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차갑고 단단한 고독을 그린 마루야마 겐지의 수작>
마루야마 겐지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생각해보니 그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어 이 책에 대한 궁금함이 앞섰다.
이 책에는 두 편의 소설이 실려있는데
처음 <달에 울다>는 문단이 시의 한 연처럼 나누어져 있다는 점에서 독특했다.
#달에울다
사과밭 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줄곧 그곳에서 살아가는 한 청년. 아버지가 죽인 남자의 딸인 '그녀'를 사랑하지만, 줄거리만 이러할 뿐 청년의 내면에 더 집중된 소설이다.
#조롱을높이매달고
가족에게 버림받고 M마을로 들어온 사내.
그 마을은 폐허라 아무도 살지 않지만, 몸 파는 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여유롭게 살고 있는 노인을 만난다. (여기서 여유는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노년의 시간을 흘려보낸다는 느낌이 더 맞겠다.)
주인공들은 모두 '공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주인공들의 내면 묘사가 예사롭지 않다.
생애 첫 작품으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작가가 모든 문학상을 거부하고 은거하며 창작 활동에만 전념했다고 하니 자신의 생각이 담길 수밖에 없을 텐데, <달에 울다>에서는 병풍의 '법사'를 통해, 두 번째 단편에서는 자신의 '흑과 백' 같은 마음이 또 하나의 자아를 표현한다.
소설은 잘 읽히지만,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생각은 깊숙이 숨겨져 있다.
다만 그걸 독자가 찾아내라는 불친절이 아닌 작가 자신이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삶을 표현해 내면서 스스로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전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을 하나씩 읽어나간다면 그의 생각을 조금 더 제대로 공감할 수 있게 될까?
