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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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와 결혼처럼 죽음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가 절대 피할 수 없는 것, 바로 '죽음'이다. 

특히 암 환자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만큼 의학 기술이 발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항암 치료는 어찌 보면 잠시의 연명 치료밖에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마지막 항암 치료 후 사망까지 미국은 여섯 달, 한국은 한 달 걸립니다. 우리나라에선 최선을 다해 치료를 받다가 마지막은 제대로 준비조차 못 한 채 숨져요. 죽기 직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과연 최선일까 곱씹으며 책을 썼습니다."


서울대학병원 종양내과, 환자 중 80%는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돼 완치가 불가능한 4기 암 환자라고 한다. 그만큼 '예고된 죽음' 앞에선 18년차 암 전문의의 고뇌가 잘 담겨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마지막 가는 길이 뭉클하고 감동적인 미화된 사례들만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내가 빌려준 2억 원 갚아라"는 팩폭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름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더욱 흥미가 생겼다.

"사람들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환자가 의사를 먹여 살리는 셈이고, 때로는 환자가 의사를 치료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만나온 환자들의 선택이, 그들이 꾸려가는 시간이,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내게는 반면교사가 되기도 했고 정면교사가 되기도 했다."


문득, 진료과목의 특성상 환자들이 결국 하나둘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의사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걱정이 든다.

예전 내가 중학생 때, 누군가가 새벽에 우리 집 문을 발로 차며 행패를 부려서 온 식구들이 겁을 먹었던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이웃에 사는 의사였는데, 그날 자신의 환자가 죽어서 괴로움에 술을 마시고 인사불성이 되어 집을 잘못 찾아온 것이었다. 

당시 그 이야기를 듣고는 의사란 직업도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책에는 단순히 미화된 죽음보다 죽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통계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죽기 전까지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삶의 끈을 놓기 싫어 듣지도 않는 항암치료로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다 제대로 삶을 정리하기도 전에 급작스런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어떤 죽음이 최선인지는 의사도 시원한 답을 내릴 수 없다.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나는 치료를 포기하고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 삶을 정리할 수 있을까? 암 환자는 장기 기증도 안 된다는데 뇌 기증이라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으로 고집스럽게 삶을 이어갈까?

정답을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런 죽음을 맞기 전에 지금 나에게 주어진 삶을 좀 더 행복하게 살 방법을 찾아야 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생각보다 자주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 놀랍다. 이렇게 읽고 생각하고 실행하다 보면 긍정의 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지 않을까.


"당신은 무엇을 위하여 그렇게 열심히 살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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