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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경제, 우리들의 경제학 - 마르크스 『자본』의 재구성
강신준 지음 / 길(도서출판) / 2010년 3월
평점 :
요새 강의를 듣는 것이 있어서 그 강의 듣기를 위해서 자본론을 다시 다 볼 수는 없고 요약된 것을 보기 위해서 주말에 쭉 봤다. 많이 알고 있는 내용으로 복습차원에서 본 것이지만 여전히 내가 부족하게 알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해 준 과정이었다.
강신준 선생님 책은 무척 재밌다. 전체적으로 줄거리가 있다. 그 여정을 저자가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 준다. 그래서 읽다보면 저절로 책 속으로 빠지게 되는 면이 있다. 책을 정말 맛깔스럽게 잘 쓰셨다고 생각된다. 맑스의 자본이 제대로 읽히지 못 하는 상태에서 그것을 쉽게 설명해 놓은 책의 중요성은 대단하다. 어쩌면 맑스의 자본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읽히지 않는다면 그 속의 진주도 우리는 못 보는 것 아닌가? 차라리 쉽게 씌여진 책이 진주의 빛이라도 사람들에게 보여줘서 진주를 찾을 수 있도록 자극을 해 주리라 생각된다.
책은 전체적으로 자본론의 구성대로 전개가 되지만 그 중 핵심적인 사항에 대해서 상술을 하면서 전개가 된다. 책 후미는 저자의 의견을 밝히는 부분이다. 늘 그렇지만 무엇을 할 것인가다. 어떻게 해야 하나? 늘 공부하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단계에서 부딪히는 어려운 문제다.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셨다. 그 해법이 폭발력이 있는 것이었다면 벌써 대서특필이 됐을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해법의 파괴력은 약했나 보다. 그러나 제시하신 해법 외에는 별 도리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민주주의를 통한 전진. 구소련의 볼세비키들은 빨리 가려고 혼자 갔다. 그러곤 못 따라온다고 민중을 탄압하고 폭압적인 지배구조를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하는 것의 부질없음은 곧 드러났다. 그건 길이 아니다.
더디더라도 같이 가야 한다. 그것이 진짜 민주주의일 것이다. 못 온다고 버리거나 적으로 여긴다면 결국 홀로 남을 것이다. 저자는 생산수단의 사회화와 소득의 사회화를 강조했다. 일단 생산수단의 사회화는 지금 한국 현실에서 당장은 쉽지 않아보인다. 대신 소득의 사회화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 한창 얘기가 되고 있는 무상급식이다. 그런 것에 대해 실제로 혜택을 받아 보는 것 자체로 우리의 의식은 한 단계 성숙하리라 생각된다. 사회적 임금이 개인적 임금보다 훨씬 더 값지다는 경험을 우리는 해 봐야 할 것 같다. 이런 것을 발판으로 점진적으로 사회화가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무상급식과 같은 일이 일어나고 의식도 변화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심감이 배양이 돼야 가능할 것이다.
자본주의 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자연적인 것이 아닌 인위적인 것이라는 것은 무상급식이 자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데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것은 우리의 의식적 활동과 실천으로만 가능한 것이다.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행동이 민주주의고 그것이 우리의 경제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