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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할 것인가?
레닌 지음, 최호정 옮김 / 박종철출판사 / 1999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보면 지금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읽어보기 시작했다. 지금 나의 상황과 처지와는 다른 상황속에서 레닌은 어떻게 했나를 참고삼아서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알고자 한 것이었다.
하지만 다 읽고나서도 역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또 든다. 처음의 내 목적과는 다른 내용어어서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배울 점이 없었거나 얻은 것이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조직의 운영방법은 이시대(전제정)에는 비밀조직으로, 겉으로는 무척 비민주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게 보인다. 레닌의 생각에 동의한다.
이 책에서 논하는 핵심은 자생적, 점진적인 경제적 개선인가? 아니면 전면적인 개혁인가? 이 둘을 논하고 있다. 레닌은 후자를 택했다. 지금도 이런 얘기가 논쟁이 된다. 개선보단 개혁이 더 쉽다는 얘기. 개선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판을 바꾸지 않는한 개선의 최고치는 바로 그 판의 한계인 것이다. 새로운 발전을 위해서는 판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논리다. 이것에 대해서 난 혼란스럽다. 과연 판 자체를 바꿔버린 상황에서 우린 어떤 판을 준용해야 할까? 개혁을 하는 자들은 그런 판을 모두 다 준비해 놓고 개혁을 할 수 있을까? 일단 이 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래서 결국 개혁을 했다고 하는 자들도 과거의 판을 다시 도입하게 된다. 그게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청산이 되지 않는 것이다. 친일파 청산을 하지 못했다. 이승만 정권은 새로운 판을 짜야했지만 그것보단 과거의 판을 이용하는 편리함을 이용한 것이다. 재벌개혁을 운운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재벌을 이용하는 판을 그냥 사용함이 편했을 것이다. 어쩌면 성공적인 개혁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목표로 시도했다가도 다시 과거의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약간의 개선을 이뤄내는 정도. 그정도밖에는 안되는 것인가? 난 그것이 혼란스럽다. 성공한 개혁은 대부분 이렇게 했다고 어디에선가 본 것 같다. 사실 그렇다면 개혁은 없다라는 결론이고 개선밖에는 없는 것이고 좀 더 많은 개선은 개혁의 얼굴을 내밀면서 양적으로 좀 더 많은 개선을 이뤄내는 것인가. 이런 것이 혼란스럽다.
그래서 제목도 또 무엇을 할 것인가로 정했다. 레닌이 진정으로 맑스의 사상을 정확히 따랐는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레닌은 본인의 초심을 끝까지 갖고 가고자 했다는 생각이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점진적 개선을 따른다면 기회주의자로 여겨질 수 있고 그렇다고 전면적 개선을 따른다면 좌파과격용공분자로 매도 당하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아직도 색갈론이 횡횡하는 사회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또 다시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해 준 계기를 갖게 해 준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