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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특별한 것과 평범한 것이 모두 필요하다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평범하고 안정된 신문기자라는 직업을 내려놓고 <퇴사하겠습니다>를 썼고, 월급과 전기 없이도 생활할 수 있게 스스로를 다지는 생활을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에 담았고, 냉장고 없이도 맛있고 건강한 밥상을 만드는 훈련을 하면서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하여>를 통해 인생을 헤쳐 온 이나가키 에미코가 이번에는 프랑스 리옹으로 날아가 아무 준비 없이 '자취 생활'을 시작한다.
일명 폭탄 머리인 아프로헤어(저 머리가 그렇게 불리는군)를 해서 어린 줄 알았는데, 무려 53세!
가서 리옹을 즐기고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집처럼 '평소의 생활'을 하기 위해 정말 준비 없이 과감하게 실행에 옮긴다.
글은 굉장히 유쾌하지만 그녀는 샤이~했고, 지나치게 남을 신경 쓰는 타입이라 마켓의 상인들이 웃어주지 않고 무뚝뚝한 표정을 지을 때마다 상처받고 스스로 반성(!)해보는 것이 귀여웠다.
'생활한다'는 단순한 일이, 외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과정 자체가 모조리 난관이다. 물론 여행에 익숙한 사람들 편에서 보자면야 "바보 아냐?" 하고 쓴소리를 해주고 싶은 일들일 것이다. 그러나 부끄럼 많은 중년 아줌마에게는 그 모두가 엄청난 사건이란 말입니다. (p.96)
낯선 곳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조차 특별함이 되어버린 요즘이지만 낯선 땅에서 당차게 시간을 보내고 온 그녀는 평범함을 지탱해 줄 힘을 얻고 왔으리라.
평범한 일상도 사실은 감사해야 할 삶이지만 스페셜한 인생이 내 삶에 찾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만들면 그만이다.
특별함과 평범함이 어울린다면 잘 버무려진 새콤달콤 반찬처럼 인생의 입맛을 돌게 할 삶의 무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