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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는 도시 - 세상 모든 사랑은 실루엣이 없다
신경진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7월
평점 :

결혼에 대한 요즘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좀 특이한 형식의 소설로, '서울'이란 도시를 배경으로 닮은 듯 다른 세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결혼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사랑보다 재산 증식과 자손 번식에 노력한 영임과 하욱, 불안한 청춘 속 각기 다른 사랑을 그려 낸 은희, 정우, 태윤. 그들만의 방식으로 결혼보다 결합을 택한 한나와 태영.
그들이 이야기가 얽히고설킨다.
사랑에 빠지면 함께 하기를 바라는데 그 끝은 결혼이라고 당연히 여기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가족의 행복의 나의 행복'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당연한 결혼보다는 선택적 결혼을 통해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하게 되었고, 초저출산 시대를 맞으며 프랑스처럼 결혼이란 관습 제도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동거와 출산이 자유로운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아직은 과도기지만 사회 유지를 위해 '결혼하던 안 하던 애만 낳아준다면 나라가 키워줄게'를 외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예전 농경 사회를 바탕으로 대대로 전해 내려온 대가족 기반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고 2019년 1인 가구비율이 전체의 30%를 넘어서는 세상을 살면서 가뜩이나 제 앞가림도 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세상에서 결혼이라는 법적으로 확실한 가족을 만들어야 한다는 자체가 난센스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민주적인 절차로 대통령을 탄핵했다고 사람들이 변한 건 아냐. 다수의 한국인은 여전히 보수적인 순혈주의에 빠져 있어. 외국인 노동자를 두려워하고, 난민 정책에 반대하고 있단 말이야. 미혼모가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야. 여전히 이혼한 사람들은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나라가 한국이야."
미혼모를 선택한 한나의 고백을 통해 현재 과도기의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본다. '다양성'의 필요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은 기본 틀 안에 가두려는 현실 안에서 직장 성추행이나 한달벌이의 고단함, 고군분투하는 경단녀, 곤궁한 3040세대 등 낯설지 않은 인물들을 통해 현 세태를 꼬집는다. '사랑'을 위해 편견에 맞서 행복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오히려 이 사회가 이런 '소수종'을 보호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냉소가 스친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연애와 결혼이 아닌 그 너머의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는데 책을 읽으며 다채로운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