로 저지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그녀들의 아름다운 양심이 상처받거나, 그녀들의 평안한 잠이 방해받거나 하는 일은-특수한 예외를 별도로 친다면-일어나지 않는다.     - p.166

 

 

● 셰에라자드

어딘가에 갇혀 지내는 하바라와 그에게 식료품을 정기적으로 가져다주고 같이 잠자리도 하는 여자.

하바라는 그녀를 천일야화의 셰에라자드라고 이름붙였다.

기가막히게 이야기를 잘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고등학교시절 짝사랑 하던 남학생의 집에 몰래 들어가 볼펜이나 티셔츠를 훔치던 시절 이야기를 해준다.

몇 번을 그렇게 몰래 들어갔는데 어느 날 자물쇠가 바뀌어 있었다.

그녀는 그 이후로 그 집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대학교에 가서 우연히 다시 그를 만난다...

아..뭔가 재밌는 얘기가 나올 거 같은데...셰에라자드는 다음에 와서 이야기해 준단다.

그러고는 끝___

 

하루키 아저씨...저도 궁금하다고요....ㅜㅜ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현실에 편입되어 있으면서도 현실을 무효로 만들어주는 특수한 시간, 그것이 여자들이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 p.214

 

 

● 기노

기노는 아내가 자신의 회사 동료와 바람 피우는 것을 목격하고 회사도 그만두고 집도 나가게 된다.

그러고는 기노라는 작은 바를 운영하게 된다.

그 가게에는 기묘한 사나이와 그리고 생각나면 찾아오는 고양이가 있다.

뭔가 기묘한 이야기잖아...

그런데 이상한 커플이 오기 시작하면서 뭔가 묘하게 달라진다.

어느 날은 커플 중 여자만 와서 기노와 자고 간다. 몸에 담뱃불 화상을 보여주면서...

그러고는 이상한 일이 생긴다...

기묘한 사나이는 기노에게 당분가 떠나 있으라고 한다...

아내에게 상처받지 않은 듯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지만...

사실 기노는 '상처받았다. 그것도 몹시 깊이'

 

기노가 떠나 여행을 하는 모습이...왠지 '양을 쫓는 사나이'를 보는 것 같았다...

 

 

● 사랑하는 잠자

아..이건 읽는 내내 정말 좋았다.

카프카의 '변신'을 모티브로 썼나보다.

변신의 후속이랄까....

 

카프카의 '변신'에서 인간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로 변했다면...

하루키의 '사랑하는 잠자'에서는 벌레 그레고르 잠자가 인간으로 변했나보다...

 

잠에서 깼을때 마치 카프카의 '변신'에서 가족들이 모두 즐기러 나간 그 상태인 듯, 집에는 아무도 없다.

막 식사를 하려다가 나간 것처럼 식탁에 음식도 차려놓고 말이다.

 

이 무슨 꼴사나운 몸뚱이인가. 벌거벗은 자신의 육체를 쭉 훑어보고 보이지 않는 부분은 손으로 더듬어보며 잠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꼴사납기만 한 것이 아니다. 너무도 무방비하다. 미끄럽고 허여멀건 피부(허울뿐인 체모가 덮여 있다), 보호해주는 게 전혀 없는 보들보들한 복부, 믿을 수 없을 만큼 기묘한 모양의 생식기, 두 개씩밖에 없는 길쭉한 팔다리, 퍼렇게 도드라진 허약한 혈관, 금세라도 부러질 듯 불안정하고 가느다란 목, 일그러진 큰 머리통. 그 위를 뒤덮은 잔뜩 헝클어진 긴 머리털, 조개껍데기처럼 좌우로 불쑥 튀어나온 귀. 이런 것이 정말 나인가? 이렇게 불합리한, 그리고 간단히 손상될 듯한 몸뚱이로(방어할 껍데기도, 공격할 무기도 주어져 있지 않다) 과연 이 세계에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 왜 물고기가 되지 않았을까. 왜 해바라기가 되지 않았을까. 물고기나 해바라기라면 그나마 좀 말이 된다. 적어도 그레고르 잠자인 것보다는 훨씬 말이 된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 p.280

 

역시 하루키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꼴사나운 몸뚱이라니...흐흐

 

그래서 잠시 내가 벌레나 다른 동물이였다가 갑자기 자고 일어났는데 인간이 되어있다면 무슨 느낌일까를 생각해봤다.

정말...끔찍할거 같다.

태어날때 제일 나약한 동물이 인간이지 않은가...

무엇하나 혼자 해결할 수 없고...당장 도구가 없으면 밥도 못먹는게 인간이다..

겨울이 되면 얼어죽을것이고...

 

아...저 잠자는 얼마나 끔찍했을까...

 

그런 잠자에게 여자가 찾아온다. 열쇠 수리공이다.

곱추처럼 굽은 등에 굼실굼실 움직이는 몸이라니...그런데 그런 여자를 보고 잠자는 흥분을 한다.

여자의 말에 의하면 세계가 무너져가고 있단다...

그 와중에 잠자는 그 여자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잠자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물었다.

"누군가를 보고 싶다고 계속 생각하면 언젠가는 틀림없이 다시 만날 수 있어요."       - p.309

 

 

 

● 여자 없는 남자들

한밤중 한시가 넘어 걸려온 전화가 나를 깨운다. 한밤중의 전화벨은 언제나 거칠다. 누군가가 흉포한 쇠붙이로 세상을 깨부수려는 것만 같다. 인류의 일원으로서 나는 그것을 막아야 한다.     - p.315

 

갑작스런 전화벨 소리에 주인공은 잠에서 깨어난다.

오래전 만났던 여자의 남편이었다.

남편은 그 여자의 부고 소식을 알려준다.

안본지 오래된 여자의 부고 소식이라...결혼 소식도 못들었는데...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그건 여자 없는 남자들이 아니고는 이해하지 못한다.     - p.327

 

아...나도 여자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여자는 남자가 없어도 억척스럽게 살 수 있을것 같지만...남자들은 좀 다르긴 할 거 같다.

그래서 항상 하는 말 중에 집안에 여자 그러니까 엄마가 바로 서야 집이 잘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아빠 없는 집은 어떻게 그럭저럭 굴러가지만, 엄마 없는 집은 모든게 와장창 무너지게 되는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그날은 아주 작은 예고나 힌트도 주지 않은 채, 예감도 징조도 없이, 노크도 헛기침도 생략하고 느닷없이 당신을 찾아온다. 모퉁이 하나를 돌면 자신이 이미 그곳에 있음을 당신은 안다. 하지만 이젠 되돌아갈 수 없다. 일단 모퉁이를 돌면 그것이 당신에게 단 하나의 세계가 되어버린다. 그 세계에서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로 불린다. 한없이 차가운 복수형으로.     - p.327

 
 

 

 

 

 

여자 없는 남자들이란 제목이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헤밍웨이의 단편집 제목이었다.

 

 

 

 

별책부록으로 준 헤밍웨이의 저 단편집엔 3개가 실려있다.

- 하얀 코끼리 같은 산

- 살인자들

- 이제 내 몸을 뉘며

 

헤밍웨이의 책은 어릴 때 '킬리만자로의 눈'은 정말 감명깊게 읽었었다. 이제와 기억은 잘 안나지만 가본적도 없는 '킬리만자로'가 내 눈 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참, 대단한 작가이다.

그런데 저 단편을 읽다보니...하루키가 헤밍웨이의 영향도 많이 받았나보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키같은 문체잖아....

엊그제 무진기행 읽을때도 그랬는데...ㅋ

헤밍웨이의 여러 책들을 읽어봐야겠다.

오랫동안 읽고 싶지만 읽고 싶지 않은 애증의 '노인과 바다'부터...

 

 

윤종신이 이 책을 읽고 '여자 없는 남자들'이란 곡을 만들어 불렀는데...

나름 분위기가 좋은 곡이었다.

  

 

책을 읽으며 조금 우울하기도 했었는데...

책 마지막에 나오는 퍼시 페이스의 <A Summer Place - 피서지에서 생긴 일> 를 들으며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하루키의 음악 선곡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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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불륜 : 파울로 코엘료 장편소설
파울로 코엘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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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여자라면...꼭 읽어봐야할책....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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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불륜 : 파울로 코엘료 장편소설
파울로 코엘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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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이런 걸까? 아이들을 재우고 우리도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면서 남편에게 묻는다.

"이렇다니, 뭐가?"

모두 나 같아? 기분이 아주 좋거나 아주 나쁘거나 하는 거야?

"그렇지 않을까? 누구나 자제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 뿐이야. 숨어 있는 괴물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ebook - p.156/296 -     

 

 

대놓고 제목부터 '불륜'이라서 무슨 책인데...이랬다가...파울로 코엘료의 책이라 한 번 더 놀랐다.

그간 아름다운 글로 독자를 사로잡았는데...이번엔 무슨 파격적인 변신일까?

책소개를 읽고 나서는 더욱 궁금해졌다.

이건 결혼한 여성이라면 한번쯤 느껴봤을 그런 권태로움이잖어...

 

주인공은 서른살의 여기자.

직업적으로도 안정적이고, 나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으며 좋은 남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가 있다.

그런데 갑자기 공허해진다. 그 즈음에 고등학교 때 잠깐 만났던 과거의 남자친구도 만난다.

그 남자친구와 일로 만났지만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이렇게 이야기가 끝났으면....'뭐야, 늘상 있던 이야기잖아. 시시해' 라고 말했을텐데...

역시 노련한 작가라서일까...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거기엔 아내를 몰아세우지 않는 착한 남편이 있기에 가능하긴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착한 남편이 있는건 아니니까... 

 

 

처음 읽기 시작했을땐 적나라한 정사 장면이나, 부도덕적인 주인공의 모습에 좀 읽기 싫기도 했고...

소설 초반엔 너무나도 평범한? (흔히 있을법한) 내용에 조금 실망했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고

책을 다 읽었을 땐 파울로 코엘료에게 감동하고 있었다.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잖아. '아, 내 인생이 기대했던 대로 풀리지 않는구나.' 하지만 인생이, 너는 날 위해 뭘 했느냐고 묻는다면 뭐라 대답할까?"

나한테 묻는거야?

"아니, 나 자신한테 묻는 거야.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믿음을 가져야 돼. 그러려면 편견이라는 장애물을 무너뜨려야 해. 또 그럴 용기를 내려면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고. 이런 식으로 계속 이어지는 거지. 우리, 주어진 날들에 만족하며 살아가자. 삶이 우리 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삶은 언제나 더 좋은 곳으로 나아가려고 하잖아. 우리가 거기에 힘을 합해야지."

ebook - p.243/296 - 

 

 

결혼을 하고 아이가 없을 때까지는 자유로웠고 스트레스도 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나니 나로서의 삶은 별로 없었다.

스트레스는 쌓여만 가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은 별로 없었다.

모든 엄마가 된 여자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그런데 그런 여자의 마음을 파울로 코엘료는 어떻게 알았을까?

남자도 그런 생각들을 하는 걸까?

 

젊은 여자의 저런 마음을 어떻게 남자 작가가 쓸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역시 할아버지 작가라 가능한 것인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를 읽을 때만큼 참으로 놀랍다.

 

 

나도 주인공처럼 직장에서 일을 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두 아이와 남편이 있다.

주인공의 남편처럼 저렇게 다정스런 말은 하진 않지만 그 이면의 사랑은 알 수 있다.

주인공의 삶처럼 모든게 완벽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그리고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아...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다.

아이들이 태어나니 모든게 달라졌는데, 나는 그대로이고 싶어하는 것이다.

모두에게 인정받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떼내 버리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나는 내 스스로가 매우 융통성이 있는 사람인줄 알았는데..알고 보니 콱 막힌 사람이었다.

그때 그때 처한 상황에 맞게 나 스스로를 맞춰 나가야는데...

모든 상황은 바뀌었는데 나는 그대로이고 싶어하다니...

 

 

"때로 잠시 멈춰서 전체를,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아. 무엇을 배웠고 어떤 실수를 했는지. 난 항상 그런 순간을 두려워했어. 물론 대충 속여넘길 순 있지. 난 항상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몇 가지 소소한 희생은 불가피했다고, 대단한 것들은 아니었다고 변명하면 되는 거니까."

ebook - p.268/296 - 

 

 

달라진다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아야지...

그리고...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받으려는 억지 노력 따위도 하지 말아야지...

(이미 그것에 대해 크게 한번 당해 더이상 그런 노력 따위는 하지 않고 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도 버리자.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나로서 완벽하려고 하지 말자.

자나깨나 아이걱정, 남편걱정, 집안일 걱정....모두 버리자...

아...이렇게 걱정하지 말자고 하는 도중에도 불쑥불쑥 아가들이 오늘 아침 왜 밥을 잘 안 먹었나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병이다...

그래..걱정을 하나도 안할 수는 없다.

그냥 가볍게 넘겨야지...

걱정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잠도 못자는 성격 탓에 아이가 태어난 뒤 발 뻗고 자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 책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최근 내가 하고 있는 이런 고민들이라던지...

어떻게 그 터널에서 빠져나와야하는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파울로 코엘료에게 감사해야지...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그것이 이 세상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가 되어야 한다.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삶은 우리에게 수없이 많은 배움의 기회를 베푼다. 모든 남자, 모든 여자가 날마다 사랑에 자신을 내맡길 좋은 기회를 만난다. 인생은 긴 휴가가 아니라 끊임없는 배움의 과정이다.

그리고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방법이다.

더 사랑하고, 또 더욱더 사랑하는 것. 언어, 국가, 견실한 스위스연방, 제네바, 내가 사는 거리, 가로등, 지금 내가 사는 집, 거실의 가구들......이 모든 것이 결국은 사라진다. 내 몸 역시 사라진다.

내가 저지른 실수들, 다른 이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결정들,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해도, 오직 한 가지, 나의 사랑만은 우주의 영혼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다.

ebook - p.293/2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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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6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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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히스클리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애가 알아서는 안돼. 넬리. 내가 그 애를 사랑하는 건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야.

그 애가 나보다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그 애의 영혼과 내 연혼이 뭘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같은 걸로

만들어져 있어. 린턴의 영혼이 우리의 영혼과 다른 것은 달빛이 번개와 다르고, 서리가 불꽃과 다른 것 과 마찬가지인걸.

 - p.130                        

 

 

 

 

 

 

사람의 기억이라는게 얼마나 부정확한 것이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어릴적 그러니까 중고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책을 꼽으라면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을 빼놓을 수가 없었다.

그 중에서도 제인 에어는 너무나도 좋아하던 책이라서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지만 폭풍의 언덕은 한 번만 읽었고

그리하여 남은 기억이라곤 황량하기 그지없는 폭풍의 언덕위의 집과 두 남녀 주인공이 서로를 몹시 사랑한다는 정도였다.

 

이제와서 제인에어가 아니라 폭풍의 언덕을 다시 읽고 싶었던 이유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딱 폭풍의 언덕을 생각나게 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런 날씨엔 폭풍의 언덕과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면 충분하다는 생각...

 

 

                                                 <등장인물 관계도>

 

 

 

 

폭풍의 언덕의 주인인 언쇼는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히스클리프'를 데리고 와서는 자기 아들인 힌들리보다도 더

애지중지 키우게 된다.

힌들리는 그런 히스클리프가 못마땅하고 아버지가 죽은뒤 히스클리프를 못살게 군다.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매우 사랑하지만 뼛속부터 천한 히스클리프와 결혼하면 자신도 그렇게 될까 겁이나 에드거와

결혼한다.

히스클리프는 폭풍의 언덕을 떠났다가 3년뒤 부자가 되어 돌아온다. 힌들리와 린턴가문에 복수를 결심한다.

이사벨라가 자신을 맘에 두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이사벨라와 결혼을 함으로써 복수에 한발짝 다가선다.

이미 폐인이 되어있던 힌들리도, 이사벨라도 그리고 캐서린마저도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

결국은 힌들리는 죽고 그 아들인 헤어턴의 재산도, 린턴가문의 재산도 모두 히스클리프의 것이 되지만 캐서린의 딸인

캐시보다도 더 캐서린을 닮은 헤어턴을 보면서 히스클리프는 심경이 복잡하다. 그러다 결국은 캐서린 옆으로 떠나게 된다...

모든게 뒤죽박죽이었지만 결국은 헤어턴과 캐시가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며 결국 제자리로 돌아간다.

 

히스클리프 소유의 '티티새 지나는 농원'에 세를 들어 살게된 록우드 씨에게 모든 걸 다 알고있는 하녀 엘렌이 모든 사건의

전말을 얘기하는 방식으로 쓰여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딘가가 불편했다.

내가 알고 있던 '폭풍의 언덕'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가...

가슴이 답답하기도 했다.

 

폭풍의 언덕에 걸맞는 길들여지지 않은 두 야생마-캐서린과 히스클리프-가 서로 너무 사랑한 나머지 서로를 해할 수 밖에

없는 사랑의 고통이 느껴졌다. 어떻게 사랑해야하는지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하는지 모르는 두 사람...

결국은 서로를 잃게 됐지만...아마도 그들에겐 그게 최선이었겠지...

 

 

비바람이 부는 그런 날엔 캐서린과 히스클리프가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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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iver (Mass Market Paperback)
로이스 로리 지음 / Dell Laurel-Leaf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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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개봉 예정작 소개에서 잠깐 보고는 개봉전 꼭 읽어야겠기에 e-book을 샀다.

한참 원서읽기에 빠져있을 때 다른 사람들의 추천글을 많이 보긴 했는데...

왠지 저 표지의 저 할아버지 때문에 좀 읽기가 싫긴 했었다..

아...책 표지가 중요해....ㅋㅋ  (위대한 개츠비는 제목때문에 읽기 싫었는데...ㅋㅋ)

 

 

내가 산 책은 저 건 아니고 Giver quartet ombinus 이다.

 

              바로 요것...

 

 

 

 

이건 The Giver 시리즈에 해당하는 4권을 묶어놓은 책인데...

 

1편 The Giver

2편 Gathering Blue

3편 Messenger

4편 Son

 

이 한 권에 들어있다.

The Giver 만 사려다가....4권 함께 사는게 싸기도 하고...평도 좋아서...Giver Quartet을 샀다.

1편 읽어보니 넘 재밌어서 쭉 읽을 계획이다.

 

 

 

주인공 Jonas가 사는 세계는 언뜻 보기에는 평화만 있는 이상적인 사회인듯 하다.

하지만...유토피아는 아니다.

모든 것이 통제되어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통제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 자기 의지대로 하는 일이 없다.

애기 낳는 것, 기르는 것, 가정을 배당받는 것 모두 따로따로이다.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

무척 화기애애한 듯 보이지만 사랑의 개념이 없어 사랑이 없는 가족이다.

자신의 직업도 자신이 선택하지 못하고 사회에서 정해주는 대로 시키는대로 일을 한다.

 

주인공 Jonas는 receiver인데 왜 제목이 giver 일까 궁금했는데...

읽다보니 알 것 같다.

 

새로운 세계를 찾아 나서는 Jonas는 release 예정이던 Gabriel과 함께 하며 Gabriel에게 Giver역할을 하기도 한다.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아팠다.

 

끝무렵...이제 드디어 그 어딘가를 찾은거 같아 잠깐은 마음이 좋았지만....

끝 문장을 보고...

다시 생각해보니...그건....아마도.....ㅜㅜ

 

 

Behind him, across vast distances of space and time, from the place he had left, he thought he heard music too.

 

But perhaps it was only an echo.   -Loc 1966 of 8842-

 

 

영화가 개봉하면 꼭 봐야지...

영화에선 색깔이라든지, 사랑, 따뜻함 등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하다.

 

왜 이렇게 좋은 책을 이제야 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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