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의 집 - 개정판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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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면으로 응시해야 할 고통과 상실의 현장


이 소설은 '어린아이들의 눈'을 통해 삼벌레고개를 살아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우물집 둘째 아들인 은철이네 집에 새댁네 식구가 이사를 온다. 그렇게 '안 원'과 만나게 되고, 일곱 살 그들은 비밀을 간직한 마을의 스파이가 되기로 한다. 

둘은 벽돌을 갈아 누군가를 벌하기도 하고, 새댁의 이야기를 들으며 각자가 생각하는 효자, 효녀를 떠올리지만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세상은 어려운 것 투성이다.


그러던 어느 날, 원의 아버지가 잡혀가고 결국은 돌아오지 못한 채 모두의 마음에 고통이 남게 된다.


"나는 그들의 고통은 물론이고, 내 몸에서 나온 그 어린 고통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고통 앞에서 내 언어는 늘 실패하고 정지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 어린 고통이 세상의 커다란 고통의 품에 안기는 그 순간의 온기를 위해 이제껏 글을 써왔다는 걸. 그리하여 오늘도 미완의 다리 앞에서 직녀처럼 당신을 기다린다는 걸." 

<작가의 말>중에서



작가나 책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이 이 책을 무작정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70년대 '응답하라'를 보는 것처럼 마을 사람들의 캐릭터가 정겹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 

다소 조숙한 '원'과 어리숙한 '은철'이 대비되어 귀엽고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그들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러나 지독한 성장통을 겪게 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언젠가는 갈라질 고통의 균열들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책을 덮고 난 지금 먹먹한 마음이 앞서는 한편, 많은 소설과 산문집을 통해 다수의 문학상을 받은 권여선 작가님을 어떻게 이제야 알게 되었는지 무지함에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한 명의 독자로써 작가님의 세계를 좀 더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눌은 놈도 있고 덜 된 놈도 있고 찔깃한 놈도 있고 보들한 놈도 있다'는 원의 말이 한동안 메아리처럼 머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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