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모유키 - 제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조두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소설은 거의 읽지 않는다. 허구란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소설은 잘 읽지 않았다. 앞으로도 소설은 많이 읽진 못할 것 같다. 도모유끼는 수상작이기도 하고 그래도 가끔은 읽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구입하고 읽지 않다가 이벤트 있다고 해서 겸사겸사해서 읽게 됐다.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서 문체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다. 이 책은 독특한 문체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난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단지 한 가지 느낌은 전쟁이란 사건을 다루기에는 적절한 문체란 생각이다.

건조하고 간결함. 이 책을 읽으면 그런 느낌이 든다. 구구절절하지 않다. 그냥 멀리서 전쟁과 거기에 참가하는 자들의 약간의 과거를 감정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더욱 전쟁에 대해 많은 생각을 독자 스스로 해 주게 하고 있다.

 

전쟁이란 화두를 3가지 차원에서 얘기해 보고 싶다.

 

첫째, 드러내기. 전쟁에는 포장이 없다. 새 총, 새 대포 등에는 포장이 없듯이. 평소에는 눌려져 있던 인간의 탐욕과 애틋한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왜 전쟁을 하는 지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에겐 전쟁은 살육의 장이지만 의미를 두고 그것을 이용할 줄 아는 자에겐 최고의 비즈니스다. 한국전을 통해서 일본은 패전을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은 베트남전에 참가하여 한강의 기적과 정희 정권은 미국의 인정을 받는 효과를 누렸다. 이라크전을 통해서 미국은 중동 제2의 산유국을 간단히 접수했다. 과거도 그랬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전쟁은 최대/최고의 시장인 것이다. 많은 사람이 죽는 와중에 탐욕은 죽은 자의 머리수에 비례하여 전장을 뒤덮는다.

평소에는 무심히 넘겼던 것들에 대하여 감상적이 된다. 도모유끼처럼 여동생에게서 본 눈빛을 갖은 여인에 대하여 무한정의 애정을 품는다. 모든 것을 건다. 그 여인이 다른 사람에겐 아무 의미가 없지만 도모유끼에겐 모든 것을 걸만큼 애착을 건다.

전쟁은 인간의 탐욕과 작은, 소소한, 먼 기억 속에 있는 애틋함의 포장을 여지없이 벗겨버린다, 소설 속 군막의 조선여인의 옷가지가 밤마다 별 생각없이 풀리듯이.

 

둘째, 말살. 그냥 이란 말이 가장 적절한 수식어가 될 것 같다. 그냥 말살한다. 무엇을? 아무거나. 생명이 소중한가? 인권이 소중한가? 자연이 소중한가? 3가지 중에 무엇이 가장 소중할까? 이런 질문을 말살한다. 아이를 먼저 죽일까? 어미를 먼저 죽일까? 노인을 먼저 죽일까? 아니면 동시에 죽일까? 이런 고민을 말살한다. 전쟁 앞에선 인간이건 자연이건 귀찮을 뿐이다. 빨리 끝내는 것이 그나마 가장 큰 말살의 미덕일 뿐이다. 개인의 꿈?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연민? 나의 고향? 이런 자질구레함을 견딜 수 없게 한다.

 

셋째, 희망. 전쟁이 결코 말살할 수 없는 것은 희망이다. 귀향할 수 있다는 희망을 누를 수가 없다. 아끼는 여인을 살리기 위한 나의 희망을 죽일 수도 없었다. 이 희망은 전쟁의 승리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서 전쟁은 결코 이 희망을 누를 수 없어 보인다. 비전향 장기수에 대한 북송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휴전상태다. 전쟁을 쉬고 있을 뿐이다. 비전향 장기수들의 희망을 전쟁은 결코 꺾지 못했다. 30년 이상을 감옥에서 포로로 살아도 절대로 그 희망을 꺾지 못했다. 희망이 전승과 거리가 있을수록 전쟁은 희망을 꺾지 못한다. 모든 것을 말살시키는 전쟁도 희망은 말살시키지 못함에서 전쟁의 초라함을 본다. 또한 인간의 야욕의 가벼움을 느낀다.

 

아주 오랜만에 본 소설치곤 수확이 컷다. 하긴 내가 뭐가 잘나서 소설을 거부할까? 소설이 날 거부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감히 다른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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