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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6월
평점 :

"인생을 잘 계산하지 않으면 네 삶의 구조는 엉망진창 오답이 될 거야."
"인생에 정답이 있다는 생각이 오답일걸?"
전설의 요리사 조반니가 숨겨놓은 궁극의 레시피를 찾아 삼탈리아에 밀입국한 한국의 김밥집 아들 이원석의 파란만장 탐험기.
이 나라는 한 마디로 시에 죽고 시에 사는 나라.
시민들에게 '시(詩)'는 화폐처럼 통용되며, 시를 읽어주면 택시도 그냥 탈 수 있고, 술도 마실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시라면 프리패스.
한국 시인들의 한정판을 사기 위해 집을 은행에 잡히고, 시를 읽으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국민들이다.
"근데 넌 국적이 어디니?"
"나?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지 않았나. 함기석 시집 읽을 때 몰랐어?"
"뭐? 김종삼, 최승자, 함기석 님의 나라? 왜 빨리 말 안 했어? 그 시인들의 나라? 어머, 어떡해. 진짜야? 삼탈리아 말을 곧잘 하길래 오키나와 사람인 줄 알았잖아. 어우, 목소리 떨려. 오빠, 빨리 한국말 좀 해봐. 아무 말이나."
"음... 여기, 여기 김밥 한 줄 김 빼고 주세요. 콜라도 김 빼고 주시고..."
@jakkajungsin 에서 작가님의 사진을 보고 글과 너무 찰떡궁합이어서 놀랐고, 주인공 이원석과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소개팅을 하기 전에 전화 통화를 먼저 하고 목소리로 상대의 얼굴을 상상하다가 마주쳤는데 내 상상과 똑같은 사람이 나타난 것 같은 느낌! ㅋㅋㅋ
출판사 책 소개에도 보면 "대체 불가능한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그려왔다."고 표현했는데 작가님의 유머 코드가 남달라서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고 '뭐라 씨부리시는겨~~' 하면서 혼자 재미있게 낄낄대며 읽었다.
이 소설은 약간은 호불호가 있을 것 같지만, 이 여름에 읽으면 왠지 청량함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작가님, 아니 이원석군과 함께 시심이 살아있는 삼탈리아로 떠나보자.
여행 Tip! 방수 배낭은 필수, 돈은 없어도 시집은 꼭 챙길 것.
참, 여기에 많은 시인님의 이름이 나오는데 나는 아무도 모르네... 송구하기 그지없구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