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사냥꾼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염정용.장수미 옮김 / 단숨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그의 말이 옳기를 간절히 바란다. 결국에는 선이 살아남는다는 그의 말이.

왜냐면 악은……. 악은 그 어떤 경우에도 살아남기 때문에.

 

표지 그림에서부터 느껴지는 괴이함과 섬뜩함은 책을 덮을 때까지 계속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침대머리맡에서 책을 펼친 뒤, 알 수 없는 긴장감에 사로잡혀 끝까지 책을 다 읽자 불현 듯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이대로 잠들면 분명 악몽을 꾸겠구나. 책을 읽은 그날 밤은 결국 잠을 설치고 말았다. 잠을 설치면서, 수술대 위에 누워 눈알사냥꾼을 기다리고 있는 나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눈알사냥꾼눈알수집가의 속편으로 눈알수집가에 등장했던 주인공 알렉산더와 알리나가 여전히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전편에서 마무리 되지 않은 눈알수집가가 저지른 알렉산더의 아들 납치 사건과 새로 등장한 눈알사냥꾼이라는 연쇄성폭행살인범이 알리나를 납치하면서 펼쳐지는 사건, 이 두 가지가 서로 얽혀 주된 줄거리를 이룬다. 동시에 진행되는 두 가지의 사건과 두 가지의 사건에 모두 연루되는 알렉산더와 알리나 이 두 명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숨 쉴 틈 없이 긴박하게 전개된다. 눈알수집가와 눈알사냥꾼이라는 두 명의 범죄자와 또 다른 피해자들의 이야기들까지 합해져 이 스릴러는 더 섬뜩해지고 풍부해진다. 중간에 책을 덮을 수 없었던 이유 역시 이 때문일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에 위태롭게 서있는 등장인물들과 끊임없이 밝혀지는 반전들이 눈알사냥꾼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지만 눈알사냥꾼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놓고 독자에게 어떤 자비도 베풀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와 같은 결말을 기대하는 독자는 없겠지만, 작가는 더 극한 절망의 나락으로 독자들과 등장인물을 몰아넣는다. 아들을 찾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알렉산더와 그의 아들을 납치해간 눈알수집가의 대결은 과연 선과 악의 대결일까? 복수는 정당화될 수 있을까? 악이 악을 낳는 듯 보이는 이야기 속에서 눈알사냥꾼은 이러한 물음을 남긴 채 끝을 맺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