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코넬 울리치 지음, 이은경 옮김 / 단숨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그러나 그의 시선은 자신의 어깨를 지나 불안스럽게 위를 향했다.

멀리서 불가사의하게 빛나고 있는 별을 보면서.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는 누아르의 아버지로 불리는 코넬 울리치의 작품이다. 코넬 울리치는 조지 호플리, 윌리엄 아이리시 등의 필명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서스펜스 소설과 추리 소설 등을 남겼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작품은 추리소설인 환상의 여인일 것이다. 그러나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는 여타의 추리소설이나 서스펜스물과는 확실한 차이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코넬 울리치가 누아르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는 보통 아름답고 희망적인 것으로 그려지는 별을 피할 수 없는 감시자의 눈으로 표현한다.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졌다는 제목 역시도 밤이 가진 천 개의 눈, 별들을 눈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책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한 형사가 밤길을 산책하던 도중 자살하려던 여인 진을 구하게 되고, 그녀가 어째서 자살하려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 예언자의 예언을 우연히 듣게 된 그녀는 예언자의 예언이 적중함에 따라 두려움을 느낀다. 그 와중에 예언자는 한 번의 사고를 피한 그녀의 아버지가 사자의 입 속에서 죽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진과 그녀의 아버지는 걷잡을 수 없는 공포에 빠져든다. 운명을 피할 수 없다고 느낀 진은 자살하려고 했던 것이고, 이 이야기를 들은 형사는 이 예언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진과 그의 아버지를 덮고 있는 어두운 예언의 그림자와 피할 수 없는 숙명의 이야기는 책을 읽는 내내 나 역시도 우울하고 어두운 기분에 빠져들게 했다. 이성적으로 범인을 맞춰나가는 추리 소설이나 심각한 범죄가 발생하는 다른 서스펜스물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는 독자들을 긴장시킨다. 진의 아버지가 과연 사자의 입 속에서 죽게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우울한 도시의 밤을 연상시키는 문체와 분위기가 더 압도적이다. 특히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나를 향해 다가온다는 이 이야기는 책을 다 읽고도 한참동안 생각에 빠지게 한다. 지금 나는 아무렇지 않게 앉아 책을 읽고 과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숙명이 존재할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잠에 든다. 하지만 나에게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다가오고 있는 중은 아닐까? 아니면 이미 죽음이나 어떤 피할 수 없는 일이 저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곧 다가 올 장마철의 무덥고 습한 여름밤을 버티게 해줄 냉기가 가득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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