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사 3 - 야스쿠니의 악몽에서 간첩의 추억까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3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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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대한 관심이 지극히 낮았다. 또한 과거의 일이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생각했다. 대학을 다닐 때도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거의 몰랐다. 뭐 지금도 많이 안다고 하긴 어렵다. 최근의 사태-탄핵, 사상대결, 과거사 청산 등-가 날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 것 같다.

한홍구 교수의 글은 한겨레21에서 종종 봤다. 사실을 알려주면서 논지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 잘 모르는 내겐 굉장히 큰 자극이 됐다. 대한민국 史-1,2,3을 모두 봤다.  1권은 고조선~삼국시대, 2권은 고려~조선, 3권은 근현대사를 다루는 줄 알았다. 3권을 가장 먼저 구입했는데 아무래도 1권부터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1,2권을 후에 구입하여 봤는데, 그게 아니었다. 3권 모두다 근현대사를 다루고 있었다.

참고삼아 3권에서의 키워드만 한 번 뽑아보겠다. 박정희, 과거사청산, 한일문제, 탄핵, 김일성, 북한, 미국, 뉴라이트, 친일파, 군부독재, 관습형법, 해방, 빨갱이, 간첩, 친미, 변절, 군대, 병역. 이 정도가 3권의 키워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3권을 읽는 동안 내 상태는 제목처럼 놀람-부끄러움-자각으로 이어졌다.

놀람은 2가지 때문에 생긴 감정이었다. 첫째는 사실의 확인이었다. 역사에 무심했던 나이기에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사실의 전달로 와 닿았다.

둘째는 진실이 아님이었다. 그간 내가 알고 있었던 것들 중에서 상당한 것이 진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위의 키워드에 있는 것 중 간첩이 가장 영향이 컸다고 생각된다. 초등학교 다닐 때 매년 반공포스터와 표어를 만들었는데, 2학년 때는 상도 받았던 기억이다. 가장 잔인하게 그린 순으로 상을 줬던 것 같다. 그만큼 열심히 간첩은 나쁘다는 것을 나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기에 책에 나오는 조작된 간첩에 대한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고 생각된다. 간첩은 내려온 경우보다는 만들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움이었다.

부끄러움은 3가지 차원이다.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그리고 한국근현대사 그 자체.

개인적인 것은 나의 게으름과 역사에 대한 몰상식이었다고 해야겠다. 역사는 과거이므로 현재와 미래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고 조금은 귀찮은 존재라는 몰상식에 대해서 부끄러워졌다. 과거의 잘 못을 덮고 간다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그것은 드러난다. 그래서 현재와 미래에 반드시 영향을 미친다. 그것을 끝까지 덮을려고 하고 왜곡할려고 하면 갈등이 생긴다. 그 갈등이 최근에 많이 보인다 그렇지만 그 갈등은 없던 것이 새로이 나온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친일파와 군부독재세력이 집권한 우리 현대사는 과거청산없이는 절대로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 책임을 사회에 떠 넘기는 것 같기도 한데. 근현대사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소위 알면 다치는 수준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께서도 별다른 얘기를 해 주시지 않는다. 선생님도 그렇고. 졸업한 후에도 우리 근현대사 얘기를 해 본 기억이 없다. 가장 최근에 본 것이 거의 최초의 일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우리 사회는 그만큼 스스로의 일을 돌아보질 않는다. 원인은 첫째 볼 수 없게 통제하는 누군가 또는 분위기가 있음이고 둘째는 첫째 원인에 길든 대다수의 민중일 것이다. 게다가 현재는 거의 모든 차원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기 때문에 중간계층의 사람들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허덕인다. 그런 와중에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과거는 덮어야 한다고 강제되가고 있다. 이런 추세는 점점 더 강할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효용성은 더 커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단 한 권만 봐도 무작정 가던 길에서 뒤를 돌아보게 할 기회를 줄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근현대사는 식민지배, 해방, 친일/친미파, 군부독재 세력으로 끌려왔다. 어떻게 식민지배를 받고도 그 식민지배에 대한 청산조차 못 할 수밖에 없는 나라가 있을 수 있는가? 반민특위가 친일파에 의해서 해체가 되는 수모를 겪다니 정말 부끄럽다. 그렇지만 이것도 우리 역사다. 부끄럽지만 버릴 수 없는 내 역사다. 내 역사기 때문에 사랑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부끄럽다. 자학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자각이다...

자각 - 알아야 한다, 고쳐야 한다, 가르쳐야 한다

대부분의 책은 위의 3개를 하기 위해서 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역사책은 더욱 이 3가지 사항에 부합된다고 생각된다. 첫째, 알아야 한다. 한홍구 교수의 책 말고도 더 많은 근현대사 책 또 더 먼 우리 과거의 얘기들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알지 못한다면 지금 우리 사회의 지배적 사상의 의도적 왜곡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을 것같다. 가끔 조중동 사설을 본다. 요새와서 안 것인데, 사실 왜곡과 지배계급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사실도 왜곡할 수 있는 신문같은 것이란 것을 알게 됐다. 그런 것에 맞서서 잘 못 된 것과 제대로 된 것을 분별할려면 알아야 한다.

고쳐야 한다. 이것은 실천의 문제다.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모르는 것과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은 갈등을 수반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지배계급의 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는 대중을 위해서 알려야 하고 설득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그것이 없다면 다시 덮고 가는 분위기로 회귀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일상에서의 실천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다. 그렇더라도 계속 부딪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왜곡된 것을 바로잡는 것은 우리 모두의 노력없이는 절대로 될 수 없을 것이다. 실천속에서 그 분위기는 더욱 조장될 것이다.

가르쳐야 한다. 적은 부분이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주위에 알려야 할 것이다. 또한 후배, 후손에게도 정확히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역사적 사실과 그로부터 얻는 교훈을 알리지 않는다면 우리사회는 기존 수구기득권세력의 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내세대에서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내가 지금 많이 알지 못한 것을 후배도 경험하게 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진보는 그렇게 되는 것이다. 사상의 지속성과 연대의 강화로 왜곡된 역사를 밝혀 끊임없는 학습해야 유지될 것이다.

한국근현대사를 전공한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것을 알았다. 그만큼 감출려고 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근현대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좋건 나쁘건 우리 역사며 이 땅에 사는 난 당연히 알아야 했다. 당연한 일을 하는 것조차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한홍구 교수의 이 책3권은 당연히 알아야 하고 해야 할 것들에 대한 기초적인 토양을 제공해 준다고 생각된다.

지금 이런 책이 나올 수 있게끔 우리 사회의 아량을 넓혀 준 많은 민주화인사들, 지금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는 물적토대를 제공해 준 한국의 노동자 끝으로 어둠속에 갖혀 있던 한국근현대사를 풀어준 한홍구 교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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