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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이매망량애정사 세트 - 전2권 네오픽션 로맨스클럽
김나영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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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다시 만나겠다고, 이 나무를 다시 만났듯이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약속하고 싶었어.”

 

살랑 살랑 봄바람이 불면 읽고 싶어지는 책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로맨스소설이다. 봄날씨와 어울리는 로맨스소설을 읽다보면 어느새 광대가 살짝 올라가 웃음을 참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이매망량애정사역시 요즘 날씨와 딱 어울리는 소설이다.

 

이매망량애정사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로맨스소설로, 줄거리 역시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남자가 되기 위한 약초를 찾아 나선 남장여자 연이가 어쩌다보니 봉인되어있던 도깨비 망량을 불러내고, 결국 둘이 사랑에 빠진다가 한동안 크게 인기를 끌었던 성균관스캔들이나 구가의 서가 쉽게 생각나는 줄거리다. 그러나 이매망량애정사보다 특별한 면이 있다.

 

우선, 이매망량애정사는 토속적인 어휘와 소재 덕분에 말 그대로 한국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연애소설의 내용이 전형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또한 클리셰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면, 연애소설이라는 장르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 것이다. 때문에 몇몇 연애소설들이 특별한 인기를 끄는 이유 역시 주인공들이 매우 개성 있고 독특하거나, 아니면 연애소설의 소재나 배경, 세계관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이매망량애정사 역시 그런 면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리나라 설화에 빠지지않고 등장하는 도깨비부터 귀왕과 무당 등 다양하게 등장하는 소재들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다음으로 전형적인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가는 전개에 책을 덮을 때까지 흐뭇한 마음으로 잘 읽을 수 있었다.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는 매우 쉽게 예측할 수 있고, 깜작놀랄만한 반전 역시 없다. 하지만 소소한 에피소드나 등장인물들의 행동들이 이야기를 채워주며, 달달한 연애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흔한 악역으로 보이는 무원까지도 단순히 주인공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역할만을 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랑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매망량애정사를 읽으면서 봄날 헛헛한 마음을 달래고, 죽어있던 연애세포를 되살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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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의류 수거함 -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0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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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고민해 봐도 내가 이 사회의 거대한 균열을 메울 수는 없겠지만, 그러나 그 균열을 메우는 데 필요한 작은 돌멩이 하나 조차 보탤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오즈의 의류수거함은 밤마다 의류수거함을 털어 이민비용을 마련하는 여고생 도로시가 의류수거함을 터는 과정에서 옷가게 주인 마녀, 노숙자인 숙자씨, 새터민 카스 삼촌, 음식점 여주인 마마 그리고 동갑내기 195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화를 담은 소설이다. 주인공 이름과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내용 전개의 전반적인 모티프는 오즈의 마법사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오즈 의류수거함의 그 내용 자체는 오즈의 마법사와는 사뭇 다르다.

 

입시에 실패한 수험생, 동네 작은 옷가게 주인, 노숙자, 새터민, 자살을 결심한 십대, 폐지 줍는 할머니 등등 오즈의 의류수거함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다들 슬픈 과거를 하나씩 가지고 있으며 절망과 좌절을 경험해본(혹은 경험하고 있는)사람들이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과거가 너무 극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이들은 상처는 우리 주위 사람들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것이며, 동시에 읽고 있는 나 자신의 상처와 다를 바 없다.

 

억지로 만나려 해도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이들이 만나게 되는 계기는 바로 의류수거함덕분인데, 의류수거함은 사람들이 과거를 버리는 장소인 동시에 과거를 극복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의류수거함 덕분에 만난 이 외롭고 상처받은 사람들은 서로 소통하면서 상처를 치유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함과 동시에 어떤 이의 자살을 막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등 사회 역시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킨다.

 

우울하기 짝이 없는 상황의 인물들이 나눔과 연대를 통해 삶의 새로운 힘을 발견하는 과정과 이들을 단순히 동정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고 긍정적으로 그려내는 작가의 시선이 상처받았다고, 소외되었다고 느끼고 있는 독자들(특히 청소년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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