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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선의 -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가장 작은 방법
이소영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5월
평점 :

"나는 안다. 끝이라 생각해온 어느 지점은 끝이 아니다. 거기에 빛나는 것들이 새로이 채워 넣어질 것이다. 두근거리며 기다릴 무엇이 더는 남아있지 않을 것만 같은 시기에도 우린 저마다 아름다운 시절을 하나 더 통과하는 중일 수 있다. 어쩌면 오늘도 그럴지 모른다." <하나 더 통과하는 중> 중에서
며칠에 걸쳐 이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사소한 장면에서도 관계를 생각하는 저자의 관찰력에 공감했다가, '지금은 교수지만 어릴 때는 참 철이 없었군' 하는 얄팍한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고, '이렇게 자신의 소소함을 다 내비치고 살다니 용기가 대단하다' 는 생각의 이면에는 타인을 통해 '나'를 생각하는 모습에서 뭔가 이기적인 느낌이 들어 반발심이 일기도 했다.
이 책에는 '우리를 지탱하는 별것 아닌 것들에 관한 이야기' 50여 편 담겨 있다. 울면서 성당으로 가달라는 택시 승객을 위해 조용히 라디오 채널을 클래식 FM으로 바꿔주신 기사님, 자신도 타지에서 힘든 생활을 하지만 저자를 위해 시간과 돈을 기꺼이 베풀고 싶었던 친구, 아픈 선생님을 위해 비타민을 놓고 간 학생 등 한편씩 읽으면서 그 안에 담긴 생각들을 자꾸 곱씹게 된다.
지금은 비록 힘든 터널을 통과하고 있을지라도 '별것 아닌 선의'가 모여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는다면 나이가 들어 인생을 반추했을 때 '살만했다'고 자평하며 행복하게 세상을 떠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