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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김삼환 지음, 강석환 사진 / 마음서재 / 2021년 4월
평점 :

"아내가 떠난 지 벌서 만 3년이 지났다. 걷고, 떠났고, 다시 돌아오니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있었다. 그동안 많은 글을 쓰며 마음을 정리했다. 이제 내 마음은 다시 평화를 찾았다. 생의 한 구간을 통과했고, 주어진 운명 앞에 겸손해졌다."
<작가의 말> 중에서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떠났다.
이별을 준비할 겨를도, 이별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30년지기를 보낸 상실의 순간의 마음들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그리움을 머금은 책으로 완성됐다.
착실한 가장이자 글을 쓰는 시인이자 친구 같은 남편이던 저자는 아내와의 이별 후 생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낯선 나라로 떠난다. 그곳에서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실의 무게를 견뎌 나간다.
먼저 아팠던 시인이
앞으로 아플 수도 있는 모든 이들을
두 팔 벌려 안아주는 진실의 일기
남성의 언어로 보는 슬픔의 깊이는 여성의 글과는 또 다른 느낌을 전해주었다.
절제된 듯하고, 무심한 척하지만 홀로 앉아 벽과 대화를 하고, '바람의 주머니에 편지를 넣어 북극성으로 보낸다'는 표현에 귀 기울이고 있으니 저 깊은 마음 구석이 먹먹하게 울린다.
"바람에 댓잎 서걱대는 소리에 목이 메었다. 한 걸음 걷다가 멈추고 두 걸음 걷다가 아내가 그리워서 다시 걸음을 멈췄다. 대숲에서 그대로 잠적해버리고 싶었다. 몸이 증발해버리면 댓잎 끝에서 바람에 흐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아내가 바람이었다면 내 몸을 어루만지고 갔을 것이다."
<당신이 바람이라면> 중에서

퇴직을 앞두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했다는 대목에서 사람은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항상 이런 질문을 마음에 품고 사는구나 싶어 '안심(!)'이 되기도 했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인생을 생각하는 대목을 읽으며 '내가 좀 더 어려서 다행이다'란 뜬금없는 생각이 나니 갑자기 젊어진 기분이 들었다. (이 맥락 없는 상상은 뭔가...)
상실의 아픔을 겪은 이들이 있다면, 상실이 예정된 모든 이들이라면 상실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이제 나는 더 이상 꽃길을 찾지 않겠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길을 찾느라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늘 하루 행복하게 살았다면 1미터쯤 정말 멋있는 꽃길을 걸었다고 생각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