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장의 한계 - 30주년 기념 개정판
도넬라 H. 메도즈.데니스 L.메도즈.요르겐 랜더스 지음, 김병순 옮김 / 갈라파고스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로마클럽이란 곳과 관련된 것은 얼핏 들었다. 1972년에 씌였다는 것도 알고는 있었다. 제목만 봐도 대충 내용은 알겠다. 성장 문제에 대한 많은 반론 중 하나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뭐 그런 얘기들은 워낙 많으니깐.
어 그런데 읽다 보니 그냥 성장을 하면 안된다는 정도의 얘기가 아니다. 성장하면 안됨을 강하게 설득하는 책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다. 그냥 시나리오들을 쭉 설명한다. 책의 논조가 무척 차분하다. 월드3이란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하는데 그것의 한계도 명확히 밝힌다. 그리고 그것이 꼭 그렇게 된다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수치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냥 추세를 보라고 한다.
도무지 뭘 강하게 얘길하지 않는다.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과 그 가능성조차 바뀔 수 있다는 얘기를 아주 조심히 한다. 계속 그런 식이다.
그래서 신뢰가 간다. 생태발자국으로 본다면 지구의 수용한계를 이미 넘어섰다는 그 의견에 대해 정말 신뢰가 간다. 믿지 말라고 하면 더 믿고 싶어진다고 해야 할까? 보면서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데도 너무나도 태연히 산다는 생각이다.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알기가 두려운 것인지.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지구를 갉아먹는 것이 과연 얼마나 지속가능할 지에 대한 의구심은 한참 전부터 들었다. 책 보면서 흥미진진하다는 느낌이 든 것이 아니라 무척 암울해 지는 느낌이다. 사실 알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무기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동설이 정설로 인정된 후에도 일반인이 그것을 당연히 여기게 된 기간이 200년 정도라고 한다.
최근에 화제인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의 주장인 자산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늘 높았다는 얘기도 뭐 그리 특별할 것도 없어보인다. 피케티 주장으로 인해 자산수익률을 낮추려는 노력보다는 역시 부동산 투자가 최고야 하는 생각에 확신을 주지 않을까 한다.
성장의 한계의 주장은 더 그랜드하고 치명적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많은 얘기 중 하나로 치부되는 현실이 두렵다. 지동설을 정설로 인식한 기간 후라면 우리에겐 성장이란 말 자체가 무의미해져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