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리치의 일본 미학 - 경계인이 바라본 반세기
도널드 리치 지음, 박경환.윤영수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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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곳에 수백 명의 사람이, 일본 전체로 보면 수백만 사람이 앉아 있다. 다들 술 한 방울 마시지 않은 멀쩡한 정신으로 진지한 표정을 하고 기계 앞에 앉아 은색 구슬들을 집어넣고 있다. 대화도 없고 사람의 소리는 아예 들리지 않는다. 파친코 기계는 하인이 아니라 동등한 존재다."


이 책은 오랫동안 일본에 거주하며 일본을 사유하고 사랑한 도널드 리치의 일본론 20편을 통해 일본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영화평론가이자 큐레이터로서 일본을 관찰하고 '아름다움'을 발견해낸 사람. 일본 영화, 문자, 파친코, 키스, 무너져가는 내면화, 일본인의 이중성 등 50년에 걸쳐 쓴 산문을 보면서 일본의 특성을 생각해본다.



"‘나라의 모든 틀이 겉으로 드러나 있는 나라.’ 저자는 일본을 이렇게 규정한다. 바꿔 말해 “패턴화된 나라”라 할 수 있다. 일본을 경험해보면 알 수 있듯, 그들은 형식에 온 마음을 기울인다. 이 틀로 많은 것이 해석될 수 있다." 



나는 특히 파친코와 키스에 대해 기술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데, '파친코'는 영화 때문일 것이고, '키스'편을 읽으며 우리의 예전 드라마가 생각났다. 키스 장면에는 배우들은 항상 입을 대고 있고, 카메라가 뱅글 도는 장면을 상상하니 웃음이 났다. 

물론 부모님들은 나의 눈을 가리기 바빴지만 ㅋㅋㅋ


한 편 한 편 글을 읽으며 애정을 갖고 일본을 관찰하는 도널드 리치의 마음이 느껴져 부럽기도 했는데, 이 사람이 우리나라를 사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낯섦'의 눈으로 객관적인 일본을 관찰하며 친밀감을 표현한 그의 글이 담백해서 좋았다.




"일본의 미학을 정의하는 데 그나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여러 단상을 나열하고 메모한 것을 서로 엮어 조합하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직관적으로 연결된 단상들은 일본의 미학에 배경을 채우고 가시성을 부여한다. 그래서 일본 예술에는 사물을 늘어놓고, 조합하고, 무작위로 섞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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