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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것을 잘 되게 하기 위해서 2가지 요령이 있을 것 같다. 잘 한다고 칭찬하기와 부족한 점을 꼭 찝어서 비판하기. 오웰은 후자의 요령으로 사회주의를 지키고자 애를 쓴 사람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1부 보단 2부가 좀 더 재밌게 읽혔다. 파시즘으로 치닫는 사회에서 그걸 막아보는 대안으로 사회주의를 강화해야 함에도 일부 사회주의자들에 의해서 사회주의쪽에 가까운 사람을 파시즘으로 쫓는 상황을 비판하고 있다. 이 비판을 한국을 비롯한 사회주의가 뿌리를 내리지 못 한 곳의 사회주의자는 깊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계급구분에 따른 투쟁은 양대 계급 이외의 사람을 오히려 자본가쪽으로 모는 경향이 있다. 계급 구분은 생각만큼 명확하지 않다. 너무 강하게 계급 투쟁에 매이다 보면 역풍이 불 수 있다. 차라리 "정의"(억압받는 자는 옳고, 억합하는 자는 그르다. 언제나)를 내세우는 것이 중산층을 쫓지 않는 방안으로 생각된다. 오웰도 말했듯이 "정의"와 "자유"(정의를 추구할 수 있는 자유)라는 명확한 원칙을 견지하며 일반인의 방식(생활방식, 습성, 언어)을 좀 더 많이 수용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사회주의로 이끌 수 있다. 최소한 최악의 지경(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갖게 됨)에는 이르게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오웰은 한국의 진보정당인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도 들어야 할 말을 이미 했다. 작은 차이로 인해서 대의를 저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은 진보라는 사상이 오웰이 걱정한 것만큼 그렇게 퍼져본 적도 없지 않은가. 아직 제대로 씨도 못 뿌려본 상황에서 잘 못 된 씨앗이라고 하며 파종 자체를 방치하는, 세칭 진보주의자는 진보주의에 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웰은 진정으로 피억압인에게 사과하고자 했었다. 그래서 사회의 가장 억압받는 사람과 함께 하고자 방랑의 시간도 보냈다. 그의 책이 좀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오웰의 그 삶 자체였다고 생각된다. 오웰의 나머지 작품을 올 해 꼭 일독해보고 싶단 생각을 이 책을 통해서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