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가 내려온다
오정연 지음 / 허블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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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문학상' 출신 작가, 오정연 첫 소설집!


우주의 느낌을 주는 보라색 표지에서 '단어가 내려온다'


책을 읽기 전에 책날개의 작가 소개와 목차를 눈여겨보는 편인데 작가 소개가 남달랐다. 

3대륙, 4개국, 5개 도시를 유랑하며 작가의 꿈을 놓지 않은 작가는 '모국어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국어학 SF'를 선보인다.


이 책에는 표제작을 포함해 7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표제작 <단어가 내려온다>는 정말 참신했다.

15세에 공자는 '학(學)'이란 단어를 받았다는데 주인공은 화성에 도착하고도 단어가 내리지 않아 노심초사한다. 


"만 15세 즈음, 사람에겐 단어가 하나씩 내립니다. 주지의 사실이지요. 어느 날 갑자기 턱 하고 내린다지요? 많은 분이 동의하시겠지만, 그게 사실 말로 표현하기가 참 힘들잖아요? '턱'보다 '짠'이나 심지어 '쾅'에 가깝다는 사람들도 있고요. 내리는 게 아니라 흡사 들러붙는 느낌이었다는 분도 있더군요. 중요한 건 이게, 누구든 피해 갈 수 없는데 도저히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거 아니겠어요?"


나에게도 하늘에서 단어가 내린다면? 하고 상상을 해봤다. 어떤 단어가 내릴까? 사실 이미 내렸을 수도 있는데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정말 단어가 내린다면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단어에 맞춰 수동적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입장과 상황에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생각하며 인생을 살 것인가?


화성에서 제사를 지내는 <분향>이나 화성 이주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미지의 우주> 등 생소하면서 호기심을 갖게 하는 소재가 담긴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간이나 상황은 달라질 수 있지만 어떤 세상을 살아가더라도 인간만이 지닌 기준과 감성, 배려는 필요하고, 오히려 현재 희미해져 가는 인간다움의 기억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살아서 다시 한번 기쁘게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 무엇으로도 전할 수 없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말없이 바라보고 사무치게 쓰다듬는 것. 그건 내가 너에게 가장 바라는 것이었다." 

<분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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